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인터뷰가 검찰에 넘어갔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의혹 제기가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57)씨의 자산 관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경록(37)씨에 대한 KBS 인터뷰 내용과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이 진의를 왜곡하고 검찰과 내통한 정황이 짙다는 주장과 저널리즘 원칙을 위배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지난 10월10일 방송된 KBS 뉴스9 방송 갈무리.
▲ 지난 10월10일 방송된 KBS 뉴스9 방송 갈무리.

 

인터뷰 왜곡 논란의 시작점

첫 번째 논란은 KBS가 김경록 자산관리인의 인터뷰를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KBS 법조팀은 블라인드 펀드라 투자처를 모른다고 했던 정경심 교수가 2017년 초 자산관리인에게 먼저 코링크 투자 제안서를 들고 왔다는 증언을 지나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11장짜리 KBS 인터뷰 녹취록을 보면 대부분 질문이 정 교수의 코링크 투자에 대한 내용이다. 당시 KBS 법조팀은 코링크 투자가 직접 투자 성격이었는지 그것이 곧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에 해당하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던 것으로 보인다. KBS 취재 기자는 ‘정 교수가 코링크 제안서를 들고 왔다’는 건 흔들릴 수 없는 사실로 판단하고 곧 정 교수의 범법 행위로 연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도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경록씨 입장에선 자신이 전달하려고 했던 주장 취지가 왜곡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 KBS와 인터뷰에서 김경록씨는 “블라인드 펀드가 아예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펀드는 아니에요. 블라인드 펀드 핵심은 눈을 감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지금 앞으로 투자할 게 뭔지 정하지 않고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개념이거든요. 그쪽 회사에서도 아무래도 교수님한테 ‘뭐에 투자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던 것 같고”라고 말한다. 

또 KBS 기자가 “사모펀드가 직접 투자가 아니라서 공직자가 할 수 있는 것이고 조국 장관 쪽에서도 직접 투자가 아니었고 투자처를 전혀 몰랐다고 하시잖아요. 근데 블루펀드의 투자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WFM에 대해서 교수님이 먼저 말씀을 하시고, 또 친척 분이 운용하셨다고 하면, 전문가가 보기엔 이게 직접 투자가 아닌 게 맞는 상황인지”라고 묻자 김씨는 “직접투자라고 말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들고요”라며 “블라인드 펀드라고 해서 그 사모펀드 운용하는 사람이 아무것도 얘기를 안 해주진 않아요”라고 말한다. 

KBS 기자는 “코링크는 어쨌든 정 교수님이 먼저 듣고 오셨던 투자처였고요”라고 재확인하면서 관련 증언이 기존 조국 장관 및 정 교수 입장과 배치되고 현행법 위반 가능성에 주목했지만 정작 인터뷰 대상이었던 김경록씨는 블라인드 펀드 개념을 설명하며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을 한 것이다.

26쪽짜리 유시민 이사장과의 인터뷰 녹취에서도 김씨는 “사모펀드 관련해서 조국 장관님이 정말 모르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고 가서 인터뷰를 했죠”라며 “그런데 결국에는 이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KBS는 김씨 인터뷰 내용 가운데 중요 증언을 뽑아내고,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보도하는 게 정통 저널리즘 기법이라고 했지만 코링크 제안서를 들고 왔다는 팩트만 주목한 나머지 인터뷰이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인터뷰 왜곡 논란의 시작점이다. 

성재호 KBS 사회부장과 조태흠 법조반장이 김경록 자산관리인과의 인터뷰 성격을 밝힌 대목도 차이가 있다. 성재호 사회부장은 “애초부터 출연이 아니었다. 인터뷰 구성물도 아니고, 취재였다”고 했지만, 조태흠 반장은 “김 PB 신원을 확인한 뒤 접촉을 위해 본인과 변호인을 설득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했고, ‘사실관계만 있는 그대로 말해 달라’는 며칠에 걸친 설득 끝에 9월10일 인터뷰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김경록씨 입장에선 KBS 인터뷰를 어렵게 허락했고, 1시간가량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충분히 자기 뜻이 보도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법하다. 

검찰과 내통이라고?

