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당일 청와대 비서관급(1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수도권(과열지구) 보유 주택 2채 이상을 1채만 남기고 처분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특히 청와대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하는 곳에 2채 이상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공무원이 모두 11명으로 파악됐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는 등 스스로 책임지거나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6일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이 오늘 대통령 비서실과 안보실의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며 “노 실장은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노영민 실장은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역설했다.

수도권 두 채라는 기준과 관련해 비강남권 2채와 강남권 1채와 다르듯 기준이 자의적이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지적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6일 늦은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여기서 수도권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수도권은 대부분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자를 두고 이 관계자는 “강남3구,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에 2채 이상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공무원은 11명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공직자 재산신고 상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통보했느냐는 질의에 아직 통보하지 않아 이날 발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을 언제 파악해서 권고했는지를 두고 이 관계자는 “논의는 여러 차례 했고, 시점은 내부회의 문제여서 밝히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처분시한이 다음 공직자재산신고(3월)인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시한이라면 대략 6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청와대에 임용되는 인사도 해당되는지에 이 관계자는 “강제규정이나 금지규정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임용에 있어 잣대가 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참모들의 재산이 2017년 이후 지금까지 1인당 3억원이 늘었다는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의 발표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의에 청와대 관계자는 “경실련이 지적한 부분을 일부 수용했다”고 시인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을 두고 이 관계자는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가 있었는데, 정부가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하는 마당에 정책을 추진하고 입안하는 참모가 솔선수범해야 실효성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고 결정자인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서울 반포구와 청주에 한 채씩 두채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노 실장 부분은 우리가 설정한 기준에 특별히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면서도 “취지 자체가 투기지역과, 과열지구 내 집값 상승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사람별로 내린 결정이 아니라 큰 기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답했다. 노 실장은 처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때문에 ‘노 실장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직급이 높은 사람이 집을 처분해야 설득력이 있지 않겠느냐’, ‘김조원 민정수석 정도가 해당될 것 같은데 본인 입장은 뭐냐’는 기자의 질의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영민 실장과 김조원 수석 모두 다 각자 판단할 문제이며 집값 안정 대책을 실효성 있게 실현하려면 청와대 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정책 실효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위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위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이를 안지키면 어떻게 되는지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법률적 강제사항이 아니라 처벌 할 수도 없다”면서도 “다만, 자기 책임하에 이뤄진 일들이고, 고위공직자라면 그 부분에 본인 스스로 판단 하에 법이 아니라도 책임져야 한다면 어떤 책임인지 몰라도 국민적 여론(의 비난)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할까, 그런 판단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노 실장의 권고사항 가운데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이라는 표현의 의미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개인별, 사안별로 다를 수 있고, 본인들이 소명하게 될 것 같다”며 “그 소명의 판단기준은 일반적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부회의를 통한 기준으로 예를 들어 부부가 따로 살 경우 작은 집을 샀다든지, 거주기간이 길다든지 등 상식적인 판단기준을 설정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 같은 판단을 비서실장 주재한 회의체에서 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참모 뿐 아니라 정부 고위공무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두고 이 관계자는 “권한 밖의 일”이라면서도 “고위공직자가 솔선수범해, 집값 안정 대책에 동참한다면 다른 정부부처 고위공직자에도 파급되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기대했다.

기자 “규제로 집값 잡겠다 나이브” vs 청와대 “정부가 지혜를 모은 정책”

이날 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이 관계자에게 정부 부동산 정책을 목소리를 높이며 맹비난했다. 이 기자는 “경제는 마인드”라며 “있는 집을 팔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기대수요를 차단하는 게 중요한데, 11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데 집값이 오르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따졌다. 이 기자는 “노영민 실장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대수요를 차단하는 정책은 없고, 규제를 갖고 시장이 움직이리라는 건 시장에 대한 나이브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들은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최소한의 대책을 만들어 발표했고,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볼 계획인데, 언론과 기자들이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며 “홍남기 부총리가 오늘 마련해 발표한 대책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방안 가운데 지혜를 모은 대책이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통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 및 9억원 초과분 대출한도 대폭 축소 △다주택 및 고가 1주택 보유부담 강화, 양도세 혜택 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대폭 확대 등 강력한 규제대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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