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면서 파업권까지 확대된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조는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 2일 “정규직 시켜주고, 노조 파업권 확대도 들어준 서울대병원”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서울대병원이 1일 비정규직 6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전례 없는 파업권까지 대폭 인정해준 것으로 확인됐다”며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전환 하루 전날인 지난달 31일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서울대병원을 압박하자 사실상 노조에 백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2일 조선일보 보도.
▲2일 조선일보 보도.

조선일보는 이번 노사 합의로 서울대병원의 필수유지업무 비율이 기존보다 낮아진 응급실 70%, 일반병동 30%로 책정된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 안팎에서는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정규직 전환), 봇짐(파업권 보장) 내놓으라는 격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필수유지업무는 파업을 할 때 최소한 인원을 유지해 업무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이하 노조)는 2일 입장문을 내고 조선일보 보도를 반박했다.

노조는 “진실은 물에 빠뜨려 놓고(공공기관 외주화) 우리의 투쟁으로 헤엄쳐 나왔더니 (파업권 축소로) 물에 빠지기 전에 가지고 있던 봇짐까지 훔쳐가버린 것임에도 조선일보는 이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중환자실, 수술실, 일반병동 모두 정규직 전환 전에는 100% 인원 모두가 파업을 할 수 있었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파업권이 확대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폭 축소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9월 서울대병원 노사가 파견‧용역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 지난 9월 서울대병원 노사가 파견‧용역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기존 정규직 노동자 기준에서 보면 파업권이 확대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규직 전환 대상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청소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때는 필수유지업무가 아니라 파업이 가능했는데 병원측은 정규직 전환을 계기로 청소노동자들에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적용해 오히려 파업권이 축소된 것이다.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병원측이 청소노동자를 환자안전지원직이라는 직종을 신설해 뽑고 필수유지업무 적용을 하겠다고 요구한 점을 파업권을 제한하려는 시도로 비판해왔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노조는 “아무리 노동조합을 싫어하고 적대하는 언론사라고 해도 최소한의 객관성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을 비하한 것에 대한 정정보도와 더불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