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경영진이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해외 출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 출석 요구를 받았던 경기방송 논란의 당사자인 현준호 전무이사는 해외 출장사유를 들었다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을 바꾸고 불참했는데, 최종 심사를 앞두고 현준호 전무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이 해외 출장을 갔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경기방송 구성원들은 전파사용권까지 회수당할 최악의 위기인데 경영진이 비상식적 행동을 한다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1일 경기방송에 “재허가 기준점수인 650점 미만으로 평가됐으며 경영 투명성 제고, 편성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계획 등을 확인한 후 재허가 여부를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경영의 투명성과 주주 구성에 특수 관계인을 확인하는 사항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보완자료를 요청했다.

보완자료 제출 마감은 18일이다. 그런데 17일 현준호 전무이사와 이준호 경영지원국장 등은 한국어학당 사업 관련으로 베트남 출장을 갔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요구한 보완자료 중에는 5% 이상 보유한 주주들의 공증 서류와 현 본부장의 발언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해고 조치가 내려진 노광준 제작팀장과 윤종화 보도팀장의 2차 징계위원회 위원 명단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증 서류는 경기방송 대주주의 차명 주주 의혹 여부를 파악하는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1차 징계위원 명단과 2차 징계위원 명단을 비교해 해고 조치 적법성 여부도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방송 사태는 현준호 전무이사의 일본불매운동 폄하 및 대통령 비하 발언에서 비롯됐지만 현 전무이사가 자신 역시 경기방송 지분을 갖고 있고, 경영과 분리된 편집권 독립을 훼손한 정황까지 나오면서 심각성을 더했다. 특히 방통위가 대주주와 나머지 주주들의 관계까지 방통위가 살펴본다는 건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경기방송 경영진의 해외출장 일정은 4박5일로 알려졌는데 2차 의견 청취일은 오는 23일이다. 최종 경기방송 의견을 듣는 날짜에 임박해 귀국한다는 얘기다.

▲ 경기방송 로고.
▲ 경기방송 로고.

경기방송 일부 경영진이 방통위 재허가 보류 결정에 입장을 묻는 질문에 수차례 재허가 보류 결정을 받은 OBS를 언급하면서 ‘별게 아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구성원의 증언도 나왔다. 현준호 전무이사 문제가 불거지고 해고 언론인까지 나오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재허가 심사까지 앞두고 있는데 경영진의 위기 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방송 분회는 재허가 보류 결정 이후 이렇다 할 사측 입장이 나오지 않자 총회를 열어 조합원의 의견을 모았다. 분회는 방통위가 요구한 경영 투명성 제고안과 편성 독립 강화안 준비 사항을 답해달라고 공식 문서를 보냈다. 사측은 보안상 이유를 들면서 재허가 심사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답변했다. 장주영 분회장은 “회사 경영을 어떻게 할지 로드맵 차원에서도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다”며 “보안상 이유로 아직 주지 않았지만 노조는 이에 동의했고, 심사 이후에 주기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정수열 경기방송 대표이사에게 경영진 해외 출장과 재허가 준비사항을 물으려고 수 차례 전화했지만 회사를 통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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