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등 법쟁 분쟁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한 ‘2018 언론관련판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각급 법원에서 선고된 판결 중 언론보도 등을 인한 법익 침해를 이유로 언론사와 언론인을 상대로 제기된 민사소송 판결은 총 224건이 수집됐다. 이 가운데 명예훼손 소송이 183건으로 81.7%를 차지했다.

언론중재위원회 분쟁에서도 대다수 분쟁이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다. 17일 한국언론진행재단이 주최하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언론보도와 법적 분쟁’ 경력기자 전문연수에서 여운규 언론중재위원회 교육팀장은 분쟁의 대략 95%가 명예훼손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언론중재위원회 분쟁 유형별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94.7%의 분쟁이 명예훼손 사건이다. 그 외 초상권 관련 분쟁은 3.3%였고 사생활 침해 분쟁은 0.2%였다. 2016년에도 명예훼손 분쟁이 93.8%, 2015년에는 93.6%로 분쟁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명예훼손 사건의 주요쟁점은 형법 307조 등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행위’에 해당되느냐다.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은 △당사자 특정 △사실의 적시 △사회적 평가 저하 여부다. 여 팀장은 “실명을 적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명을 적지 않더라도 사건이 발생한 지역, 피의자의 직업, 나이, 성별 등을 특정했을 때 사실상 실명보도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면 당사자가 특정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2009년 2월26일 대법원 판례에 따라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당사자가 특정됐다고 본다. 2015년 5월26일 대법원 판례에서는 “원고를 알고 있는 사람이 원고를 지목하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이라는 사례가 있기도 하다.

여 팀장은 “명예훼손 구성요건의 두 번째인 ‘사실의 적시’는 해당 문장이 진실이냐 아니느냐를 따지는 것이라기보다 ‘의견’이냐 ‘사실’이냐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설이나 칼럼 등에서 의견이 들어가는 문장은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이 아닐 수 있지만 스트레이트 기사 등에서 육하원칙 등이 들어간 문장 등을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있다. 당사자가 특정되고, 사실이 적시돼있으며 사회적 평가 저하가 됐다면 명예훼손이 구성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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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가 명예훼손이 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2018 언론관련판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제기된 손해배상청구 335건 중 기각(원고 패소)된 194건의 침해유형별 기각 사유를 살펴보면 명예훼손의 경우 보도의 공익성 및 진실성이 인정돼 기각된 경우가 53건(27.3%)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보도의 공익성 및 진실성과 상당성이 모두 인정돼 기각된 사례가 37건(19.1%)이었고, 공익성과 상당성이 인정된 경우가 34건(17.5%)이었다.

이처럼 명예훼손이 구성되더라도 면책이 되려면 △공공성 △진실성 △상당성이 충족돼야 한다. 공공성이란 ‘공공의 이익에 대한 보도인가’, ‘국민들이 알아야 할 내용인가’에 따른 것이다. 진실성이랑 보도가 진실에 부합하느냐에 대한 것이며 만약 보도 가운데 허위 사실이 있으면 상당성을 보게 된다.

상당성이란 보도의 내용 중 허위 사실이 있더라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근거자료를 사용했거나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취재 및 조사가 있다면 충족되는 요소다.

여 팀장은 상당성 확보에 대해 반론 취재를 강조했다.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취재’라는 조건에서 기사에 등장하는 이에게 반론을 받았거나, 반론을 받으려했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특히 사건 보도에서는 ‘속보’를 이유로 피의자의 반론을 받지 못할 경우가 많다. 대부분 기자들은 피의자가 구속된 상황에서 기사를 송고하기에 피의자의 반론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여 팀장은 “아주 급박한 사건의 경우가 아닌 경우에는 보도 시점을 늦추더라도 반론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며 “언론 보도관행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영국의 경우 범죄 기사들의 첫 보도가 나가는 시점이 재판 하루 전날인 경우가 많다. 다음날 특정 법원에서 첫 재판이 열린다는 식의 보도들이다. 반론을 받지 못할 때는 보도 시기를 늦추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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