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설리(본명 최진리)가 14일 오후 사망했다. 사망 소식 후 자극적인 클릭 유발 기사와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지키지 않는 보도가 계속됐다. 자극적 보도에 독자들과 시민사회 비판이 제기됐지만 수준 이하 보도들이 반복되고 있다. 

언론계 내부에선 클릭수로 기사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과 연예인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는 언론 관행을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이 나온다. 

설리 사망 소식 직후인 오후 5~6시 보도된 서울신문, 헤럴드경제, 톱데일리, 국민일보 기사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신문의 “[속보] 경찰, ‘설리 자택서 사망신고 접수…확인 중’” 기사 등은 설리 사망 신고 접수 소식에 생전 설리가 구설에 올랐던 노출 사진을 첨부했다. 

이 같은 사진을 사용한 것에 대해 누리꾼 비난이 쏟아졌고 각 언론사는 기사 사진을 바로 수정했다. 

▲연예인 설리. 출처=설리 공식 홈페이지.
▲연예인 설리. 출처=설리 공식 홈페이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4일 논평에서 “사진에 누리꾼 비난이 이어지니 4개 매체가 모두 사진을 바꾼 상태”라며 “자사 홈페이지와 포털 인링크에서 볼 수 있는 기사 사진만 바뀌었을 뿐 포털에 뉴스를 검색했을 때 보이는 썸네일은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최근 논란이 됐던 사진을 쓰겠다는 발상을 한 기자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저널리즘을 넘어 도의적 차원에서 봤을 때 용납할 수 없는 몰상식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예로 월간조선은 14일 기사 제목(“연예인 설리, 자살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에 ‘자살’ 단어를 넣었다. 자극적 단어 사용 대신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따라 ‘숨진 채’, ‘사망’이란 표현으로 보도하는 것과 상반된다. 월간조선은 이 보도에서 설리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월간조선은 해당 기사 제목을 현재는 ‘연예인 설리, 극단적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으로 수정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을 사용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구체적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아야 하고 고인 인격과 유가족 사생활도 존중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의 빈소 공개와 마이데일리, 더팩트 등의 구급차 사진 보도도 비판을 받았다. 설리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유가족이 조용히 장례를 치르길 원하며 빈소 및 발인 등 모든 장례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빈소는 언론에 공개됐다. 현재는 SM엔터테인먼트가 팬들의 추모를 위한 별도의 빈소를 공지한 상태다. 

설리 시신을 수습한 구급차가 찍힌 보도는 지난해 7월 노회찬 전 의원이 사망했을 때를 떠오르게 했다. 당시 TV조선은 노 전 의원의 주검 이송 장면을 생중계했다. 

▲더팩트의 보도.
▲더팩트의 보도.

한 연예 매체의 A기자는 “클릭수가 곧 조회수다. 욕을 먹어도 ‘어그로’를 끌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조회수가 편집국의 주요 평가 요소인 이상 이런 보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매체의 B기자는 “특정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문제적 보도를 바로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언론들이 어떤 기사를 관행적으로 써왔는지 봐야 한다”며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연예인에게 악플을 달 수 있도록 먹잇감 같은 기사를 생산한 언론들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B기자는 “연예인들의 SNS 등을 퍼 나르며 ‘논란’을 유발하는 기사를 독자들에게 바치는 것이 언론 역할인가”라고 지적했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다음 전화번호로 24시간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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