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2016년 가습기살균제 심의 당시 조사대상인 SK‧애경과 만남이 공식절차이며 신고인(피해자)도 만났다는 청문회 증언에 피해신고 당사자가 ‘허위사실’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피해자는 해당 관계자를 위증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달 27~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공정위와 가습기메이트 제조업체 SK케미칼, 판매업체 애경산업의 유착 정황을 제기했다. 공정위가 2016년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이들 기업의 부당표시광고를 심의할 때, 해당 소회의 의장을 맡은 김성하 당시 상임위원이 공정위 출신 SK‧애경 관계자를 만났다는 것이다.

특조위가 입수한 ‘2016년 SK/애경/이마트관계자-상임위원 방문기록’에 따르면, 김성하 당시 상임위원은 심의결정을 앞두고 8월 3~16일 5차례에 걸쳐 △SK케미칼 △SK케미칼 화학연구소 △SK하이닉스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 페이먼츠 △애경산업 △애경산업 대리 ‘김앤장’ 변호인 △SK케미칼 대리 ‘광장’ 변호인 등 기업 관계자 17명을 만났다.

여기에 김 전 상임위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는 공정위 출신이 5명 포함됐다. △유아무개 SK하이닉스 고문 △장아무개 신세계 페이먼츠 고문 △SK케이칼 대리 박아무개 ‘광장’ 변호사 2명 △애경산업 대리 박아무개 김앤장 변호사다. 공정위는 같은 달 20일 제품의 인체위해성 여부가 최종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단 불가’에 해당하는 심의종결을 결정했다. 얼마 뒤인 31일 기업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5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청문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SK/애경/이마트 관계자-상임위원 방문 기록’. 사진=tbs 유튜브 갈무리
▲최예용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청문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SK/애경/이마트 관계자-상임위원 방문 기록’. tbs 유튜브 갈무리

김 전 상임위원은 지난달 27일 청문회에서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의 이 같은 지적에 “공정위 심의는 대심(對審)구조라 피심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건청취절차에 따라 (피심인 요청으로) 만났다”고 해명했다. 김 전 상임위원은 “지금도 공식화된 절차”라며 “비공개로 만난 적 없다. 직원 배석 상태에서 만났다”고 해명했다.

“그때 똑같은 논리로 신고자(피해자)도 같이 만나고 계셨냐”는 질의에 김 전 위원은 “신고인은 심사관들을 만난 걸로 알고, 저한테 면담신청도 따로 하지 않았다. 아마 했더라면 제가 만났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공정위에 단독 신고한 당사자인 이은영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너나우리’ 대표는 심사관이나 위원을 비롯해 공정위 관계자를 단 한 차례도 만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은영 대표는 가습기메이트 피해자로 천식(호흡기질환)과 비염, 심장부정맥, 루푸스(자가면역질환) 등을 앓고 있다. 그의 자녀는 폐질환과 천식, 비염, 안질환, 비강섬유화, 뇌질환 등을 앓고 있다.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김성하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질의하고 있다. tbs 유튜브 갈무리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김성하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질의하고 있다. tbs 유튜브 갈무리

이 대표는 2일 미디어오늘에 “사건을 접수하고 심의가 끝날 때까지 나를 만난 공정위 관계자는 아무도 없다. 공정위와 기업 관계자가 한 것 같은 면담이 가능한지, 그렇다면 그 절차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도 전혀 안내하지 않았다. 나는 끝까지 누가 심의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공정위 결과에 불복해 이듬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심의한 위원들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유일하게 유선으로 연락한 고아무개 사무관에게 심의 기간 동안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수십 차례 전화해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이 진행 중이라 밝힐 수 없다’는 말밖에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김성하 전 상임위원 등을 위증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정확한 규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피심인이든 신고인이든 필요하다고 말하면 의견 수렴하는 절차를 가진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놓고는 “담당자가 모두 바뀌어 해명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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