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정부 이후 프랑스 언론은 태풍전야
마크롱 정부 이후 프랑스 언론은 태풍전야
[프랑스 언론은 지금①] ‘샤를리 엡도 테러’와 ‘메디에이터 스캔들’ 이후 악화된 언론 환경...“언론 환경, 과격한 태풍 속에 들어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오정훈, 이하 언론노조)은 9월29일부터 10월6일까지 8일 동안 ‘2019 해외현장조사사업단’을 파견했다.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를 방문해 각 나라의 언론 현장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각 나라의 언론 기관 노조 지부들과 언론정책 정부부처, 언론 유관 기관이다. 유럽 언론의 △제작환경 △고용구조 △미디어진흥 및 규제 정책을 들여다봤다.

미디어오늘은 언론노조의 해외현장조사 사업 가운데 프랑스 일정을 동행 취재했다. 프랑스 최대 언론인노동조합은 정부 정책에 의해 경직된 언론 환경과 기자 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문화부와의 만남에서는 미디어 다양성을 위한 언론 정책을, 공영방송인 텔레비지옹-라디오 노동조합과의 만남에서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들었다. -편집자주

프랑스 전국기자노동조합(Syndicat National des Journalistes, 이하 SNJ)은 1918년 설립된 기관으로, 올해 설립 101년이 됐다. SNJ는 프랑스 언론 관련 노동조합 가운데 가장 큰 노동조합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언론통제 속에 저항하며 설립됐다. SNJ는 기자윤리헌장을 세계 최초로 작성했다. 법인 형태의 기금을 만들어 ‘가짜뉴스’를 배척하고 ‘정직한 기자’로서 일을 보장받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고 기자들이 내는 조합비로만 운영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해외현장조사 사업단과 미디어오늘은 9월30일 파리에 위치한 SNJ 사무실을 방문했다.

프랑스의 언론 환경은 한국과 비슷한 듯 달랐다. 우선 프랑스는 기자들에게 ‘기자증’을 발급한다. 기자증이 있으면 거의 모든 정부부처의 출입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현장에서 취재권한을 부여받는다. 기자증 발급위원회 심의위원 절반이 SNJ 소속이다. 기자증 발급에 있어 ‘압도적 위치’에 있다고 평가된다.

▲SNJ는 프랑스 기자들의 기자증을 발급하는 심의위원회에 높은 비율로 참가하고 있다. 사진은 도미니크 프라달리에의 기자증. 사진=정민경 기자.
▲SNJ는 프랑스 기자들의 기자증을 발급하는 심의위원회에 높은 비율로 참가하고 있다. 사진은 도미니크 프라달리에(Dominique Pradalié) SNJ 대외협력담당 부위원장의 기자증. 사진=정민경 기자.

다만 기자들의 SNJ 등 노조 가입 비율은 생각보다 높진 않다. 기자들 가운데 10%만이 노조에 가입한다. 약 3만5000여 명의 기자 가운데 약 3000명이 SNJ 소속이다. 낮은 노조 가입률은 사회 전체의 노조 가입률과도 연결된다. 프랑스 전체 노조 가입률은 6%에 그친다. 전체 노조 가입률(6%)에 비하면 SNJ 노조 가입률(10%)이 높다. 두 수치 모두 의외로 낮은 수치다. 프랑스 사회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노동권에 대한 인식이 전체적으로 높고, 조직률이 높지 않아도 노조가 맺은 협약 적용률은 높다.

도미니크 프라달리에(Dominique Pradalié) SNJ 대외협력담당 부위원장은 “회사(언론사)는 기자들에게 노동조합보다는 협회나 협의회에 가입하는 것을 장려한다”며 “이를 통해 노동법과 관련된 기자들의 활동을 축소시키고자 한다. 법적으로 보장된 노조 활동이지만 회사가 협회를 선호하니 개별 기자들은 어디에 가입해야 할지 헷갈려 한다”고 말했다.

언론사 사측은 노조보다 협회에 협상권을 주기도 한다. 교섭권을 갖고 있는 노조의 입장에서는 협회나 직종단체가 교섭에 나서는 것을 불편해 하기도 한다. 직종단체와 노조와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회사가 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SNJ 사무실의 간판. 사진=정민경 기자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SNJ 사무실의 간판. 사진=정민경 기자

