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보도문. 본사는 2012.6.6. 조선일보 A1면에 ‘임수경 ‘내 방북은 민주화 운동’ 명예회복 신청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해 실었고, 그중 ‘그는 평양 방문 당시 김일성 수령을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임수경씨가 1989년 6월 방북하여 평양에서 개최된 세계청년학생축전 행사장에서 김일성을 만난 적은 있지만,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부른 사실은 확인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지난 8월31일 조선일보 1면 하단에 실린 정정보도문이다. 같은 내용이 전날 오후 조선일보 홈페이지에도 게시됐다. 임수경 전 의원에 대한 조선일보의 정정보도다. 정정이 이뤄지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조선일보가 자발적으로 게시한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 재판이 있었다. 대법원은 8월30일 임 전 의원과 조선일보·디지틀조선일보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조선일보는 2012년 6월6일자 1면(“임수경 ‘내 방북은 민주화 운동’ 명예회복 신청했다”)에 “최근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비하해 파문을 일으킨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이 1989년 자신의 불법 방북과 관련해 총리실 산하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 명예 회복 신청을 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 임수경 전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 임수경 전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지난 8월31일자 조선일보 1면.
▲지난 8월31일자 조선일보 1면.

이 보도 가운데 문제가 된 내용은 “그는 (1989년) 평양 방문 당시 김일성 수령을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대목이다.

대법원이 확정한 항소심, 즉 2015년 2월 서울고법 제13민사부 판결문을 보면, 임 전 의원은 “1989년 6월경 평양에서 개최된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방북했을 당시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부른 적 없는데도 조선일보와 디지틀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허위 사실을 적시해 일반인들에게 원고(임수경)가 종북 성향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줌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가 정신적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의무가 있다는 것.

항소심 재판부(고법)는 “이 사건 기사의 보도 내용은 진실하지 않다”며 임 전 의원 손을 들어줬다. 2015년 2월 항소심에 앞서 진행된 2013년 11월 1심에서는 임 전 의원이 조선일보에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테면 △방북 당시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임 전 의원의 모든 행적과 발언 내용을 파악해 수사 자료를 남겼는데, 임 전 의원이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연설하거나 말했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 △안기부가 방북 전체 기간 동안 북한의 전 방송사 관련 보도 내용을 녹취했는데 여기에도 김일성을 아버지로 불렀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 △임 전 의원이 1989년 방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형사 재판을 받을 때 검찰 공소 내용에도 임 전 의원이 김일성을 아버지로 불렀다는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 등 여러 근거로 조선일보의 정정보도 의무를 인정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 2012년 6월6일자 1면.
▲ 2012년 6월6일자 1면.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조선일보 보도가 임 전 의원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임 전 의원이 당시 탈북자에게 “변절자”라고 발언한 사건을 계기로 임 전 의원의 정치·이념적 성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된 상황에서 국민적 관심을 염두에 두고 이 사건 ‘쟁점 부분’(임 전 의원이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불렀다는 내용)을 통해 방북 당시 행적을 다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명예훼손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결했다.

보도 공익성과 ‘쟁점 부분’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정정보도해야 할 의무는 있지만 임 전 의원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2015년 항소심 재판부 결론이었다.

임 전 의원은 7년이 넘어서야 정정보도가 이뤄진 데 대해 2일 통화에서 “지난 토요일(8월31일자) 정정보도를 보고 화가 났던 것도 사실이다. 정정보도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7년이 지나 이제 와서…’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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