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사장이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MBC 보도에 대한 시청자 평가가 높아지고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최승호 사장의 입장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최 사장은 18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저는 연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심을 밝히는 것이 다소 이르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새 리더십을 위한 경쟁이 더욱 활력 있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저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저는 MBC가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확신한다 지난 2년 간 저는 여러분과 함께 MBC의 적폐를 청산하고 재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청산은 이뤄졌지만 콘텐츠를 재건하는 것은 아직 진행 중이다.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여러분이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반드시 콘텐츠왕국 MBC를 재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저희는 새로운 리더십이 구축될 때까지 조직을 안정되게 유지하고 콘텐츠를 관리하는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며 “사원 여러분도 리더십 교체 시기에 한 치라도 업무의 차질을 빚지 않도록 노력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최승호 MBC 사장. 사진=MBC 제공.
▲ 최승호 MBC 사장. 사진=MBC 제공.

MBC PD 출신인 최 사장은 2012년 파업 당시 해직돼 뉴스타파 기자와 앵커로 활동했다. 그리고 김장겸 전 MBC 사장이 해임되고 MBC 새 사장에 취임했다. 최 사장의 임기는 김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0년 2월까지였다.

MBC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400억대로 발생했고, 3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자 지난 8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지상파 광고 시장이 축소돼 광고 매출액이 90년대 상황으로 돌아가면서 MBC뿐 아니라 지상파 3사 모두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승호 사장의 불출마 선언은 경영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리더십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와 ‘PD수첩’ 등이 화제성과 의제 설정 면에서 호평을 받고, 콘텐츠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재정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을 두고 MBC 구성원들은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다. 한 기자는 최 사장의 평가와 관련해 “재정적인 수치가 좋지 않으니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보도 시사 쪽에선 독립성이나 제작 자율성이 높아지고 뉴스 신뢰도가 상승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혀 불출마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MBC 경영진 관계자는 “잔여 임기를 마치면 3년 차기 사장에 도전을 해야 하는 건데 MBC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최 사장이 취임 후 MBC를 재건하기 위해 기초 작업을 해왔고 이제 한번 더 도약하려면 다른 리더십을 가진 훌륭한 경영진이 와야 된다고 한 것”이라며 “경영수지 개선과 관련해 최 사장이 경영전문가가 아니었고, 방송의 경우 제작 및 독립성을 보장하는 역할에 충실했으니 이제 경영환경이나 경영수치 개선이 더 급하다고 보고 훨씬 자신보다 잘 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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