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 귀성 행렬이 시작되고 기자들이 돌아간 자리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 해고노동자들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해고노동자 300여명이 12일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직접고용을 위한 이강래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4일째 점거 중이다.

2층 로비에서 26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사 정문 앞에서 경찰이 막아 진입하지 못한 노동자 70여명도 농성 중이다. 경찰과 도로공사 정규직 직원들은 정문과 2층 로비에서 이어지는 통로 등을 지키며 농성자들의 진입이나 이동을 막고 있다.

다행히 이날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1일 저녁 이들에게 ‘노사 간 대화와 교섭의 필요성’을 이유로 추석 연휴 기간에 강제진압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난 10일 한국도로공사 20층 사장실 입구 복도에 앉아 있던 수납노동자 9명을 모두 연행했다. 이들은 이튿날 풀려나 본사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지난 11일엔 본사를 점거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도로공사 측과 충돌이 빚어졌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3명의 갈비뼈가 부러졌고, 무릎에 유리가 박히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12일 톨게이트 요금수납 해고노동자들이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농성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11일 톨게이트 요금수납 해고노동자들이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농성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본사 농성 중인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부지부장은 “물리 충돌로 멍이 들거나 상처 난 사람들이 많고, 오랫동안 긴장 속에 있어 몸이 좋지 않은 상태다. 농성 중 밖에서 들여온 종합감기약이 지금 부족할 정도”라고 했다. 박순향 부지부장은 “추석을 가족과 못 지내는 아픔보단 가족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다들 가족의 응원으로 이곳에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강래 사장은 노조 측의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사장 측은 이날도 ‘기존 입장 그대로’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도 이 사장이 연휴가 뒤 진솔한 협상이나 교섭하려 하기보다는 무력 진압에 나설 것이라 여기는 분위기다.

▲11일 경찰이 진입을 통제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출입구. 사진=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11일 경찰이 진입을 통제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출입구. 사진=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노조 측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남정수 민주일반연맹 교육선전실장은 “경찰도 노사교섭 필요성을 언급했고, 우리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도 이강래 사장과 직접 만나자는 것”이라며 “정부와 도로공사가 사태를 장기화시킬 요량이 아니라면 기존 입장을 거두고 대법 판결 취지에 따른 직접고용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청와대에도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이라며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사측이 9일 판결 당사자를 선별해 고용하고 근로자지위확인 1․2심 소송은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노조는 이에 이 사장과 직접면담을 요구하며 본사 농성에 들어갔다.

경기 성남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도 15명의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고공농성하고 있다.

이들은 추석 당일인 13일 도로공사 본사와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농성장에서 합동차례를 지내고 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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