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최근 마을버스 운영 업체에 재정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적자 지원액 산정에 시민사회 관리·감독을 명시하지 않고, 지원 한도도 규정하지 않아 도덕 해이를 부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6일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 등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켜 공표를 앞두고 있다. 새 조례안은 2년마다 외부기관이 버스운행비용을 추산해 ‘기준운송원가’를 산정하고, 업체가 적자를 보면 이 기준운송원가와 비교해 부족분을 지원하도록 했다.

현행 마을버스 ‘적자노선 보전제’에 따르면 업체는 흑자 노선의 이익을 그대로 가져가고, 적자 노선에는 실 운행비용과 표준운송원가(45만 7040원)의 차액을 19만원 한도 내에서 보전 받는다. 업체가 노선만을 대상으로 지원받는 한편, 지원 한도가 있었다.

그러나 업체 이익 보전액의 근거가 되는 기준운송원가 산정과 규모를 감시할 장치가 미비하다. 새 조례안은 마을버스 재정지원과 안전운행 기준을 심의할 위원회를 꾸리도록 규정했다. 위원회는 △공무원 △전문가 △시의원 △운수사업자와 종사자 등으로 구성한다. 시민사회는 위원회가 이용 시민이나 비영리 단체 없이 업체들 뜻대로 흐를 공산이 크다고 지적한다. 

새 조례안은 현재 운영 중인 지원 한도액도 규정하지 않았다. 업체가 보전받을 기준액은 높아지고, 지원액 상한이 없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민사회는 버스 업체들이 시 재정지원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나 노선을 재편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업체가 적자가 난 노선들만 따로 모아 회사를 새로 차릴 가능성 등이다. 이를테면 현행 제도 아래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업체들은 노선 거래를 통해 흑자를 내는 시내버스 노선을 마을버스로 분리시키기도 한다. 마을버스 ‘적자노선 보전제’는 흑자를 그대로 업체가 가져가도록 했지만 시내버스는 합산제를 적용하는데, 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가 올해 실시한 ‘마을버스 노선변화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용산구‧강서구 등 9개 지구에서 이 같은 노선전환 운영사례가 발견됐다.

▲시민들이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마을버스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조항은 사업자가 휴식시간을 보장할 의무 외에 “시장과 사업자는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데 그쳤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사실상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되는) 현행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지원방식을 마을버스에도 차용했다”며 ”서울시가 조례안을 공표하지 말고 서울시의회에 재의 요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조례안은 시외버스와 형평성과 운전자 처우 개선 등을 취지를 밝혔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부분은 없다. 운영체계의 공공성을 높일 방안에 대한 논의도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업체의 자율적 적자보전 방안 마련을 먼저 유도하고 △협동조합 등 버스회사 외 주체의 마을버스 운영제도를 도입하고 △관련 심의위원회에 이용 시민과 비영리 시민단체 대표를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조례안 3조(기준운송원가 산정 및 정산)에 ‘예산 범위 내에서’ 부족분을 지급하도록 해, 한도액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추후 내부 규정으로 한도액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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