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지율을 매달 두 배씩 불리는 앤드루 양(Andrew Yang)은 국내 언론에서 대체로 공약인 기본소득으로 주목받는다.

앤드루 양의 대표 공약은 18세 이상 성인에게 매달 1000달러(약 120만원)씩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이다. 자동화로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드는데 그 혜택은 아마존과 같은 소수 기업이 독점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기본소득을 지급해 창의적인 활동이 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많은 사회문제가 해결된다는 아이디어다. 

앤드루 양은 대만계 미국인으로 정치·행정 경험이 없지만 지난 6월 지지율 1%로 시작해 지난달 지지율 8%를 기록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등이 그를 지지하며 국내 언론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포퓰리스트’, ‘미국판 노무현 되나’(조선일보) 등 다소 냉소하는 관점도 있다.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앤드루 양. 사진=앤드루 양 페이스북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앤드루 양. 앤드루 양의 팬모임을 '양갱(Yang Gang)'이라고 부르는데 MATH라고 쓴 모자를 쓰고 이들과 함께한 모습. MATH는 Make america think harder의 약자이자 그가 트럼프와 달리 수학을 좋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진=앤드루 양 페이스북

중요한 건 기본소득은 앤드루 양이 진단한 사회·경제 문제의 최종 해결책이 아니란 점이다. 

그가 말한 ‘일자리를 잃은 화물차 기사’ 이야기를 보자. 화물기사는 자동화에 밀려 일자리를 잃었지만 기본소득과 2022년에 제정된 ‘화물차기사 전환법’에 따라 받은 집 덕분에 지낼 만하다. 어느날 기사에게 메시지가 왔다. “이웃주민이 가스통을 교체하는데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와줄 수 있나요?” 그가 “예”라고 보낸 뒤 일을 끝내자 ‘사회신용 100포인트’가 적립됐다. 이 포인트는 화폐처럼 쓸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타임뱅킹(Time Banking)’이란 이름으로 미국 내 200개에 이르는 공동체가 현재 시행하는 제도를 바탕으로 했다. 봉사활동으로 신용포인트를 쌓고 포인트를 필요한 곳에 쓰는 제도, 즉 시간을 교환하는 제도다. ‘타임뱅킹’은 케네디(Robert F. Kennedy)의 연설원고 작성자였고 빈곤퇴치 운동가로 활동한 법학교수 에드거 캔(Edgar S. Cahn)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낸 방안이다. 

캔 교수는 미국인들이 세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고 했다. 첫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저소득층의 접근 불평등 심화, 둘째 가정·이웃·공동체 재건에 필요성이 야기된 사회문제 증가, 셋째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 프로그램에 대한 환멸의 심화 등이다. 대안으로 내놓은 ‘디지털 사회 신용(Digital Social Credits, DSC)’으로 새로운 경제체제와 사회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제안이다. 

그동안 시장은 GDP라는 낡은 기준으로 일부 활동에만 값어치를 부여했다. 반대로 양육·예술·봉사·환경보호 등 우리가 사는데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을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해왔다. 그 결과 시장경제는 끊임없이 ‘넌 얼마짜리냐’고 묻고 있다. 돈 되는 일이 아니라도 각자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바꾸자는 게 앤드루 양의 목표다. 시장이 인간과 사회를 위해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본소득은 사회전체를 빈곤선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디지털 사회 신용’은 공동체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사회부패를 파헤친 기자, 도시를 아름답게 한 예술가, 전력망의 보안을 강화한 해커에게 사회신용 포인트를 제공할 수 있다. 시장 논리가 사회지도층을 포획하지 못하고, 인간의 이익을 희생시켜 자본을 이롭게 한 사람을 단죄하는 등의 방안이 자연스레 뒤따른다. 앤드루 양은 이를 ‘인간적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이미 미국에선 수차례 기본소득을 논의했다. 토머스 페인이 1796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67년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69년에 이를 주장했다. 1971년 입법화될 뻔했고, 이후에도 기본소득 필요성이 제기됐다. 알래스카 주에선 석유판매수익으로 이미 시행 중이다. 미국은 아직 부가가치세를 걷지 않는데 앤드루 양은 부가가치세를 재원으로 제안했다.

▲ 앤드루 양 선거캠프 홈페이지 첫 화면. 대표적인 공약인 보편적 기본소득을 그는 'Freedom dividend(자유배당)'으로 부른다.
▲ 앤드루 양 선거캠프 홈페이지 첫 화면. 대표적인 공약인 보편적 기본소득을 그는 'Freedom dividend(자유배당)'으로 부른다.

어차피 정부는 힘든 곳에 대가없이 돈을 뿌려왔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는 양적완화라며 4조 달러 넘게 돈을 찍어 은행에 풀었다. 금리를 잡았지만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었다. 앤드루 양은 “대부분 돈이 은행 자산으로 편입돼 자산거품만 부풀렸고 그 틈을 타 부자가 된 사람도 많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에 돈을 푼 이유는 사람보다 기관을 훨씬 더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에게 직접 기본소득을 주면 곧바로 생활비로 시장에 풀린다. 노동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지만 매달 1000달러(약 120만원) 준다고 직장을 관두겠다는 사람을 실제로 찾긴 어렵다. 앤드루 양은 상위 중산층 가정 자녀들은 ‘부모 기본소득’을 받는다는 우스갯소리를 전했다. 부모에게 생활비 일부를 보조받는데 이들의 노동윤리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라는 지적이다. 
 
앤드루 양의 이런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법과 정반대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원인을 이민자로 규정하고 그들을 적으로 돌렸다. 하지만 앤드루 양은 일자리가 줄어든 원인은 기술발전이라고 각종 통계로 반박했다. 트럼프가 이긴 이유는 오하이오, 미시건, 위스콘신, 미주리 등 수백만 일자리가 줄고 있는 중서부 경합주에서 승리했기 때문인데 이민자를 적으로 돌려도 그곳에서 일자리가 늘진 않는다. 

앤드루 양이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지난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최근 지지율 1위를 점하며 최초 여성대통령 자리에 한발 다가간 엘리자베스 워런 등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쉽게 그만두진 않을 전망이다. 극우에 가까운 백인 공화당 후보 역시 선거 전엔 대통령이 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평등으로 사회 전반에 퍼진 사회불안을 해결하려는 민주당 후보들의 정책 경쟁에서 앤드루 양의 역할이 적지 않아 보인다.  

※ 참고문헌 
앤드루 양, 보통 사람들의 전쟁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