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정경유착 뇌물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최순실씨에 대한 대법원 판단도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이재용 부회장의 2심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박근혜·최순실 사건도 다시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박근혜씨는 2018년 8월 항소심에서 징역25년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최순실씨는 2018년 8월 항소심에서 징역20년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중이던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받고 출소했다. 당시 재판부(주심 정형식 판사)는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변호인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최순실에게 갔던 말 소유권도 당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던 삼성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통령이 이건희-이재용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고,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측은 승계작업에 대한 대통령의 지원을 기대하고 뇌물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최순실에게 제공한 말 세필도 뇌물로 판단했다. 

▲ 8월29일 연합뉴스TV 보도 갈무리
▲ 8월29일 연합뉴스TV 보도 갈무리

 

대법원은 “원심(항소심)은 피고인들(이재용 등)이 말들 또는 구입대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수수의 의미는 실질적인 사용처분권을 취득하는 것이다”라며 “삼성이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청탁의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다.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간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밝혔으며 “그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고 확정적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삼성이 제공한 말들이 뇌물이 아니라고 본 원심 판단은 뇌물수수죄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심이) 부정청탁에 대해 오해하고 판결에 영향을 줬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같은 대법원 결정에 따라 이 부회장의 형량은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앞서 이재용 사건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세 차례 단독면담과 승마지원 과정에서 이재용의 포괄적 현안 승계작업에 대해 대통령이 우호적 입장을 취하거나 부정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정부부처나 국회에 간접적 영향을 행사하는 직무집행의 대가로 금품을 제공했다 본다”며 “묵시적 부정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박근혜·최순실 사건도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박근혜)에게 특가법 위반 뇌물죄와 나머지 다른 죄에 대해 하나의 형을 선고했다. 이는 공직선거법에 의해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해야 하는데 1·2심 재판부가 분리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향후 박씨의 범죄 혐의를 분리 선고할 경우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안종범 업무수첩은 증거충족이 안 된다. 사무처리를 위해 경험·사실 등을 기재한 것에 불과해 신용할만한 문서에 해당하기도 어렵다”며 이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순실씨의 경우 “친분 관계가 있으면 공범 성립이 가능하다. 뇌물이 최순실에게 귀속되었다 하더라도 공동정범 성립이 가능하다”며 공무원과 비공무원 관계였던 박근혜·최순실이 뇌물수수죄 공동정범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삼성은 최순실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최순실에게 말에 대한 실질적 처분 권한이 있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에게 제공한 세 필의 말은 뇌물로 봐야 한다. 뇌물수수죄에 대한 법리를 재판부가 오해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5월7일 오전 경기도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내 부지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기공식에 참석, 기공 발파식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5월7일 오전 경기도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내 부지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기공식에 참석, 기공 발파식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법원은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승계작업을 진행했다. 대통령과 삼성 간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승계작업 성격으로 이뤄지는 현안과 대가관계를 특정할 필요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요죄는 다수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박근혜·최순실·이재용 사건을 합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를 진행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