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Mnet) ‘프로듀스X101’과 ‘아이돌학교’의 투표조작 의혹 및 10대-20대 지망생 혹사 논란의 핵심은 일부 제작진의 ‘일탈’이 아닌 무조노·성과주의 기반의 노동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31일 논평을 내고 “현재 가장 날카롭게 제기되는 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문제는 ‘시청자 투표’에 제작진의 개입과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전하면서 “조작을 지적하는 이상으로 CJENM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문제와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방송 노동 환경의 전면적인 개선과 방송 스태프와 연기자를 비롯한 방송 노동자 전반의 노동 인권 보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빛센터는 “‘아이돌학교’ 등의 제작진들이 연습생들의 토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강도의 야간-장시간 촬영을 밀어붙일 수 있던 배경에는 방송사 입맛대로 밤샘 촬영, 장시간 촬영이 가능한 방송 촬영 현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방송 노동 인권이 정착되지 않은 현장이기에, CJENM 엠넷 제작진들은 방송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이돌 연습생은 물론 이들을 촬영하는 방송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았다”는 것. 

▲CJ 본사. ⓒ연합뉴스
▲CJENM 본사. ⓒ연합뉴스

한빛센터는 “‘프로듀스X101’의 조작 논란 역시 CJENM의 방송 노동자들이 자사에서 저지르는 비행과 문제에 대해 소신 있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이 자리 잡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으며 “지상파 방송국들처럼 강고한 노조가 형성되었다면, 노조의 정기적인 감시 활동을 통해 충분히 내부적 차원의 문제 해결로 사건이 마무리되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무조노’로 회사가 운영되며 ‘성과만능주의’가 만연한 결과 제작진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엠넷에서 오디션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전·현직 관계자들은 부당한 노동 환경과 비인간적 제작환경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수년 전 tvN 이한빛PD는 비참한 CJ의 노동현실을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빛센터는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열악하며 노동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환경은 필연적으로 어두운 뒷모습을 만들고, 이번 조작 논란은 그 뒷면을 매우 극명하게 대중에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이번 조작 논란을 특정 제작진의 문제로 책임을 미루는 대신, 지속적으로 아이돌을 비롯한 아동-청소년 연기자와 방송 스태프의 노동 인권을 침해했던 방송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방송 노동 환경이 정착돼야 건강한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 있다”며 “CJENM이 드라마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한 모든 방송 장르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제대로 존중하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프로듀스X101’ 제작진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네 차례 진행했으며 조만간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MBC는 ‘프로듀스X101’으로 데뷔한 ‘엑스원’ 멤버 가운데 순위조작 정황이 포착된 사람이 최소 3명이라고 보도했다. 경찰은 제작진과 연예기획사 간의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넷은 프로그램 관련자들의 형사처벌 선에서 이 사건을 끝내고 싶어 하며 직원들 입단속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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