‘샤를리 엡도 테러’와 ‘메디에이터 스캔들’ 이후 경직된 언론 환경

정부와 SNJ의 관계는 우호적이긴 어려워보였다. 2017년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중도 노선의 정당 앙마르슈(En Marche) 출신이지만 그의 정부에서 사회운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오히려 확대돼왔다. 최근 ‘노란조끼 시위’(마크롱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발표에 반대하면서 시작돼, 반정부 시위로 확산. 운전자가 사고대비를 위해 차에 비치하는 형광 조끼를 참가자들이 입어 붙여진 명칭) 이후 경찰과 언론인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한층 강화됐다. 특히 기자증을 소지하지 않은 프리랜서 기자들과 경찰과의 갈등이 심했다. 도미니크씨는 노동조합이나 기자들의 활동이 제한되는 수준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노란조끼 시위 초창기에는 일부 참가자가 기자와 언론인에 대해 욕설을 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 이에 SNJ는 법적대응을 해 왔다.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와 미디어는 다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는 ‘노란조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취재하는 개별 기자에 대한 공격은 하지 않고, 미디어(언론사 자체)에 대한 공격은 하고 있다. 이제는 ‘노란조끼’가 아니라, 경찰이 언론인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 중 한 사람은 경찰이 취재활동을 못 하게 한 사례 115건을 취합해 경찰을 고발하기도 했다.”

SNJ 역시 경찰의 취재 방해 사례를 모아 문제제기했다. 그러나 기자가 고발을 원해도 언론사에서 이를 원치 않아 고발을 하지 않는 사례도 있고, 프리랜서 기자의 경우 회사라는 보호막이 없는 상태에서 공권력에 대항하기가 두려워 고발하지 못하기도 한다. 115건의 사례가 ‘최소’라는 의미다.

SNJ는 언론인과 경찰·정부기관의 갈등을 겪는 상황이 많아진 분위기에 지난 6월 ‘기자를 위한 방어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12개의 질문을 통해 기자가 수사기관에 불려갈 경우, 공개변론 요청 시, 구금 상태일 경우 대응 방법,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지 고민될 때 등의 상황에서 언론인이 취할 행동 지침을 알려준다.

▲▲SNJ에서 배포한  ‘기자를 위한 방어 가이드라인'을 들고 있는 도미니크 프라달리에(Dominique Pradalié) 대외협력담당 부위원장. 사진=정민경 기자.
▲SNJ에서 배포한 ‘기자를 위한 방어 가이드라인'을 들고 있는 도미니크 프라달리에 대외협력담당 부위원장. 사진=정민경 기자.

언론 환경이 경직된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도 있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테러리스트들이 총기를 난사해 편집장인 스테판 샤르보니에르 포함, 직원 10명과 경찰 2명까지 총 12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후 정부가 테러를 막는다는 이유로 ‘정보자유제한’에 대한 법령을 만드는데 박차를 가했다. 정부는 2018년 7월 ‘업무상 비밀보호 법안’ (Protection du secret des affaires,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업무상 비밀을 타인 또는 언론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을 공포했다. 법안은 기업 내부 고발자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언론에 제보하는 행위조차 처벌될 수 있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곧이어 ‘메디에이터(Mediator) 스캔들’이 있었다. 메디에이터라는 당뇨병 치료제는 33년간 심장손상 위험에도 판매돼왔는데, 해당 치료제의 특성 성분을 유럽연합에서 금지했다. 2684명의 피해자가 소송단을 구성했는데 약사들과 기자들이 협업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프랑스에서 9월23일 관련 재판이 열렸다. 도미니크씨는 “관련 법안 공포로 인해 내부 고발자가 처벌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마크롱 정부가 인권을 탄압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과격한 ‘태풍' 속에 들어와 있는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뿐 아니라 언론인들의 노동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주체는 또 있다. 언론사 사주들이다. 정부의 방조 아래 언론사들의 프리랜서 사용이 늘고 있다. 언론사는 정직원을 고용하기보다 프리랜서를 두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2007년 기준 기자증을 발급받은 기자는 약 3만7300여 명 정도이고 그 중 프리랜서가 6800여 명이다. 최근 프리랜서 기자가 느는 추세다. 프랑스에서는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경력을 쌓아 언론사에 입사하는 경우가 많다. 언론사는 정부 지원금을 마음대로 쓰고, 프리랜서를 마음대로 고용하고, 그 프리랜서들이 기자증을 얻든 말든 관심을 두지 않기도 한다. SNJ는 이런 상황에 문제제기를 했다고 한다.

도미니크씨는 “정부가 언론사에 지원하는 금액이 상당한데 지원금 집행에 대한 정부의 감시 등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그래서 SNJ는 정부의 예산 감시 능력 늘려서, 사주들이 자신들 맘대로 하는 걸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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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1-19 16:42:52
정부는 2018년 7월 ‘업무상 비밀보호 법안’ (Protection du secret des affaires,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업무상 비밀을 타인 또는 언론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을 공포했다. 법안은 기업 내부 고발자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언론에 제보하는 행위조차 처벌될 수 있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이 법이 치명적이네. 내부고발자를 막는다는 말은 부패한 기업을 내버려둔다는 뜻이고, 이는 프랑스 기업의 세계 경쟁력 약화로 되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