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에서 특정 건설회사의 비판 보도를 막거나 기사가 일방적으로 수정되는 편집권 침해 사례가 누적되자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광주일보 기자협회는 이달 초 ‘건설사 감싸기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최근 잇따르고 있는 건설사 감싸기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책임자 징계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편집국 내 부장·차장 직급 기자들도 성명에 동참해 편집권 침해 책임자로 지목된 홍아무개 정치부장의 ‘언론 사유화’에 대한 징계와 이를 방관한 편집국장의 징계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정보도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지난 9월5일 보도된 ‘건설사 배불리는 민간공원 개발’ 기사가 발단이었다. 광주시가 민간공원 개발 건설사들에 공익에 반하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내용으로, 기존 기사 부제목에 실렸던 ‘호반건설’ 상호명이 중도 삭제됐다. “중앙2지구, ㈜호반 94세대 늘려주고 470억원 신규이익”이란 부제목이 “중앙공원 2지구 640가구서 94가구 증가, 매출 470억원 늘어”라 수정돼 온라인 기사에 반영됐다.

▲9월5일자 광주일보 지면 기사(위)와 부제목이 수정된 온라인 기사
▲9월5일자 광주일보 지면 기사(위)와 부제목이 수정된 온라인 기사

 

성명에 따르면 홍아무개 정치부장이 지난 4일 밤 9시께 편집부에 전화해 호반건설 상호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고, 이날 데스크를 맡은 기자에게도 전화해 ‘호반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고 항의했다.

기자협회 등은 “홍 부장의 이 같은 행위는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헌신해 온 발행인 및 광주일보 모든 구성원에 대한 도전이며 언론의 사유화”라며 “광주일보의 제작 기본 원칙이 무너졌다. 발행인도 신문 제작이 마무리 된 뒤에는 제목이나 기사 내용을 수정이나 손 댄 적이 없다. 편집국 기자 윤리상 오탈자가 아닌 특정 기업의 이름을 인터넷 판에서 빼고 수정한 것은 기자 윤리를 망각한 행위”라 비판했다.

이들은 “편집국 제작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임의로 바꾼 것은 기자 윤리에 매우 어긋난 행위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번 일은 우리 편집국 기자 모두의 부끄러운 일로 반성해야한다”고도 적었다.

내부 반발이 거세진 배경엔 ‘건설회사 봐주기’ 편집이 한두 번의 일탈이 아닌 관행적으로 반복된 문제라는 인식이 있다. 성명엔 “홍 부장과 김아무개 편집국장은 그동안 ‘발행인의 선택’이라는 변명을 앞세워 호반과 한양, 서진, 송원 등의 기사 게재를 막았으며, 이번 호반 사건처럼 편파적인 보도 행위를 보여왔다”며 “많은 구성원들이 이 같은 건설사 감싸기 행위에 대해 ‘발행인의 선택’이라고 믿지를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 많은 기사를 일일이 발행인이 선택하고, 지시한다는 것 자체가 편집권 독립과는 맞지 않으며 상식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아무개 광주일보 편집국장은 이와 관련 “‘호반’ 단어를 제목에서 뺀 이유는 형평성 때문으로, 이전에 보도된 기사에선 특정 건설사 이름을 제목에 넣지 않았는데 해당 기사에선 상호명을 넣었고 형평에 맞지 않다 여겨 삭제했다”며 “이 문제는 기자들과 소통해서 오해를 풀었고 해당 성명서도 내려진 상태”라 해명했다.

김 편집국장은 또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다. 건설사로부터 편파보도를 한다는 공격도 자주 받는데, 일선기자에겐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 측면이 있어 (편집국 내) 소통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기자들과 충분히 얘기했고 사태는 해소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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