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청 공보실이 한 원로 기자가 손 본 보도자료를 전체 기자들에게 잘못 발송한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기자와 공보실 간 부적절한 관계가 도마에 올랐다.

발단은 지난 18일 오후 광주시청 공보실이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유국장님 수정분’이란 제목의 메일이다. 메일엔 이날 오전 발송된 보도자료가 일부 어미만 수정된 채 ‘유아무개 기자’ 바이라인이 달린 기사가 담겼다. 유 기자는 S일보 소속 광주시청 출입기자다. 광주시청 공보실이 출입 기자가 쓴 보도자료 기사를 시청 메일 계정으로 다른 기자에게 전파했다.

공보실은 1분 후 ‘이메일 전송이 잘못됐다’는 공지 메일을 즉각 보냈으나 출입 기자들 반응은 냉랭했다. 이전부터 기자실엔 유 기자와 공보실 간 긴밀한 관계를 둘러싼 입말이 무성했다. 특히 공보실이 유 기자에게 시청 보도자료 검수를 맡긴다는 소문까지 기자와 시청 공무원 사이에 공공연히 돌았다.

▲지난 18일 오후 광주시청 공보실이 실수로 전체 출입기자에게 전송한 '유국장님 수정본' 제목의 메일 갈무리.
▲지난 18일 오후 광주시청 공보실이 실수로 전체 출입기자에게 전송한 '유국장님 수정본' 제목의 메일 갈무리.
▲광주시청 공보실은 문제 메일 발송 1분 후 즉각 '이메일 전송이 잘못됐다'는 공지 메일을 보냈다.
▲광주시청 공보실은 문제 메일 발송 1분 후 즉각 '이메일 전송이 잘못됐다'는 공지 메일을 보냈다.

출입기자 A씨는 “4~5년 전 기자실에서 유 기자가 빨간펜으로 수정한 보도자료 출력물을 봤는데, 곧이어 ‘(수정) 보도자료’란 제목으로 공보실이 기존 보도자료를 보완해 다시 보냈더라. 당시 한 공무원으로부터 유 기자가 피드백을 준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그때 ‘그게 사실이구나’ 여겼다”고 밝혔다.

공보실은 실제로 유 기자에게 간단한 검수를 여러 차례 맡겨 왔다. 유 기자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 보도자료를 낼 때, 가끔씩 실장이 미리 봐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다”며 “내가 40년 광주시청을 출입한 기자니 (나에게 부탁을 한 것이라며) 문장력, 표현 등 문구만 봐줬다”고 말했다.

다만 유 기자는 지난 18일 메일은 보도자료를 피드백한 내용이 아니라 밝혔다. 유 기자는 자신이 속한 ‘광주시출입기자협의회’ 회원사들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하면서 자료의 오류까지 베껴 쓰자, 자신이 1차 검수를 한 내용을 회원사 10곳에 전달해왔다. 18일 사건은 1차 검수를 마친 기사를 공보실 직원이 대신 보내 주다가 실수로 전체 기자에게 보내 발생했다.

이 경우도 공보실이 기자의 일을 대신해 주는 셈이라 주변 기자들 시선이 곱지 않다. 공보실 담당 공무원은 “유 기자님 연세가 70세를 넘어 컴퓨터를 하지 못해 편의를 봐드린다. 보도자료를 팩스로 보내거나 하면 회원사에 전달할 수정 내용을 다시 전달받고, 메일을 대신 보내준다”고 말했다.

유 기자가 공보실 보도자료까지 검수한다는 지적에 이 공무원은 “지금은 없고 예전에는 그런 적 있다고 들었다. 잘못된 문구나 표현을 지적해주는 기자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출입기자 일각에선 감시자와 감시 대상 간 지켜야 할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원칙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자체 경우 행정 광고비 등으로 지역 언론사와 금전 거래 관계도 맺고 있어 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A씨는 “공보실은 독립적으로 해야 할 업무를 기자에게 의존하고, 기자도 거기에 부응한다. 기자와 취재원 간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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