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수영)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큰딸 방○○(36)과 셋째인 큰아들 방□□씨(32)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두 사람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우려 한 혐의(강요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방○○·방□□)은 원심에서의 법률적 주장을 철회하고 반성의 뜻을 보였다”면서도 “양형 조건에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방용훈 사장(이하 방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친동생이다.

피고인들 어머니이자 방 사장의 아내 이미란씨는 지난 2016년 9월 한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까지 가게 된 ‘강제 구급차행’ 사건은 이씨가 사망하기 직전인 2016년 8월에 있었다. 자녀들은 사설 구급업체를 동원해 어머니 이씨를 강제적으로 친정집에 보냈다.

이씨는 거세게 저항했지만 자녀들은 자신들의 욕설 등을 녹음하던 이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변기에 빠뜨리는 등 사회 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1심 재판 결론이었다. 1심 판결 2달 뒤 MBC PD수첩이 어머니 이씨에게 가해진 자녀들의 폭력·폭언 행위 의혹을 보도하면서 비극적 개인사는 ‘가정 학대’라는 사회적 문제로 쟁점화했다.

앞서 이씨의 친정 식구들은 2017년 초 이씨에 대한 자살 교사 및 존속학대, 공동감금 등 혐의로 방○○·방□□를 고소했고, 항소심까지 강요죄 유죄가 인정됐다.

▲ 지난 3월 MBC PD수첩은 이씨 자살을 둘러싼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일가의 위법 행위와 이에 대한 수사기관의 봐주기 수사를 직격하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사진=PD수첩 화면.
▲ 지난 3월 MBC PD수첩은 이씨 자살을 둘러싼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일가의 위법 행위와 이에 대한 수사기관의 봐주기 수사를 직격하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사진=PD수첩 화면.

이씨의 친정 식구들은 항소심 중인 지난 3일과 6일 방 사장 자녀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재판 속개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고(故) 이미란씨의 어머니 임명숙씨(방 사장의 장모)와 오빠 이승철씨 탄원서를 보면 친정 식구들은 “우리도 모르게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재판 속개를 요구했다.

임씨는 탄원서에서 이 사건을 “소위 유복한 집안의 자녀들이 자기 어머니를 실질적으로 살해한 희대의 엽기적 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이런 재판을 고인의 어머니(임명숙)나 가족이 모르게 진행된다는 걸 저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첫 공판을 결심 공판으로 마무리하고, 지난 19일 선고를 내렸다. 방씨 두 자녀는 결심에서 재판부에 “잘못된 판단으로 어머니께 너무 큰 상처를 입힌 것 같아 죄송하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은 “사회봉사 명령으로 언론에 노출되면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사회봉사 명령 이행이 어렵다고 주장했는데 반면 임씨는 “얼마나 힘든 사회봉사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같이 하겠다. 제게는 2배의 사회봉사를 명해 달라. 피고인들은 관대한 처분마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바로 제 딸이 죽은, 모든 갈등의 시발”이라고 지적했다. 임씨는 “피고인들은 사회봉사도 출석을 위조하거나 대리인을 출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며 “85살인 제게도 같은, 아니 2배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려달라. 저는 피고인들이 반드시 사회봉사 활동이라도 하는 것을 봐야겠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임씨는 2016년 6월 이미란씨가 언니 이미경씨에게 전달한 카톡 메시지를 인용하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당시 이미란씨는 언니에게 “(딸 방○○가) 나보고 너는 이씨니깐 방씨 괴롭히지 말고 (지하층으로) 내려가고, 손주는 자기 새끼라 죽어도 못 보여준대. 슬슬 이층으로 올라오고 싶어한대나? 깝쭉대지 말고 내려가서 미치려면 혼자 미치지 방씨까지 미치게 하지 말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미란씨가 자살 직전 자녀들로부터 어떻게 고립돼 있었는지 보여주는 정황으로 보인다.

임씨는 “고인은 이것을 평생에서 자기가 겪은 제일 괴로운 사건이었다고 두고두고 이야기했다”며 “피고인은 바로 이 사건을 두고 ‘자살하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자살 성향이 있는 어머니 죽음에 자기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미란씨 오빠이자 현직 의사인 이승철씨도 탄원서를 통해 “피고인들은 강제 이송 행위가 어머니의 자살 시도를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울증 등으로 자살 위험성이 높은 환자에 대한 가족들의 일반적 행동들로는, 일단 환자와 문제를 상의하고 의료기관 진료를 권유해야 한다. 환자와 협의가 불가능한 경우 보호자가 의사를 찾아가 상담하고 긴급 이송이 필요한 경우에도 가족이 설득해 환자를 직접 이송하거나 공공서비스인 119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상식이고, 모든 정신과 전문의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즉 피고인들이 자살 직전 어머니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력적 모습을 보인 것, 상식적 의료 행위를 하지 않고 난폭하게 대처한 것 등은 “살인 행위”로써 벌을 더 받아야 한다는 것.

이승철씨는 탄원서에서 “피고인들의 ‘자살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를 친정집에서 마음 편히 쉬도록 해야겠다는 의도에서 사설구급업체를 불러 친정집으로 모시려고 한 것’이라는 주장은 단순히 형량을 감형받기 위해 사후에 만들어낸 거짓 주장일 뿐”이라며 “저는 언제든지 재판에 출석해 증언할 용의가 있다. 제발 재판을 속개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 속개를 요구하는 친정 식구들의 탄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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