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의혹 비판 여권 정치인이 ‘조국 미투’라는 중앙일보
허위 의혹 비판 여권 정치인이 ‘조국 미투’라는 중앙일보
“나도 공격당했다” 유력 정치인 발언이 미투?… 중앙일보 기사 제목만 수정 

‘조국 미투’ 등장··· 여권 차기주자들 일제히 “나도 당했다”

2일 오전 중앙일보 인터넷판 기사 제목이다. 중앙일보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들이 연이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며 “이른바 ‘조국 미투’(#MeToo·나도 당했다)란 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여성혐오와 성폭력 피해에도 침묵을 강요받았던 여성들이 용기 내 고발하기 시작한 ‘미투’ 운동에서 단순히 “나도 당했다”는 뜻만 차용해 ‘조국 미투’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현재 해당 중앙일보 기사 제목은 [여권 차기주자들 일제히 “나도 당했다”···‘조국 빙의’]로 바뀌었지만, “성범죄 피해사실 고발 캠페인이었던 미투 운동과 표현 방식이 비슷하다고 해서 ‘조국 미투’란 말이 나온다”는 본문 내용은 그대로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김부겸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허위 의혹 제기 언론을 비판하는 발언들을 나열하며 “이들의 메시지는 조 후보자에 대한 옹호론으로 여권 지지층에 어필하는 측면도 있지만, 묘하게 동병상련인 측면이 있어 눈길을 끈다”고 했다.

중앙일보가 언급한 여권 차기 주자들 발언이 미투 운동과 어떤 사회적 의미와 맥락에서 ‘비슷한 표현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기사 내용만 봐서는 전혀 파악하기 어렵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으로 취재진을 뚫고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으로 취재진을 뚫고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국 미투’라는 조악한 신조어도 중앙일보가 언급하기 전에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에 먼저 등장했던 말이다. 이 매체도 박원순 시장이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자신도 처음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을 때 언론이 허위사실을 확인 없이 보도한 것을 지적하자 “‘미투’ 선언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사실 나에게도 꼭 같은 경험이 있다. 2011년 처음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을 때 상대방은 온갖 허위사실을 만들어 공격해 왔다. 정치권에 들어와 처음 당하는 일이라 참으로 당혹스러웠다”며 “문제는 조금만 조사해보면 누구나 허위사실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언론이 그 주장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흑백을 가려 국민에게 분명한 진실을 보여줘야 하는 언론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이 미투 운동에서 ‘동참’, ‘고발’의 의미만을 빌려 무분별하게 신조어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는 이전에도 나왔다. 연예인 가족의 채무 불이행을 뜻하는 ‘빚투’ 같은 표현은 중앙일보를 비롯해 여전히 많은 언론이 남발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해 언론 모니터 보고서에서 “‘미투’는 우월적인 지위나 권력 관계를 악용해 은폐돼 왔던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고발하는 사회적 운동이며, 연예인 가족의 ‘단순 채무불이행 사건’과 궤를 달리한다”며 “별다른 맥락도 이유도 없이 ‘채무 폭로도 미투처럼 이어질 것’이라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미투’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떨어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미투’ 기사를 작성한 하준호 중앙일보 기자는 기사 제목이 수정된 이유에 “제목은 내 권한이 아니다. 디지털 기사 제목은 이전에도 수정되는 일이 잦았다”며 “기사 작성과 제목은 통상적 내부 절차에 따랐다”고 밝혔다. 다만 “내부 절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 기자는 조 후보자 관련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언론을 향한 여권 정치인들의 비판을 ‘미투’와 같은 성격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엔 “그런 지적이 있다는 점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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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9-02 14:34:41
현대의 최대권력은 재벌과 대주주의 자금을 등에 업고 기사를 쓰는 언론인들 아닌가. 민주주의는 최종심이 존재하는데, 최종심에 가기도 전에 수만 개의 기사로 죽여버리는 게 현대의 괴벨스 저널리즘 아닌가. 혐오는 누가 만드는가. 수만 건의 기사를 본 국민이,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공정하게 볼 수 있을까. 과거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라는 말이 계속 맴돈다.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은 피를 흘리며 다 같이 뭉치고 싸웠는데, 결과는 군사정권에서 언론으로 권력이 변화한 것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