KBS 모스크바 현지 특파원이 1~2심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결정을 받고도 3번째 징계위원회가 열려 감경됐다. 양승동 사장이 2심에서까지 해임이 확정된 것을 최종 결재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3심을 요구해 징계가 경감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다.

KBS관계자에 따르면 KBS 모스크바 현지 특파원 A씨는 지난 7월 대기발령 조치돼 귀국했다. 함께 현지에 파견된 촬영 보조 인력 B씨가 A씨의 부적절한 행위를 감사실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감사실은 B씨 고발 내용을 조사한 결과 A씨가 B씨에게 갑질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 A씨는 하지만 B씨에게 업무태만에 대한 경고를 했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A씨는 현지에서 고용한 러시아인 코디네이터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B씨의 증언도 나왔다. 외교 사회에서 공사 직원의 명예를 실추한 행위도 징계 사유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KBS는 인력관리실장이 위원장을 맡은 중앙인사위원회(1심)에서 해임을 결정했다. 이어 KBS 부사장이 위원장을 맡은 특별인사위원회(2심)에서도 해임을 결정했다. 보통 재심이 열리면 감경이 논의되는데 감경을 시킬 수 없는 사안으로 본 것이다. KBS에서 금고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자와 횡령을 한 것으로 확인된 자에 대해 해임 결정을 내린 적은 있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은 자가 해임된 적은 없다. 1~2심 징계위원회 결정은 A씨 행위가 해임될 정도로 사안을 심각하게 본 것이다.

그런데 양승동 사장은 2심 해임 결정에 최종 인사권자로서 결재하지 않고 3심을 요구했다. KBS에 따르면 2심 해임 결정 이후 A씨는 노모가 자필로 쓴 탄원서와 직원들의 탄원서, 그리고 반성문을 제출했다. 양 사장은 이 같은 내용을 검토하고, 이례적으로 3심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열린 3심에선 탄원서 등을 검토하고 정직 6개월로 감경했다.

양승동 사장의 3심 요구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보통 2심 결정을 최종심 결과로 보고 최종 인사권자가 수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징계 결정을 흔들 새로운 사실이나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2심 결정을 확정짓는 게 보통이라는 얘기다. 이에 KBS 구성원들은 양 사장의 ‘온정주의’에 따른 3심 요구 때문에 향후 다른 인사위원회 징계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KBS본관 전경.
▲ KBS본관 전경.

징계를 받은 A씨는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이다. KBS본부는 23일 “징계 경감, 합리적 이유를 밝혀라”고 성명을 냈다. KBS본부는 “두 번의 인사위원회가 동일한 결정을 내린 사건을 번복했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인사위원회 판단의 근거가 된 감사내역과 징계요청서의 비위 혐의 등에서 중대한 사실관계의 오류나 잘못이 확인됐어야 할 것이다. 혹은 절차적 하자 등 ‘재재심’의 사유가 성립해야 한다. 과연 어떤 사정의 변경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KBS본부는 또한 “해당 직원은 부하 직원들에 대한 갑질과 음주사고, 근무태만, 그리고 성희롱 의혹까지 여러 비위 혐의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것으로 알고 있다. 2번의 인사위원회가 일관되게 최고 수위의 징계인 ‘해임’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비위를 중하게 봤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사람은 누구나 측은지심을 갖고 있다. 인간의 아름다운 본성이다. 문제는 측은지심 자체가 아니라 인간적 정에 이끌려 합리성과 원칙을 저버릴 때”라며 “사측은 이번 징계 경감의 이유를 밝혀라. 그 이유가 ‘온정’이라면 향후 사측의 결정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온정에 따라 인사위 결정이 뒤바뀐다면 앞으로 누가 그 결정을 받아들이겠는가. 항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원칙과 기강이 무너지는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양승동 사장의 3심 요구가 리더십에 치명타를 준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KBS관계자는 “합당한 절차에 따라 재심까지 결정난 사안을 뒤집으려면 새로운 사유가 발생해야 하는 건인데 3심을 요구한 건 아주 이례적”이라며 “징계를 받은 사람 입장에선 딱하지 않은 사정이 어디 있겠느냐. 이런 식이면 향후 징계 결정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물론 양승동 사장의 리더십에도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는 “징계사유는 소문과 상이한 부분이 있고 심의과정에서의 판단은 인사위원들이 조사결과와 관련 규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특별인사위원회는 KBS구성원이 아닌 외부인사 2인도 참가하여 운영되고 있어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동 징계건은 이견이나 기타 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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