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을 한달 넘게 수사중인 검찰을 향해 수사관행과 절제된 검찰력행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검찰이 많은 수사인력을 동원해 조 장관 주변을 샅샅이 파헤치면서 조국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까지 강도높게 펼친 것을 두고 대통령이 보낸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연 생방송(라이브)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했다. 라이브브리핑은 중대한 사건이거나 확실한 입장을 국민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을 때 대변인이나 국민소통수석이 직접 하곤 한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날 “조국 장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엄정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며 “사실 관계 확인이나 조국 장관이 책임질 일도 검찰의 사법절차에서 가려질 일이니 검찰이 해야 할 일 맡기고 국정은 국정대로 운영해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고 대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검찰의 조 장관 수사를 두고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동원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 달라”며 “공수처와 수사권조정 등 법‧제도적 개혁뿐만 아니라 수사방식에 대한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특히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 행사 기관으로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금의 검찰은 수사권 독립과 검찰개혁에 대한 역사적 소명을 함께 갖고 있고,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 발언은 여러 회의자리에서 한 말씀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 메시지가 갑자기 나온 배경에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히 왜 발표했는지 배경은 없다”면서도 “워낙 질문도 많고, 계속적으로 청와대 입장은 없다고 대변인 차원에서 말씀드렸으나 계속 반복할 수 없어서 대통령 말씀을 전달하게 됐다”고 답했다.

한 기자가 대통령 말씀을 긴급하게 전달한 것이 특별한 게 아니냐며 특히 검찰에게 성찰해달라고 한 의미를 설명해달라고 하자 청와대 관계자는 “나와 있는 그대로”라면서도 “현재 얼마나 엄정한 수사를 하는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도가 두 달 가까이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이와 함께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여기에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한다”고 지적했다.

‘지혜를 모아달라’고 요구한 부분을 두고 청와대 관계자는 “지혜를 모아달라는 부분은 검찰에게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도 당부하고자 하는 부분”이라며 “(검찰 수사방식 개혁 관련 언급은) 맥락상 검찰에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대통령 언급이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두고 한 말이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알아서 해석해 달라”고 답했다.

자유한국당에서 조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 이 관계자는 “한국당 주장에 우리가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이 압수수색하던 검사와 통화한 내용을 야당 의원에 전달된 것이 피의사실 유출이라고 보느냐’는 질의에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 부분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입장을 낸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가 피의사실 유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당과 국민들이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기정 정무수석이 검찰에 조용히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연설에서 언급한 것을 두고 이 관계자는 “대통령 말씀은 없었다”면서도 “강 수석이 무엇을 근거로 얘기했는지는 모르겠는데, 페북 올려진 것처럼 SNS 공간에서 썼던 것을 말한다고 (페북에) 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 조국 수석 시절에도 SNS 공간에서 이런 얘기는 있었다”며 “(강 수석의) 개인 의견임이며 공식 입장은 대변인과 소통수석 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말을 안듣는다고 한 강 수석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는 뜻이냐는 지적에 청와대 관계자는 “문제가 있고 없고는 판단하지 않는다”며 “그 자리에서 왜 그러한 얘기를 했는지는 본인에게 물어봐서 답을 얻어야 할 것이고, 그 발언이 청와대 공식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거듭 답했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소미아 종료를 일방 통보해 유감’이라고 한 메시지를 두고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소미아를 종료했을 당시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 수차례 했다”며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수출규제 조치가 있을 때부터 대화의 문 열어놓고,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풀어놓고 논의하자고 여러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베 총리에게 “진심으로 미래지향적 관계 원한다면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