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유튜브·페이스북 등을 통한 뉴스이용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 10월 ‘구글 뉴스서비스 정책과 상생’이란 주제의 한국신문협회 발행인 세미나에 참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은 “뉴스미디어의 성공이 구글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뉴스미디어 유통에 따르는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내뱉은 말이다. 

2008년 전여옥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 한 언론사의 오보를 주요뉴스로 배치했다며 네이버를 고소했다. 재판부는 네이버의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포털의 배포 기능은 기존 언론보다 월등하며 △기사를 선별하고 제목을 붙여 주요뉴스에 배치하는 것은 편집에 해당하며 △뉴스를 공급받아 배치하는 행위는 기존 언론사가 통신사로부터 뉴스를 공급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취재 기능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오늘날 구글 어플리케이션은 현재 메인화면에서 뉴스를 배열·노출하고 있다. 구글 검색창에서 키워드를 치면 알고리즘에 따라 배열된 기사를 볼 수 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에도 각종 뉴스콘텐츠가 이용자 맞춤형으로 등장하고 있다. 뉴스미디어이용자 입장에서 사실상 네이버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규제에선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구글 어플리케이션의 메인화면(왼쪽). 구글뉴스 어플리케이션의 메인화면(오른쪽). 모두 뉴스가 배열되어 노출되고 있다
▲구글 어플리케이션의 메인화면(왼쪽). 구글뉴스 어플리케이션의 메인화면(오른쪽). 모두 뉴스를 배열해어 노출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들은 2009년 개정된 언론중재법 시행 이후 언론중재법 적용을 받고 있으며, 인격권침해 게시물에 대해 삭제·차단하지 않거나 임시조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사업자 사정은 다르다. 국내사업자와 달리 신문법상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가 아니다. 당연히 손해배상책임 판례도 없다. 이 같은 ‘규제 공백’은 어느 때보다 해외 플랫폼의 영향력이 높을 2020년 총선 국면에서 심각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간한 연구보고서 ‘글로벌 미디어플랫폼과 뉴스’(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책임연구,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대전사무소장·오현경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원 공동연구)는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가 기사를 계속 제공하거나 매개한다면 신문법상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에 해당한다”며 기사배열책임자와 주사무소 소재지 등 기본 정보를 등록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구글은 지난해 미국 본사를 주체로 서울시에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반려 당했다. 입법 공백에 따른 예견된 결과였다.

해당 보고서는 “극소수의 글로벌 플랫폼이 기사 매개 및 전달의 주된 창구로서 여론 흐름을 지배하거나 정보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하는 한편 “글로벌 미디어플랫폼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이를 통해 언론보도를 접하는 수용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해외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은 법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해외사업자에 대한 신문법상 등록 특칙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구글 화면. 게티이미지.
▲구글 화면. 게티이미지.

2017년 언론중재위원회 서울제5중재부는 구글을 상대로 청구된 조정사건에서 “구글코리아는 언론중재법 제17조의2에 따라 기사에 관한 정정보도 등의 결과를 인터넷 뉴스서비스에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히며 구글이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라는 점을 명시했다. 당시 구글코리아는 구글의 운영주체가 미국 본사라고 항변했는데, 이 경우 송달 및 집행 측면에서 현격한 시간적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보고서는 해외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정사건을 진행할 경우 언론중재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언론조정중재규칙 6조에는 국내 언론사 해외지사에서 발행하는 언론보도 관련 조정 관할권을 서울시에 소재하는 중재부로 정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형태의 규정을 새롭게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보고서는 실효적 조정절차를 위해 국내대리인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국내대리인제도는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유럽연합 역외지역에서 설립된 정보처리자 또는 수탁처리자에게 부과된 의무로, 법 집행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장치로 알려졌다. 앞서 정보통신망법은 2018년 국내대리인제도를 도입했다. 

이번 보고서는 또한 미디어플랫폼으로서 해외사업자의 공적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자발적 자율규제가 이뤄지기 힘든 현실임을 고려해 제재적 자율규제를 대안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정부기관 주도의 심의 및 검열 대신, 플랫폼사업자가 정부와 일종의 자기통제(Self-Regulation)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 정부 기관에서 일정 수준 구속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서 자발적 자율규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제재적 자율규제의 대표사례는 네이버·카카오의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다. 현재 이곳에서 매체의 기사 생산량, 자체 기사비율 등에 관한 정량 평가(30%)와 저널리즘 품질 요소, 윤리적 요소, 수용자 요소 등이 포함된 정성평가(70%)를 통합적으로 시행해 제휴 매체를 선정하고 있다. △중복·반복 기사 전송 △실시간 검색어·키워드 남용 △기사로 위장된 광고·홍보와 같은 ‘문제적 기사’를 내보내면 해당 매체는 규정 위반으로 24시간·48시간 노출 중단과 계약 해지의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계약이 해지되면 1년간 제휴 신청을 할 수 없다. 위원회는 사업자들의 자정 노력을 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해외사업자들도 제재적 자율규제 흐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도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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