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선거방송에 청각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막이나 수어통역을 제공하라고 했다. 또 인권위는 다양한 당내 선거시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30일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A유선방송사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신문사 등과 공동으로 제작비를 조성해 20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또 같은해 5월21일부터 6월12일까지 광역권 후보자 초청 토론회 4회, 기초권 후보자 초청 토론회 3회를 방송했다. 

A방송사는 방송법상 장애인방송을 하는 사업자였지만 해당 방송에서 자막·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 A방송사는 청각장애선거인을 위한 시청 편의 서비스를 위해선 녹화 후 추가 제작 작업이 필요했으나 동시 다발적으로 토론회가 진행돼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고 지역 유선방송사업자가 수어통역 전담요원을 토론회 스케줄에 맞춰 섭외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방송법 69조 8항을 보면 방송사업자가 장애인 시청을 도울 수 있도록 한국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을 하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가 장애인방송을 하는 데 필요한 경비, 장애인방송을 시청하기 위한 수신기 보급에 필요한 경비 전부나 일부를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다”며 “자막·수어통역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향후 지방선거 등 선거방송에 청각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막·수어통역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 2017년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 오른쪽 아래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JTBC 갈무리
▲ 2017년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 오른쪽 아래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JTBC 갈무리

 

인권위는 이날 다른 결정문에서 정당 내 선거에서도 장애인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시각장애인 투표에 필요한 편의제공 요청을 거부한 행위는 차별”이라며 “향후 다양한 당내 선거 시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이 사건을 진정한 시각장애인은 지역 순회경선 하루 전날 국민의당 B도당에 전화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통지원, 보조인, 투표보조용구 등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B도당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국민의당은 인권위에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 일정이 너무 촉박하게 추진되다보니 준비할 시간이나 여력이 부족했다”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실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그러나 투표참여를 원하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제공을 요청할 것을 사전에 공지하는 방법 등으로 소요 수량과 편의제공 내용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경선 일정이 촉박했다는 사정만으로 특수투표용지 등을 제작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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