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의회 “우버드라이버도 노동자” 규제법안 통과
미국 주의회 “우버드라이버도 노동자” 규제법안 통과
AB5 법안 플랫폼사업 변화 이끌듯… 외신 “긱 경제에 혁명적 변화” 관측

미국 캘리포니아 의회가 우버 드라이버 같은 플랫폼노동자를 포함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원칙적으로 노동자로 간주하는 규제법안을 10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대형 플랫폼 기업이 필요에 따라 계약해 쓰던 프리랜서·독립계약자·임시직을 노동자로 보호하도록 의무를 지워, ‘긱 경제’ 사업 방식이 대폭 변화할 것으로 예고된다.

주 상원 전체회의를 통과한 AB5(Assembly Bill 5) 법안은 개인사업자인 노무제공자를 피고용 노동자로 추정한다. 사용자는 이들에게 실업보험, 의료보조금, 유급 육아휴직, 초과노동수당, 최저임금 등을 보장해야 한다. 기업이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대하려면 ‘ABC테스트’라 불리는 기준을 통과해 직접 반증해야 한다. ‘개인사업자’는 (a)회사의 지휘·통제에서 자유롭고 (b)회사 사업의 주요부분이 아닌 일을 하며 (c)해당 업계에서 독립 사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AB5는 로레나 곤잘레스(샌디에고) 민주당 하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지난해 4월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일하던 화물운송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면서 ‘노동자’와 ‘개인사업자’ 구분 기준을 제시했고, 이 판례가 법안으로 옮겨졌다.

AB5는 플랫폼 업체와 노동자 사이 관계는 물론, 업체의 사업방식에서도 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업체들은 이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등 노동자와 계약관계를 바꾸거나,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기 싫으면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한다. 우버와 리프트는 노무제공자들이 “유연성을 누리고 있다”며 전일 노동자로 분류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우버와 리프트는 소속 드라이버들에게 25~100$를 주는 대가로 AB5 반대 집회에 참석하도록 한 사실이 LA타임즈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가디언 ‘캘리포니아 획기적인 노동자 권리법안이 긱경제 기업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보도 갈무리. 사진=가디언 웹사이트
▲가디언 ‘캘리포니아 획기적인 노동자 권리법안이 긱경제 기업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보도 갈무리. 사진=가디언 웹사이트

법안은 플랫폼 외에도 개인사업자 계약 아래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업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이날 화물운송기사와 네일살롱, 건설업, 데이케어 등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던 노동자들에 의존해 돌아가던 수많은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AB5는 의사나 투자자문업자, 회계사 등 몇몇 직종은 예외로 했다.

캘리포니아 내 노조조직들의 연맹인 캘리포니아 노동연맹은 이날 입장문을 내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오분류는 노동자를 보호하고 지지하는 우리 법제를 훼손해 경제 전체를 좀먹는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AB5는 기업의 탐욕과 만연한 착취에 제동을 걸었다”고 환영했다.

형식상 개인사업자인 노무제공자를 노동자로 추정하는 원칙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ILO는 2006년 ‘고용관계 권고’에서 노무제공자를 고용관계가 있는 노동자로 추정하는 원칙을 도입하라고 각국에 권고했다. 윤애림 서울대학교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개인사업자들이 노동자인지 아닌지를 다투는 일은 플랫폼 노동이 확산하기 전부터 전세계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경우 특수고용 노동자 권리와 관련해 이들의 노조활동을 처벌하는 법제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행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노조를 만들거나 단체행동에 나서면 그 자체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이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넓힐 것을 촉구해왔다.

윤애림 연구위원은 “한국도 AB5같은 법안이 필요하다. 한편 한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특수고용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면 감옥으로 보내는 나라로, 이부터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또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을 몇몇 직군만 특례적용하는데, 다른 노동자와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도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1일 환영 입장문을 내고 “급격히 늘어난 공유·플랫폼경제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몰아 노동권을 빼앗아온 미국 사회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위장 자영업과 특수고용 노동자 사용을 강하게 규제한 사례”라며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이번만큼은 미국 캘리포니아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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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9-12 19:09:03
"우버와 리프트는 소속 드라이버들에게 25~100$를 주는 대가로 AB5 반대 집회에 참석하도록 한 사실이 LA타임즈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 미국이나 한국이나 기업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민심을 왜곡하는 전략에만 힘쓰고 있구나. 과거 전경련이 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