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디지털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이에 걸맞는 일자리 변화에 대비한 정부의 평생교육 투자가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마크 키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숙련가능성 과장은 3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가 바라본 한국의 소득주도성장’ 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데다 일자리의 40%가 자동화되거나 크게 바뀔 전망인데도 숙련도는 다른 국가에 비해 부족하다. 정부가 적극 지원해 학교교육뿐 아니라 성인 교육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이스 과장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르다. 2050년엔 중위연령이 56세가 돼 일본보다 높아진다. 노동자 수명도 이에 맞춰 늘려야 해 초기교육뿐 아니라 평생학습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제조업에서 직원 만명 당 도입한 로봇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도 했다. 한국은 향후 15~20년 사이 일자리 10%가 완전히 자동화하고, 30%는 일하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키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숙련가능성 과장이 3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 국제컨퍼런스에서 ‘노동과 숙련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마크 키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숙련가능성 과장이 3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 국제컨퍼런스에서 ‘노동과 숙련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키이스 과장은 “새 기술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줄기만 하진 않는다. 직무 성격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며 “그런데 한국은 성인학습을 제공받는 사람이 매우 적고, 숙련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고 했다.

특히 저‧중숙련 노동은 자동화하고 높은 인지능력이 필요한 노동 수요가 많아질 건데, 반대로 교육기회는 부족한 편이다. 키이스 과장은 “젊은 층은 대개 중숙련도 일자리로 노동시장에 들어온다. 저숙련 일자리는 한국 전체 일자리에서 13%를 차지해 OECD 국가 가운데 높은 편이다. 대체될 위험이 큰 이들이 오히려 숙련을 향상시킬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불균형이 임금격차와 또다른 기회불균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키이스 과장은 “시간 부족이 훈련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노동시간이 길고 가족 부양을 개인에 맡기는 탓에 현직 노동자가 학습에 참여할 시간이 부족하다. 고용과 노동형태에 따른 학습기회가 다르다. 그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은 대기업보다 학습기회가 적다. 파견직과 기간제 노동자도 마찬가지”라며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성인학습 기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마크 키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숙련가능성 과장이 3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 국제컨퍼런스에서 ‘노동과 숙련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마크 키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숙련가능성 과장이 3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 국제컨퍼런스에서 ‘노동과 숙련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키이스 과장은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하지 않으면 성인학습체계를 구축할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범부처가 모든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여성과 젊은층, 비정규직 교육에 투자해 노동시장 진입을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노조 등 다른 주체와 협력을 권고하며 “영국은 노조가 훈련이 필요한 노동자를 파악하고 교육받도록 도와주는 제도가 있다. 호주도 성인학습기관을 통해 직업교육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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