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이 현준호 총괄본부장에 대한 인사 및 사직 처리를 하지 않고 있어 안팎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 본부장은 정부 및 일본 제품 불매운동 비하 발언으로 보도 공정성 침해 논란을 일으켜 사과하고, 사직 의사까지 밝혔지만 경기방송은 현 본부장을 면직 처리하지 않았다. 사직서도 수리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반면 현 본부장의 발언을 실명 폭로했던 팀장들은 맡고 있는 직무를 정지당하거나 보직을 박탈당했다.

경기방송이 26일 발표한 사령에 따르면 승진 대상자로 이아무개 경영전략기획팀 부장을 경영전략기획팀 부국장으로, 안아무개 보도1팀 부장을 보도팀 부국장으로 승진시켰다.

반면 경기방송은 현 본부장 발언을 실명 폭로했던 노광준 제작팀 부장(편성책임자)은 겸직하고 있던 편성책임자 직무를 정지시켰고, 윤종화 보도 2팀 팀장은 보직을 면직 처리했다. 발령 부서는 결정하지 않았다. 

경기방송은 “조직 효율성 강화 및 쇄신차원에서 보도팀으로 단일팀 운영”한다며 보도1팀과 2팀을 통합했다. 윤종화 팀장의 경우 보직을 박탈당하고 팀까지 해체된 것이다.

현준호 본부장은 지난 19일 직원 전체회의에서 총괄본부장직을 사퇴하는 것은 물론 퇴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본인이 의사를 밝힌 만큼 현 본부장을 총괄본부장직에서 면직하고 추후 사직서를 수리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명 폭로자만 피해를 입는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경기방송 구성원은 현준호 본부장을 사퇴시키고 사직서를 즉각 수리하라고 요구 중이다. 박영재 경기방송 대표이사는 조만간 현 본부장의 사직서를 수리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논란이 가라앉길 기다렸다 현 본부장을 복귀시킬 것이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경기도 의회 더불어민주당은 경기방송을 예의 주시 중이다. 경기도 의회 민주당은 성명을 발표해 현 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사태가 종결되기 위해서는 현 본부장의 사퇴가 하루빨리 확인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정상화가 될 수 있다”면서 “경기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는 방송사에서 사과를 한 것을 지키지 않겠냐라고 일단 보지만 주시하고 있다. 현재 경기방송에 대한 의원들의 기존 녹음분의 방송을 보류하고 출연도 전면 거부 중이다. 사퇴가 이뤄지지 않거나 오랜 기간이 지날 경우 좌시할 순 없고 그때 가서 나름대로의 또 다른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본부장이 발언 논란 전 최대주주로 등극하려 했던 정황도 확인됐다.

현 본부장은 지난 7월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 대주주 주식을 매입하겠다면서 회사 임원들과 함께 주식 매입을 위해 세운 회사가 있는데 HKL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현 본부장이 말한 HKL(Human Korea Land Globa)이라는 회사는 경기방송 건물에 위치해 있다. 초기 자본금은 8억원이다. 주요 사업 목적은 모바일 게임 사업 및 뉴미디어 사업, 광고 및 공연, 전시 및 행사 대행법 등이다. 사내이사로는 현준호 총괄본부장과 이아무개 경기방송 경영팀장이 등재돼 있다. 대표이사는 김아무개씨가 맡았다. 김씨는 경기방송 자회사인 KFM 미디어의 대표다. 김씨는 지난 2월18일자로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현재 대표이사는 이아무개씨다. 이씨는 지난 1월30일 사내이사로 취임하고 2월18일자로 대표이사가 됐다. 이씨는 삼성전자 홍보이사 출신으로 경기방송 시청자권익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경기방송 구성원들은 세 사람 모두 현 본부장 ‘측근’이라고 증언했다. 현준호 본부장과 측근으로 이뤄진 목적이 불투명한 회사가 경기방송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 경기방송 로고.
▲ 경기방송 로고.

경기방송이 최대주주 변경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언은 또 있다. 박영재 경기방송 대표이사는 지난달 24일 재난방송 미실시로 인해 과태료를 부과 받아 방송통신위원회로 출석하던 중 동행한 노광준 경기방송 편성책임자에게 “앞으로 방통위에 올 일이 많을 것 같다. 재허가 전 최대주주 변경 건도 있고 만만치 않다”라고 말했다.

윤종화 보도2팀장이 지난달 22일자 메모한 업무수첩에도 현 본부장이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등 뉴미디어 사업은 중요하니까 앞으로 HKL, 자회사, 경기방송 공동으로 추진하는 걸로 하자’는 내용이 나온다.

경기방송 직원들은 “현 본부장이 신뢰하는 인물로 채운 HKL이라는 회사를 만들어놓고 실적을 만들기 위해 경기방송 직원들에게 아이디어 공모회의나 1인 미디어 참여 등을 독려하는 동시에 방통위로부터 최대주주 변경 허가를 받기 위한 승인작업을 해 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 본부장은 사퇴 의사를 밝힌 자리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지분을 공개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초기 자본금 8억원이 들어간 회사를 세워 경기방송 대주주가 되겠다는 계획을 세운 이상 끝까지 자신이 갖고 있는 8% 남짓한 지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대주주 변경계획이 있었다는 것은 지분을 팔려는 우호 주주들을 확보했다는 얘기인데, 지난달 최대주주 변경 건이 만만치 않다고 했던 박영재 대표이사 발언을 놓고 보면 이번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우호세력을 확보해놓고 계획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현 본부장도 최대주주 변경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현 본부장은 미디어오늘에 문자메시지로 “구상과 검토 단계에서 방통위에 의견을 구했으나, 신설법인이라 거절을 당했다"면서 "그래서 (최대주주 변경을) 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주주 변경은 방송통신위원회 승인 사항이다. 방통위는 지난 2011년 방송전문경영인 제도를 유지하고 주주와 특수관계자가 아닌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위촉할 것을 승인 조건으로 내걸고 경기방송의 최대주주(㈜호주건설) 변경을 승인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경기방송이 올해 초 최대주주 변경을 논의한 게 맞다고 밝혔다. 방통위 지상파담당 관계자는 “최대 주주 변경 논의가 있었다고 안다. 실무 차원에서 문의가 들어왔는데 결국 (경기방송이) 신청은 하지 않았다. 이후 상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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