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위한 13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이 임시국회 회기 결정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고, 한국당 뺀 ‘4+1 협의체’도 합의안을 놓고 공조가 흔들린 게 원인으로 꼽힌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저녁  본회의를 열지 않겠다며 여야가 16일 원내대표 회동 때까지 합의안을 도출하라고 주문했다.

14일 아침신문들이 이 사실을 1면에 주요하게 다뤘다. 신문마다 주목한 무산 원인은 갈렸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동아일보는 두 원인을 모두 1면에 언급하면서도 한국당이 본회의 개의 합의를 파기한 탓이 크다고 봤다. 한국일보와 조선일보는 4+1 협의체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을 주 원인으로 봤다. 조선일보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지연전술을 1면에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은 14일 토요일에 발간하는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본회의 무산’시킨 한국당‘
국민일보 ‘미중 무역전쟁 휴전, 종전까지 곳곳 복병’
동아일보 ‘선거법 상정 불발, 의장 “사흘내 합의를”’
세계일보 ‘패트 상정 불발… 4+1, 선거법 ‘자중지란’’
조선일보 ‘그들만의 ‘의석 나눠먹기 싸움’’
중앙선데이 ‘1석이라도 더… 비례대표 50명 셈법 갈등 ‘4+1’ 금갔다’
한겨레 ‘진실의 조각을 맞추다’
한국일보 ‘노동자들의 밤잠 살라먹고 오늘도 ‘24시간 풀가동 코리아’’

▲14일 경향신문 4면
▲14일 경향신문 4면
▲14일 경향신문 1면
▲14일 경향신문 1면
▲14일 조선일보 1면
▲14일 조선일보 1면

더불어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는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자는 데 합의했으나 결국 개의가 무산됐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에 “한국당이 본회의 첫번째 안건인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여야 신경전이 벌어졌고, 결국 본회의가 무산됐다. 한국당이 여야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도 1면 머리에 “한국당이 임시회 회기 안전에 필리버스터로 맞대응하며 본회의가 무산됐다”고 했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도 본회의에 상정할 단일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한겨레는 1면에 “선거법 수정안을 내려던 4+1 협의체가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밝혔다. 5면 해설기사에선 “선거제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자기 당의 비례의석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애초 합의한 패스트트랙 선거법 원안에서 소수정당의 양보를 거듭 요구해온 민주당 책임이 가장 크다”고 했다. 

선거법 원안은 비례의석 75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안이었지만, 4+1 협상 과정에서 비례의석을 50석으로 줄였다. 민주당은 잠정 합의안에 더해, 연동제를 적용할 비례의석을 50석 가운데 30석으로 상한하자고 했다. 경향신문은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반발을 두고 “민주당이 한국당과의 타결을 염두에 두고 자체 수정안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다”라고 풀이했다.

▲14일 한겨레 5면
▲14일 한겨레 5면

한국일보는 1면 머리에 “(본회의 상정 무산은) 4+1 협의체가 단일안 도출을 놓고 막판 파열음을 낸 데 따른 것”이라며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법을 놓고 막판 극적 타결을 이룰 여지가 생겼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전략을 언급하며 “한국당과 합의가 불발될 경우, 민주당은 4+1 단일안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필리버스터 대상 법안은 다음 회기에서 의무적으로 표결한다는 취지의 국회법에 따라 선거법 표결을 19일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만 한국당의 ‘첫 안건 필리버스터 전략’을 1면에 언급하지 않았다. “내부 밥그릇 싸움으로 합의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상정이 불발됐다”며 “비례대표 50석을 어떻게 나눠갖느냐를 놓고 사실상 이전투구에 들어간 것이다. 이로 인해 이날 선거법 등 상정‧처리를 위해 소집됐던 본회의는 16일 이후로 연기됐다”고 했다. 이후 4면 기사 ‘“입법 청부업자 문희상!” “나가!”…난장판 국회’에서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전략을 편 사실을 한 차례 언급했다.

▲14일 조선일보 사설
▲14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선거제도를 바꾸지 말자’는 주장을 폈다. 조선은 “선거제도는 좋고 나쁜 것이 없다”며 “제도를 바꾸려면 선거에 참여하는 주요 정당의 합의가 전제돼야만 한다. 제1야당이 반대하면 당연히 접어야 한다. 더 논의한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멀쩡한 선거제도를 바꾸는 이유도 어이가 없다. 여당이 공수처 통과용 표를 모이기 위해 군소 정당들을 끌어들이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지역구 소선거구제는 소수정당의 원내진입을 막는 승자독식 구조를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야당을 배제하고 선거법 틀을 바꾼 적은 없었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세계 민주국가 대부분에서 시행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현행 소선거구는 1988년 노태우 정권 당시 여당인 민정당이 날치기 통과시켰다. OECD 37개국 가운데 26개국에서 각당의 전체 의석수가 정당투표 득표수에 따라 결정되는 비례대표제를 쓰고 있다. 이 사실은 한국일보프레시안이 각각 지적한 바 있다. 한편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역대 선거제도는 모두 여야합의로 개정됐다”며 여야가 “원점에 섰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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