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120여분 진행한 MBC ‘2019 국민과의 대화-국민이 묻는다’에 언론 혹평이 쏟아졌다. MBC ‘100분토론’ 제작진이 나이, 성별, 지역 등 인구 비율을 감안해 선정한 국민 패널 300명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 “대통령님!” “여기요!” “저요!”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정제되지 않은, 아수라장 같은 MBC 스튜디오 생방송 현장은 고스란히 안방에 전해졌다.

다음날 언론 평가는 혹독했다. “‘산만하고 대화 매끄럽지 못해 가려운 곳 제대로 못 긁어줘’”(세계일보), “‘진행 산만해 시간 허비’ MBC에 비판 쏟아져”(동아일보), “2시간 내내 답답함과 아쉬움 남긴 ‘국민과의 대화’”(중앙일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들은 ‘홍보場’ 변질’”(문화일보) 등이다. 진보 진영 ‘스피커’ 김어준씨도 라디오방송에서 “대통령을 도떼기시장에 밀어 넣었다. 이런 기획을 제안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지난 19일 오후 120여분 진행한 MBC ‘2019 국민과의 대화-국민이 묻는다’ 현장 모습. 사진=청와대
▲ 지난 19일 오후 120여분 진행한 MBC ‘2019 국민과의 대화-국민이 묻는다’ 현장 모습. 사진=청와대

MBC에 각종 비판과 비난이 쏟아진 상황에 제작진 생각을 들어봤다. 김주만 MBC 보도제작1부장은 20일 오후 통화에서 언론 혹평에 “‘패널들 질문에 밀도가 없었고 정제되지 않았다’ 등 비판이 많은데 프로그램 자체에 이해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정체되고 날카로운 질문은 기자들 몫이 아닌가”라며 “일반인들을 모았으니 당연한 상황이다. 형식이 ‘국민과의 대화’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제되지 않은 질문과 목소리도 직접 듣겠다는 차원에서 기획된 형식이다. 중구난방이란 단어엔 ‘대중들 입은 막지 못한다’는 뜻이 포함돼 있는데 ‘중구난방’은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방송은 당초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겨 20여분 계속됐다. 김 부장은 “제작진도 제한된 시간이 아쉬웠지만 편성시간은 또 방송 숙명이기도 하다. 질문이 계속 나와 방송이 밀리더라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데까지 받자는 생각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패널 분들이 생중계가 시작되면 주눅 들어 손을 제대로 못 드실까 걱정을 많이 했다. 리허설 때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라고 당부하거나 손드는 연습도 하고 그랬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되니 열의가 대단했다”며 “문 대통령을 비판적 지지하는 분들, 또는 애정이 있는 분들, 내 목소리를 꼭 전하겠다는 생각을 하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신 결과”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방송 이후 나타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첫 질문자였던 고 김민식군의 부모 사연에 어린이 안전을 위한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방송 후 20만명이 넘는 등 가시적 변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군은 지난 9월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이후 김군 가족들은 청와대 청원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통과를 호소해왔다. 김 부장은 “민식이 부모님들 목소리가 생중계된 뒤 반향이 컸다. 절박한 목소리에 국민들이 직접 호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9일 오후 120여분 진행한 MBC ‘2019 국민과의 대화-국민이 묻는다’ 현장 모습. 사진=청와대
▲ 지난 19일 오후 120여분 진행한 MBC ‘2019 국민과의 대화-국민이 묻는다’ 현장 모습. 사진=청와대

그럼에도 방송이 매끄럽지 않고 답변보다 질문이 길었다는 점, 300명 가운데 20개 질문 밖에 받지 못했다는 점, 경제와 외교 등 현안에 대한 질문이 부족했다는 점, 질문이 개인 민원 격에 가까웠다는 점 등은 한계로 남았다.

김 부장은 “국민패널들에게 사전 공지할 때도 ‘질문을 짧게 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전달했으나 잘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각자 사연이 패널 자신에게는 최고 관심사니까, 또 하고 싶은 말을 다 전해야 하니까 질문에 살이 붙고 길어졌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본인을 포함한 언론이 반성해야 할 부분도 짚었다. “기자회견이 존재하는데도 왜 이 같은 방식을 택했는지, 많은 분들이 참여하겠다고 했는지 생각할 지점이 있다. 언론사마다 자기 편집권에 맞춰 질문하고 보도하는 상황에서 ‘날 것’에 대한 요구와 갈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국민은 청와대와 정부에 하고픈 말이 많은 것인데, 우리 언론 혹은 공무원들이 그러한 요구를 제대로 전달하고 반영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 부장은 “소통할 기회가 더 많아야 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방송뿐 아니라 일선 현장에서 진짜 ‘타운홀 미팅’을 통해 소통을 늘린다면 어제와 같은 국민 갈증이 덜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번 기회에 이런 뜻을 청와대에 전했고 청와대도 이에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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