김씨 증언을 검찰에 확인하는 과정을 ‘내통’이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 언론은 주요 증언을 검증하기 위해 교차 확인을 거친다. 유시민 이사장은 김씨 증언을 왜 검찰에 확인해야 하느냐고 되물었지만 KBS는 정 교수 측 변호인에게 김씨 증언 진위를 확인하려고 했다.  

이번 논란은 인터뷰 전문을 통째로 넘겼다는 주장과 검사 컴퓨터 대화창에 KBS 인터뷰 내용이 공유돼 있었다는 내용 때문에 파장이 컸다.  

▲ 지난 10월8일 올라온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튜브’ 갈무리.
▲ 지난 10월8일 올라온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튜브’ 갈무리.

 

김씨는 유 이사장과 인터뷰에서 “제가 KBS에서 인터뷰를 하고 들어왔는데 그 인터뷰를 한 내용이 검사 컴퓨터 대화창에....KBS랑 인터뷰할 때 털어놔. 무슨 얘기 했는지. 조국이 김경록 집까지 쫓아갔대. 털어봐.. 그런 내용을 우연찮게 보게 됐어요. 지금 내가 KBS 인터뷰하고 왔는데 조국 교수님이 우리 집까지 찾아왔다고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그런 얘기까지 했다고 그걸 지금 털어보라고 그러고”라고 말했다.

검사 대화창으로 KBS 인터뷰 내용은 물론 인터뷰에서 하지 않았던 내용까지 언급돼 있었다는 주장에 비춰보면, 대중들이 검찰과 언론 유착 의심을 갖는 게 터무니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유 이사장이 ‘KBS’라는 이름을 공개하고 검찰과 내통했다는 일방 주장을 방송에 내보낸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 

KBS가 공개한 인터뷰 녹취록 전문에 ‘조국 장관이 김경록씨 집을 찾아갔다’는 내용은 없다. 어디까지나 의혹인 내용을 KBS로 단정 짓고 검찰과 내통했다고 비난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 

KBS 내부 갈등 격화

KBS 내부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조사위원회와 현 법조팀을 배제한 특별취재팀을 꾸리겠다는 KBS 입장은 보도본부 소속 기자들을 분노케했다. 외부 인사가 포함된 조사위는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의도지만 기자들을 믿을 수 없고, 보호할 뜻이 없다는 시그널을 내부에 주면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10일 오후 급하게 성명을 낸 것도 기자들 반발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KBS 법조팀 전원은 KBS본부 조합원이다. KBS 본부는 “이번 사태 직후 사측은 취재 기자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외부 조사위원회 구성과 특별취재팀 구성을 발표했다. KBS본부는 이 같은 결정이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불신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며 “편성규약에 의한 보도위원회와 단체협약에 의한 공정방송위원회라는 내부 기구가 있는데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 구성을 발표한 것에 심히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에 대한 불신 답 찾아야

‘김경록씨는 왜 유시민 이사장과 인터뷰하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언론계도 고민해야 한다.

김씨는 유 이사장과 인터뷰에서 언론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유시민 이사장을) 믿으니까 왔다. 갈 데는 많았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제가 제일 지키고 싶은 게 뭔지, 그리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얘기를 해 줄 사람이 누군지, 고민했을 때 정말 처음부터 뵙고 싶었다”며 “사실은 청문회할 때 조선일보 가려고 그랬다. 거기 가서 얘기하면, 안 받아주면 다른 데 가고, 생각을 했는데 언론사들은 또 그 사람들이 먹고 사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정 교수가 조 장관과 김씨가 있는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이 우릴 배신했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에 김씨는 와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제가 기사 중에 정경심 교수님이 윤석열 총장한테 배신당했다. 그런 얘길 했다는 게. 그것도 무슨 얘기냐면 제 핸드폰 검색 기록에 검찰 배신, 윤석열 총장 배신, 이런 것들이 있었어요. 어떤 얘기가 나왔냐면 한쪽에선 검찰총장이 배신했다. 한쪽에선 검찰총장이 정치를 한다.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었으니까. 저도 증권사에 있던 사람이고, 그런 이슈들이 궁금하긴 했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을 김씨가 찾은 것이 자신에 유리한 입장을 확산시키려는 전략적 행위일 순 있지만 그 바탕에 정통 저널리즘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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