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친기업 특히 친삼성 행보가 늘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연설을 통해 공개적 감사의 인사를 표한 데 이어 삼성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 약속에 감사인사다.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9번째 만남이자 대통령의 세 번째 삼성전자 공장 방문이다. 임기 절반도 안된 정부에서 대통령이 특정기업 공장만 국내외를 돌며 세 차례 격려방문과 응원메시지를 내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대법원이 뇌물혐의와 제3자뇌물혐의까지 인정해 다시 재판을 받으라고 명령한 형사피고인 이재용 부회장을 9번이나 만나는 것을 단지 경제활력을 위한 행보라 보기 어렵다.

미디어오늘을 포함해 여러 언론이 이런 행보를 비판했다. 그러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재용 부회장만 부각시켜 대통령께서 왜 그곳까지 갔는지 전달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직접 충남까지 행보한 이유는 대기업인 삼성과 소재, 부품, 장비 중소기업 간 ‘공동개발, 우선구매’를 강화하겠다는 협약 체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고 대변인은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 강화를 해내겠다는 목표가 가시적으로 이루어진 의미있는 순간”이라며 “그래서 렌즈를 만드는 ‘그린광학’이란 업체의 상생협력 성공사례 발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 대변인은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잦은 이재용 접촉 뿐 아니라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친삼성 친기업으로, 노동정책의 후퇴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진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톨게이트 수납원을 없어질 직업이라고 노골적인 비하적 표현을 써 논란을 낳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탄력근로제 추진에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노동정책이 후퇴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두고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서 대규모 자동차를 생산하는 독일, 일본, 미국, 한국 등의 거대기업도 자신을 못한다며 자율주행차에 뛰어든 구글이나 애플이 만들려는 것은 자동차의 개념이 아닌 통신이나 데이터를 포함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돌연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들 얘기를 꺼냈다. 그는 “톨게이트에서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느냐”며 “자동차산업이 어떻게 될지 자신할 수 없듯이, 그런 인식을 저는 개인으로서의 노조원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개별 회사가 해결할 수 없는 큰 도전이 오는 것에 노와 사가 합심하지 않으면 감당을 못한다”며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원, 노동자하고, 개인이나 집단으로서의 노조가 다른 이해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노동시간을 어차피 줄여나갈 텐데 노동자 개인이든 노조 조직이든 냉정히 생각하면 동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친대기업 행보라는 지적에도 대기업 현장을 찾아가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의에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면서 이 정부가 출범했지만 노동은 어떤 힘의 열의에 있어서 존중을 못 받고 있는 부분을 균형되게 하면서 더 존중 받도록 한다”면서 “기업의 혁신 문제나 글로벌 시장에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고, 확대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세금도 내는 등 기업이 갖는 중요성이나 의미는 그 자체로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행보라고 이해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정의당은 이런 문 대통령의 친삼성 행보와 노동정책 후퇴를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1일 “청와대는 재판과 투자 독려는 별개라고 했습니다만 희대의 국정농단 가담 혐의를 받아 재판 중인 기업 총수를 3년도 안된 짧은 기간에 무려 9번이나 면담하는 것은 민심에도 벗어나고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친 삼성 행보가 특별히 국민에게 실리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국정의 난맥을 친재벌 반노동으로 돌파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의 삼성 방문이 조국 사태로 불거진 국정 난맥을 돌파하기 위해 친재벌 반노동 행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반문했다.

같은 당의 김종민 부대표도 “이어지는 기업프랜드리 행보에 국민들은 도대체 어느 시절 정부를 보고 있는 것인지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며 “매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은 △지난해 7월9일 대통령의 인도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 준공식 시찰 △같은해 9월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동행 △올해 1월2일 ‘2019 기해년 신년회’ △1월15일 ‘2019 기업인과의 대화 II’ △2월22일 모디 인도총리 오찬 △2월27일 UAE 왕세제 오찬 △4월30일 대통령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방문 △6월26일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오찬 등과 이번까지 모두 9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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