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작가에게 일방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끝나고 MBC 보도국 시사프로그램인 ‘뉴스외전’은 담당 작가 A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씨는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뉴스외전’과 계약을 맺었다. 방송작가지부는 “계약기간이 연말까지로 명시된 계약서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그것도 당일 통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후임 작가를 물색해 면접을 하고 채용한 과정에 대해서도 A씨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방송 작가지부는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부당하다는 작가의 항의에 MBC 보도국은 자신들의 이런 조치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면서 “최승호 사장은 사장 후보 때부터 방송스태프 노동조건개선, 표준계약서 도입, 비정규직 상생 협력 등을 약속했다. 하루아침에 작가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도 아무런 문제없다고 하는 것이 과연 최승호 사장이 말하는 비정규직 상생 협력인가”라고 비난했다.

A씨와 뉴스외전이 맺은 계약서에 을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갑 또는 을은 마지막 방송 제작일 7일 전에 예고하고 본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 작가지부는 “계약해지를 일주일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갑이 임의로 계약을 해지해도 무방하게 돼 있다. 작가에겐 해고나 다름없는 계약해지를 ‘갑’인 방송사가 마음껏 할 수 있는, 한마디로 갑질 계약서”라고 비판했다. 계약 위반에 따른 갑의 손해배상 항목도 없는 것으로 나왔다.

방송 작가 지부는 “수차례 불공정 계약서 문제를 고발해왔지만 MBC가 해당 작가와 맺은 계약서처럼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서는 드물다”며 “더구나 사측이 노동자를 압박하기 위해 쓰는 가장 비열한 수단인 손해배상 청구 조항을 버젓이 집어넣고 심지어 ‘을’의 배상책임만 계약서에 포함하는 것이 해고노동자 출신 사장이 있는 MBC에서 어떻게 자행될 수 있는가”라고 거듭 비난했다.

방송작가지부는 A씨에 대한 사과와 업무복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포함해 ‘독소조항’이 포함된 계약서를 철회하고 방송작가들과 새로운 계약서를 만드는데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MBC는 계약 해지 통보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약서상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출근 당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계약 종료 의사를 뉴스외전이 밝힌 것은 사실이지만 4주 정도의 유예기간을 정해 통보했다”며 “계약서상 7일 전에 예고하고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유예기간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 MBC 보도국 시사프로그램인 ‘뉴스외전’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작가 A씨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 MBC 보도국 시사프로그램인 ‘뉴스외전’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작가 A씨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제공

관계자는 ‘계약 기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12월까지라고 하지만 3개월 전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문제가 되면 모든 계약 기간이 지켜져야 한다는 건데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 뉴스외전이 개편을 준비 중”이라며 프로그램 개편에 따른 계약해지라고 밝혔다.

다만 MBC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오는 10월 방송 작가들과 계약을 맺을 것이라며 계약 대상자 범위를 정하는 데 고심이 깊다는 뜻을 전했다다. 계약 대상자로 메인 작가와 서브 작가, 막내 작가 등이 있는데 이들 중 자유롭게 프로그램 이동을 원해 계약을 원치 않는 등 특수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작가 지부는 MBC 입장에 대해 “계약 해지 사유가 개편인데, 개편 당일 해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며 “본인이 원하면 일주일 더 일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해고 과정에 무례함과 비인격적 처사에 공분하는 것이다. 4주 유예기간 얘기는 나온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방송작가 지부는 또한 “일주일 전 예고하면 언제든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MBC의 계약서가 문제”라며 “SBS와 KBS는 4주 전 통보 조항을 추가한 바 있다. 불공정한 계약서를 근거로 하면 개편 뿐 아니라 언제든지 계약 해지가 가능한데 그럼 왜 계약서가 필요하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방송작가 지부는 “계약을 원치 않은 작가는 협의 아래 서명을 하지 않으면 된다. 무계약 상태에 따른 피해는 본인이 감수할 문제”라며서 “이런 특수한 상황을 빌미로 마치 작가 전체가 계약서를 원치 않은 식으로 호도하는 것은 문제다. 일방 해지를 당한 A씨는 지부의 조합원으로 조합원 보호와 재발방지를 위해 MBC를 상대로 계약서 협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작가 지부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른바 ‘프리랜서’로 불리는 특수고용직 방송작가들은 언제든 마음껏 해고할 수 있다는 잘못된 방송 관행의 표출”이라며 문체부와 방통위 등 관련 기관의 협의를 진행해 MBC 불공정 계약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고, 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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