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채 언론노조 MBN지부장이 주요 임원 임명동의제,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를 골자로 한 개혁안을 꺼내며 지부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MBN 편법 자본금 충당 사태를 두고 관련된 임원 전원의 보직을 해임하고 문제 자금을 사회에 환원하자고 제안했다.

9기 MBN지부장 재선에 도전하는 나 지부장은 9일 출마의 변에서 “이제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일부 경영진의 일탈을 덮고선 제대로 된 언론, 제대로 된 방송으로 거듭날 수 없다”며 사내 개혁을 강조했다.

나 지부장은 “우리 회사는 회사 문 앞은커녕 회사 내·외부 어디에도 민주적이란 단어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무리 민간에서 이루어지는 방송이라도 개인의 방송은 아닐 것인데, 모든 결정이 경영진 몇 명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종합편성채널 요건을 맞추려고 자본금을 편법 충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MBN 본사를 압수수색을 하며 각종 자료 확보에 나섰다. ⓒ 연합뉴스
▲검찰은 10월18일 종합편성채널 요건을 맞추려고 자본금을 편법 충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MBN 본사를 압수수색을 하며 각종 자료 확보에 나섰다. ⓒ 연합뉴스
▲나석채 MBN지부장. 사진=손가영 기자
▲나석채 MBN지부장. 사진=손가영 기자

그는 “새로 론칭하는 프로그램 제목이 모 부회장의 지시로 바로 하루아침에 바뀐다거나, 여성 아나운서가 머리를 묶는것이 이상하다는 한마디에 단발령이 내려지는 슬픈 사연도 있었다. 어떤 프로그램은 고위층 누군가가 선호한다는 말에 따라 특정시간대에 붙박이 편성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파다한 소문으로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 지부장은 “위와 같은 일들을 막아내고자 내달렸지만 견고한 경영진의 귀에까지 들리기에는 우리의 힘이 너무 미약한 점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노조의 힘은 간부 몇 명에 의해 구현되지 않는다. 지난 2년은 긴 동면에서 깨어나는 시기였다. 부당함을 부당하다 말하고, 누군가에 의해 억압받는 것을 말할 수 있을 때만이 서서히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라 밝혔다.

나 지부장은 MBN이 편법 자본금 충당 사태를 미온적으로 수습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장대환 회장 사임 외에 어떤 책임있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단 지적이다. MBN지부는 검찰에 기소된 부회장, 대표 등 임원에 대한 징계도 없었고 논란에 연루됐던 실·국장을 승진까지 시켰다 지적했다.

나 지부장은 이와 관련 △장대환 회장이 용퇴할 것 △문제 자금을 사회에 환원할 것 △현 대표 이하 차명주식을 보유한 임원, 최고경영자를 보좌한 주요 실·국장 모두 보직해임할 것 등을 수습책으로 주장해왔다.

그는 “다시 한번 류호길 대표를 만나 ‘MBN회생을 위한 제안’을 했다. 위 3가지 제안과 구체적인 경영개선안으로 다음 사항을 문서로 전달했다”며 △외부인사(사장) 영입 △주요임원의 임명동의제 실시 △노조추천 사외이사제 도입 △무기계약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 △인력감축 없는 와이드프로그램 축소 △시청자위원회 구성 개선 등 6가지 개혁안을 제시했다.

나 지부장은 “시민사회는 MBN이 외부에 의해 밀려 개혁의 시간표를 짜는 것을 진정성있게 봐주지 않는다”며 “우리가 먼저 혁신하는 길만이 이 엄중한 시기에 살아날 수 있는 조그마한 빛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9기 MBN지부장 선거는 오는 11일 오전 9시부터 12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과 현장 투표로 진행된다. 8기 지부장을 역임한 나 지부장이 단독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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