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가 두 번 연속 부결되며 내부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후보자 인물평을 두고 보도국 내 갈등이 불거진 적도 없는 상황이라 투표 의중은 YTN 운영 전반에 대한 불만이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YTN은 지난 10~11일 보도국 임·직원 373명을 대상으로 보도국장 내정자 김선중 정치부장의 임명 동의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으나 유효 투표수의 과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353명(94.64%)이 투표에 참여했고 148명(41.93%)이 찬성표를 던져 동의율이 과반에 미달해 부결됐다.

임명동의 부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노종면 앵커가 보도국장 첫 후보로 내정돼 동의 투표를 거쳤으나 유효투표의 절반을 넘지 못한 171명(49.28%)의 동의를 얻었다. 두 번째 후보 김선중 부장은 이보다 약 7%p 더 낮은 동의율을 기록했다.

거듭된 부결에 내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노 앵커 경우, 그가 발표한 보도국 개혁안을 두고 충분한 논의 과정이 없었다는 등의 이견이 나왔으나 김 부장의 경우는 달랐다. 김 부장은 뚜렷한 개혁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YTN의 장점을 살려 보도국 활력을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YTN 자료사진. 사진=노컷뉴스
▲YTN 자료사진. 사진=노컷뉴스

 

때문에 겉은 보도국장 임명 투표지만 실질은 YTN 운영 전반에 대한 불만 표시가 아니냐는 자평이 나온다. YTN의 A기자는 “2018년부터 정찬형 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여러 가지 혁신안을 제시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고 시청률도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평가가 쌓여 임명권자에 대한 의중을 투표로 보인 게 아니냐”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현 체제 평가를 둘러싸고 구성원들이 절반으로 나뉜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두 후보자가 인물평, 보도국 운영계획 등에서 차이를 보였음에도 비숫한 수준으로 반대 투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니어 기자들의 반대 투표율이 높았다는 소문이 사내에 돌았다. 공채 2기 출신의 노 앵커는 운영계획에서 40대 위주로 간부진을 꾸릴 것이라는 조직 개편안을 예고했다. 김 부장은 뚜렷한 개편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공채 5기 기자다. 5기 위의 기자들 중심으로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았냐는 추측이 나왔다.

YTN의 B기자는 “주니어(연차가 낮은) 기자들은 김 부장과 같이 일해 본 경험도 적고, 평가를 할 전제가 적은 편이라 말을 많이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시니어들이 반대했다는 이야기는 사내에 돌았다. 지금 상황에선 다음 내정자가 더 낮은 기수가 될 확률이 높으니 주니어들 사이에선 ‘더 젊은 감각으로 일하는 인물이 내정될지’ ‘예전으로 회귀하는 게 아닌지’ 등의 걱정이 나온다”고 평했다.

개별 정치적 성향이 작용했을 여지도 있다. A기자는 “결국 사후적인 평가겠지만 정치부장에서 보도국장으로 직행하는 인사가 보수적인 성향의 보도국원들에겐 정부에 치우친 방향처럼 보이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왔다”고 전했다.

직원들 관심은 정찬형 사장에게 쏠린다. 핵심 보직 인사가 연거푸 실패한 셈이니 어떤 식으로든 구성원들에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A기자는 “나라로 치면 총리가 두 번 낙마한 것”이라며 “갑자기 보도국장이 교체되는 배경도 사내에 공유되지 않아 직원들이 혼란스러워 한 영향도 있다. 현덕수 국장이 사직 의사를 밝혀서 국장이 바뀐다는 점, 어떠한 취지에서 노종면 후보를 지명했다는 점 등을 충실히 설명했으면 분위기가 더 낫지 않았을까”라 지적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임명 부결과 관련해 "위기감의 공론화가 우선"이라며 "사장과 보도국 구성원이 직접 만나는 대화의 장이 조속히 마련되길 촉구한다"고 주장해왔다. YTN의 문제점, 현황, 개선 계획을 직접 논의해 합의 지점을 찾아가자는 제안이다. 반면 간부진들이 하루 빨리 상황 분석을 해 최대 동의를 얻는 인물을 내정해 분위기를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YTN은 “조만간 새로운 내정자를 지명해 재임명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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