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6일 아시아경제는 “일경제침략특별위원회 맞대응 이어도 비행정보구역 회수 검토”라는 제목으로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특별위원회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에 이은 극일 안보카드로 이어도 인근 비행정보구역 회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관련 보도는 온라인 뿐 아니라 지면 스크랩 서비스에서도 사라졌다. 해당 기사가 삭제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시아경제는 해당 보도에서 최재성 일본경제침략특위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가 맞대응 카드로 항공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며 “최 위원장이 말한 항공카드란 이어도 인근 비행정보구역 회수를 말한다”고 밝혔다.

제주남단 항공회랑(이어도 남쪽 50km 지역)은 동경 125도 기준 우리나라 비행정보구역이지만 한국과 일본, 중국의 관제가 뒤섞인 비정상적 구조의 항공 구역이다.

아시아경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르면 관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공역 담당국가가 관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돼 있다며 국토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제주 남단 항공회랑의 안전 강화를 위해 중일 양국, ICAO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일 협상 카드로 꼽히는 문제에 대해 국토부가 나서 관련 진행사항을 공식 확인해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ICAO와 중국에선 항공안전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정부가 관제권을 가져오는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일본 정부는 관제권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아시아경제 기사는 현재 기사가 삭제돼 볼 수 없는 상태다.

▲ 지난 8월 16일자 아시아경제 기사(오른쪽)가 삭제된 모습.
▲ 지난 8월 16일자 아시아경제 기사(오른쪽)가 삭제된 모습.

이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무소속 의원은 “항공회랑 회수 등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대일 협상 진행사안이 어떠한 연유로든 외부를 통해 언론 등에 공개됐다면 국토부의 심각한 공직기강 해이”라며 “협상에 악영향을 끼치고 결과적으로 국익에 해가 됐다면 국토부 스스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일본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문제는 국토부 장관의 브리핑에서도 혼선을 빚었다. 지난 9월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제주남단 항공회랑 안전확보를 위한 당사국 협의에 일본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응할 것”을 촉구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윤영일 의원실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정작 기자와의 질의 응답은 권아무개 항공정책실장에게 떠넘겼고, 여론의 비난이 일자 대변인실 명의로 사과까지 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실에 따르면 아시아경제 보도와 관련해 국토부 담당자는 “대외 협상에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당시 어떤 경로로 일본 등과 협상 중인 사안이 외부로 공개돼는지 모르겠다. 외부 유출자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업무설명을 통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제주남단 항공회랑의 비정상적인 관제 문제로 지난해 7월과 올해 6월 두차례나 여객기 충돌이 발생할 뻔 했다”면서 “대형 항공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장기적으로 우리 정부는 항공회랑 회수 등 관제권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제주남단 항공회랑 문제는 후속 취재를 통해 국토부로부터 확인을 한 것이며 기사가 삭제된 것은 민주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최재성 위원장 등과 기자들이 오찬를 하는 중에 대일 카드로 ‘항공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해서 이게 무엇인지 후속 취재를 했고 국토부에 항공회랑 문제가 추진되고 있는 사안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국토부에서 협상 중이라고 민감하다는 얘기는 했지만 기사 삭제 요청을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는 “기사가 나가고 민주당 쪽에서 연락이 왔다. 전날 8월 15일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냈는데 다음날 이런 톤의 기사가 나가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수차례 전화가 왔다. 민주당의 요청 사항을 데스크와 논의했고 삭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