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자신의 발언을 다룬 동아일보 기사가 왜곡 보도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동아일보는 15일 ‘진중권 “대중, 언론에 환상 요구…유시민에 전화했더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진 교수의 지난 14일 서울대 강연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진 교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전화해 “큰일났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다시 젊은이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유시민 이사장은 “덮을 수 있데요”라고 답했다. 기사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오히려 진 교수에게 “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도내용에 진중권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사가 교묘하게 무지막지하다”며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그는 “(내가) ‘이런 상황에서 다시 젊은이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유 작가의 대답은 이른바 ‘세대 담론’의 신빙성과 과학성을 문제 삼는 내용의 것이었고, 강연에서도 그렇게 전했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진 교수는 “덮을 수 있데요”라는 말은 유 이사장의 발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연에서 내가 한 발언은 ‘당시 내 눈에 유 작가는 표창장 위조의 사실 여부보다 법적으로 방어가능하냐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었다”고 밝힌 뒤 “그의 태도는 ‘법적 방어가 가능하면 윤리문제는 덮자’는 얘기와 뭐가 다르냐는 취지의 발언이었고, 이는 그의 발언이 아니라 나의 발언이고,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나의 주관적 해석”이라고 밝혔다.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연합뉴스

진 교수는 “객관적 사실을 말하자면, 당시에 표창장 위조 여부에 대한 그의 인식은 ‘아직 사실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고, 나의 인식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표창장이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것이었다”고 전한 뒤 “나는 강연에서 ‘어쩌면 유시민씨의 판단이 더 현실적인지 모르죠’라고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나는 그의 그 ‘현실적’ 태도에 매우 비판적이다. 그것은 단기적으로는 유리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진보진영에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도 “동아일보의 기사는 내 발언을 자극적으로 짜깁기해 언뜻 유 작가의 발언인 것처럼 비치게 만들어 놓았다. 유 작가를 비판하는 것도 좋고, 내게도 그를 비판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가 하지도 않은 발언 때문에 비난받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또한 동아일보가 유 이사장으로 발언으로 옮겨놓은 “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목 역시 자신의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정 사안에 대한 언급이라기보다는 강연주제의 요약, 즉 ‘포스트-트루스 시대’라는 디지털 문화의 일반적 경향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15일 동아일보의 또 다른 기사 ‘진중권 “조국 아들, 내 강의 들었다고 감상문 올려…아이디는 정경심”’ 기사에 대해서도 “조모군이 실제로 동양대 인문학 강좌에 참여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수료증과 상장을 받은 것은 사실로 알고 있다”고 밝히며 자신이 새로운 것을 폭로한 것처럼 과장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그러잖아도 유튜브니 뭐니 선동 매체들이 난무하는데, 기성 언론이라도 그 미망에서 깨어났으면 좋겠다”고 꼬집은 뒤 “중독성 강한 자극적 기사로 독자들 선동해서 광화문으로, 혹은 서초동으로 내모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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