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취재기자로 일한 9개월 여간 다룬 젠더 이슈 기사는 45개, 한 달 5개 꼴이다. 문화계 미투 사건들부터 직장인 여성들 성차별 경험, 여성 임신중절권,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추모제, 공직사회 남녀동수 운동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지난해 연속 보도한 ‘게임회사 여성직원’ 기획은 제20회 양성평등 미디어상 최우수상으로 뽑혔다. 한 게임회사 여성직원이 여성단체 SNS 계정을 팔로우한 이유로 대표와 면담한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태를 조명했다.

젠더는 박정훈(33) 오마이뉴스 기자의 오랜 관심 분야다. 2015년 오마이뉴스 편집부에 입사했고 그 중 1여년은 사회부 기자로 일했다. 대학생 때 독립언론 기자를 할 때도 동료들과 페미니즘을 다뤘고 그 전 학창시절 때부터 “페미니즘이 옳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을 운 좋게 만나 함께 고민하면서” 자연히 페미니즘이 자신의 가치관이 됐다. 시민기자가 쓴 젠더 이슈 기사를 발굴해 편집하고, 페미니즘 관련 이슈를 취재해 기사를 쓰는 일은 가치관을 실천하는 과정 중 일부다.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서적 표지. 사진=박정훈 기자 SNS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서적 표지. 사진=박정훈 기자 SNS

 

지난 9월25일 출간된 저서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도 같은 결과물이다. 2017년부터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페미니즘 관련 글 50개를 모아서 300여쪽의 에세이집으로 냈다. 책은 일부 대형서점에서 아직 ‘주목할만한 신간’ 매대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기자는 “거칠게 말하면, 여성혐오가 일상화된 남성문화를 고백하고 남성들이 이를 반성하고 변화하면서 페미니즘을 실천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이란 제목도 반성을 함축한다. ‘평등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착각하는 남자,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남자, 여성을 여성성의 굴레에 가두려는 남자 등 가부장적 남성성의 집약체를 뜻한다.

책엔 대중문화 비평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박 기자는 E채널 프로그램 ‘내 딸의 남자들’의 구성방식을 두고 “딸을 아버지의 소유물로 여기는 가부장제 인식을 개그코드로 삼았고 남성의 무례함을 박력이나 호감에 의한 장난으로 묘사했다”고 비평했다. “산이 씨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는 꼭지는 래퍼 산이가 쓴 여성혐오 코드의 가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언론계를 다룬 글도 있다. 그는 “언론계에도 채용 성차별이 있지 않을까”라고 운을 뗐다. 언론사 입사 필기·실기 전형에선 여성 지원자가 월등히 많은데 최종합격자를 보면 성비가 1대1이거나 남성 비율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다.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사진=박정훈 기자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사진=박정훈 기자

 

2016년 이후 페미니즘 이슈가 부각되면서 보도량도 증가했다. 그 중엔 페미니즘 자체를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요소로 다루거나 ‘여성 상위 시대에 남성이 더 차별받는다’는 억울함을 그대로 전한 기사도 상당했다. 그는 “착시효과”라 말했다. “당장 성별 임금 격차, 국회의원 수, 공기업·대기업 성별 취업률 등에서 남성이 월등히 높은데, 보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본 결과”라는 것이다. 예로 여경 채용 비율 확대 정책에 ‘여성 특혜’라는 비난이 쇄도했으나 불과 2017년 1차 시험 때 남성 경찰 경쟁률이 35.5대 1이었다면 여성 경찰 경우 117대 1이었고 2~3배 차이 나는 경쟁률은 2018년 이전까지 일반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여경 채용을 늘릴 때 남경 채용 역시 늘었다.

박 기자는 “언론이 착시효과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문제”라며 “2015년 이후 페미니즘 열풍 현상을 젠더 갈등으로만 보는 보도도 문제가 있다”고 평했다. 그는 “그동안 침묵했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열풍이 부는 것이고 이는 성평등을 추구하는 과정”이라며 “페미니즘을 갈등의 축으로 두고 남성 혐오도 있고 여성 혐오도 있다고 전하는 식의 보도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갈등을 부추기는 효과를 더 낸다”고 비판했다.

젠더 이슈를 주로 여성기자들이 다루는 것과 관련해 그는 “남성 기자의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남성 기자들도 충분히 적극적으로 취재할 수 있다”며 “젠더 이슈는 여성기자의 것이란 틀이 갖춰지는 건 또 하나의 고정관념이 될 수 있고, 이를 벗어나야 젠더 이슈가 보편 의제로 더 활발히 다뤄질 수 있지 않을까”라 밝혔다.

박 기자는 “지금까지 해왔듯 기자로서 꾸준히 젠더 이슈를 다룰 것”이라며 “지금은 저임금, 고용불안, 유리천장, 채용 성차별 등 여성이 생애를 통틀어서 겪는 성차별적 산업 구조에 관심이 많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여성의 목소리를 독자에게 전달할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 더 많은 남성 기자들이 같이 공부하고 성찰하면서 젠더 이슈를 다루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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