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하루 내내 화제가 된 기사가 있다. 아이뉴스24 ‘삼성생명 기자실 냉장고의 딱딱하게 굳은 콜라’ 기사다. 총 9문단으로 구성된 글로, 앞 5문단이 서울 강남역 삼성타운의 ‘삼성 금융 통합 기자실’(기사에서는 삼성생명 기자실로 언급, 이하 ‘기자실’)에 가봤더니 냉장고에 콜라가 엎어진 채로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내용이다. 책상도 더러워서 물티슈로 닦았을 정도라고 써있다.

기사에 첨부된 사진에는 콜라가 엎어져 굳은 사진과, 책상 모서리에 쌓인 먼지를 손가락으로 쓸은 모습이 담겼다. 기사 뒷부분은 왜 ‘기자실이 더러웠는지’ 언급한 이유가 나온다. 수많은 항의에도 삼성 암보험 지급률이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라는 것. 기사는 기자실과 암보험이 “처음에는 삼성이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나중에는 관리가 소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썼다.

그러나 독자의 반응은 앞 5문단에 집중됐다. 기자실을 제공한 것만 해도 기업이 기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인데, 청소까지 해달라는 ‘갑질’이라는 것.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해당 기사 댓글을 보면 “공간을 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청소도 다 해줘야 하는가?”,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을 위해 회사에서 마련해준 공간이면, 그 공간을 깔끔하게 사용하는 매너도 필요한 것 아닐까요?”, “기자실에서 기자가 안 치운 것인데 기자가 치우세요”와 같은 댓글 일변도다.

▲아이뉴스
▲아이뉴스24의 ‘삼성생명 기자실 냉장고의 딱딱하게 굳은 콜라’ 기사 속 사진. 

기자들과 홍보팀 관계자들의 반응도 포털 사이트 댓글과 비슷했다. 한 기자는 “왜 저런 글을 써서 ‘기레기’라는 말을 듣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창피하다”라고 전했다. 기자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 등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다양한 방면으로 하루 종일 흘러나왔다.

홍보팀 관계자들이 정보를 나누는 단체 카톡방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한 기업의 홍보팀 관계자 A씨는 “기자들과 홍보팀은 함께 일하는 것인데 저런 기사를 보면 기자가 스스로 ‘갑’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또 다른 홍보팀 소속 B씨는 “기자실을 관리하는 미화원이 있어도 냉장고나 책상 위 같은 경우는 개인 물품이 많아 임의로 치우기가 애매한 곳인데 ‘관리’가 잘 안됐다는 지적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이 다른 반응으로는 홍보팀 관계자 C씨의 “어차피 기자실을 운영할 거면 좀 더 깨끗이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는 반응도 있었다.

아이뉴스24는 왜 이런 기사를 작성했을까.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사를 쓴 기자와 통화를 원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선년규 아이뉴스24 편집국장과 통화할 수 있었다.

선년규 편집국장은 1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기사의 핵심은 뒷부분”이라며 “앞부분만 읽고 기자 특권의식, 기레기 운운하시는 분이 있는데, 기자실 냉장고 건은 하나의 비유로 시작했다는 점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를 보면 (기자실을 비판하는) 분량이 절반 정도니까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기사의 분량에서 앞부분을 줄이고 뒤를 늘렸어야했는데 그런 부분 때문에 곡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 국장은 “기자실에 대한 언급은 비유로 생각했고, 이런 반응이 나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왜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기자실에 갔는데 기자실이 더럽다면 스스로 치우면 된다. 아니면 기자실을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혹은 기자실에 ‘콜라를 둔 기자는 스스로 치우세요’ 등의 공지를 붙일 수도 있다. 혹은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다면 부탁할 수도 있다. 다양한 해결 방법을 두고 ‘기자실을 관리하라’는 논리로 뛰어넘어 기사까지 작성했으니 논란이 된다.

다른 주장을 하기 위한 비유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한 비유다. 포털 사이트 한 댓글은 ‘당장 삼성은 기자실 청소를 해줄 거고, 암보험 문제는 신경도 안 쓸거 같다’라는 글이 달렸다. 실제로 기사가 나간 뒤 이날 오후에 ‘현재 삼성생명 기자실 대청소중’이라는 지라시가 돌았다. 깨끗이 치워진 기자실의 사진이 돌기도 했다. 인터넷 한 매체는 “역시 ‘관리’의 삼성.. 서울 삼성생명 기자실 반나절만에 환골탈태”라는 삼성 찬양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본질인 ‘암보험’이 아니라 비유인 ‘기자실’에 반응이 집중되게 만들었다. ‘실패한 비유’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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