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이 기사, 이거 아까 사회부에서 쓰라고 그랬는데, 조율했다고? 오케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난 안미현 신임 편집국장은 지면 마감에 정신이 없었다. 서울신문은 지난 20일 안미현 심의실 심의위원을 신임 편집국장에 임명했다. 김균미 전 편집국장에 이어 서울신문 두 번째 여성 편집국장이다.

▲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3층 서울신문사 편집국에서 안미현 신임 편집국장이 미디어오늘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3층 서울신문사 편집국에서 안미현 신임 편집국장이 미디어오늘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안미현 국장은 1991년 입사했다. 이후 경제부와 산업부, 문화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이후 논설위원, 편집국 부국장, 심의실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서울신문에서 29년째 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 안 국장은 “지면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겠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강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뒤 “스타 기자 즉 ‘개인 기자 브랜드화’를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최근 KBS와 YTN이 출입처 폐지 등 편집국 개혁을 예고했다. 시청자와 독자들은 언론이 기존 관행을 벗고 변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편집국 개혁에 대한 생각은?

“출입처 폐지 논의에 궁극적으로 동의한다. 출입처 제도는 구태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없애는 건 급격한 변화다. 방향에 있어서는 맞는다고 생각한다. 출입처 제도를 없앨 수 있는 부서부터 없애도록 하겠다. 출입처 없이 운영되는 부서도 있다. 탐사기획부다. 편집국과 논의해 부서 강화 방안도 고려해볼 것이다.”

- 두 번째 여성 편집국장이다. 편집국 젠더의식 강화도 언론개혁 요구 중 하나다.

“‘두 번째’이니까 여성이라는 것에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가진 능력에 비해 유리천장은 아직도 견고하다. 예전보다 약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언론사가 가장 깨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리천장이 가장 강한 곳이다. 서울신문은 전체 기자 중 여성 기자 비율이 40%다. 다른 언론사보다 많다. 여성 보직 부장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번 인사에도 반영했다. 앞으로 더 늘려나가야 한다.”

- 최근 네이버가 전재료를 없애고 각 언론 트래픽 등을 평가해 수익을 나누겠다는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온라인, 오프라인 공동 통합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스트레이트, 단순 발표 기사, 이런 건 안 먹힌다. 1일 1부서 1킬러콘텐츠가 필요할 것 같다. 스타 기자, 개인 기자 브랜드화를 생각한다. 특정 분야에 강점과 깊이가 있다면 그를 스타기자로 키워야 한다. 회사가 책임감을 갖고 장을 열어야 한다. 예전엔 개인이 튀는 것에 보수적이었다. 지금은 거부 의식이 덜하다. 그런 걸 좋아하는 기자도 있다.”

- 서울신문 편집 및 보도 논조는 어떻게 평가하나?

“1대 주주가 우리사주조합, 2대 주주가 정부, 3대가 호반건설이다. 정부가 주주다 보니 정부 정책, 공무원 관가 소식에 강했다. 그건 우리 강점이라 앞으로도 계속 살릴 것이다. 다만 그로 인해 정권에 따라 지면 색깔이 바뀐다는 아픈 지적이 있다. 지금과 달리 과거 정권 시절 외부 간섭이 많았다. 내부에도 자성이 있다. 건설자본과 관련해서도 건설자본이 종합일간지를 소유해서 안 된다는 데에 서울신문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자본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던 거 아니냐 정보 공유가 안 된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주주가 누구든 날카롭게 비판할 부분은 비판할 거란 사실이다. 내 확고한 원칙이다.”

- 편집국 안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의 지면 중심 사고는 바꿔야 한다. 앞으로는 서울신문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모토는 ‘힘 있는 신문, 재밌는 지면’이다. 우리 신문이 임팩트가 좀 약해졌다. 이제는 평범해선 안 된다. 좀 더 강렬한 인상을 줘야 한다. 지면 위주 사고방식을 과감하게 깨야 한다. 젊은 기자들은 훨씬 유연하다. 밑에서부터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