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포털 뉴스에 올라온 한 선풍기 관련 기사로 댓글 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멀쩡한 각종 사무용품과 전자제품을 사용내구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버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매체 신문고뉴스 기자가 쓰고 오마이뉴스 기사로 전송된 “멀쩡한 선풍기가 ‘우지끈’, 순식간에 폐기물로”라는 제목의 기사엔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멀쩡한 선풍기가 순식간에 폐기돼 쓰레기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사용 가능한 선풍기는 이제 한낱 골치 아픈 산업쓰레기로 바뀌었다”는 내용과 함께 폐기물 수거차가 선풍기를 모아 버리는 사진이 실렸다.

이어 “몇몇 사무용 의자는 손상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 또한 조금만 수리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국민세금으로 사들인 수백만 원이 넘는 고가의 복사기까지 불과 사용한 지 7년 만에 내다 버리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을지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 지난 17일 오마이뉴스 기사 갈무리.
▲ 지난 17일 오마이뉴스 기사 갈무리.

이 기사가 나간 후 공무원들이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국민권익위는 이날 저녁 보도반박자료를 내고 “보도기사에 게재된 사진은 한 장애인단체가 수거 현장에서 수선이 가능한 물품과 어려운 물품을 분류하면서 수선이 어려운 물품을 집게장비를 이용해 수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내용연수가 지난 물품 중 수선하는 것이 비경제적인 물품 등을 폐기 처분하지 않고 ‘물품관리법’ 제38조에 따라 장애인의 자활 및 소외계층을 위해 비영리단체에 무상 양여했다”고 부연했다. 

물품관리법에는 “각 중앙관서의 장은 불용품의 활용을 위해 필요하면 해당 물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교육·연구기관, 국가보훈단체 또는 그 밖의 비영리단체에 무상으로 양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아울러 권익위는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수거 현장의 권익위 소속 공무원이 답변했다는 내용도 “권익위 직원이 아닌 장애인단체의 직원이 직접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당시 현장에서 신문고뉴스 기자를 만난 현장총괄책임자는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관계자였다. 이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날 현장에선 그 기자뿐만 아니라 다른 분도 선풍기를 가져갔다가 안 된다고 다시 가져오는 등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안에서 테스트해봤는데 상태가 안 좋은 것만 폐기하는 거라고 만나는 분마다 설명할 수 없어 적법하게 폐기하는 거라고만 했는데 기사가 ‘멀쩡한 선풍기를 버린다’는 식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 지난 17일 오마이뉴스 “멀쩡한 선풍기가 ‘우지끈’, 순식간에 폐기물로” 기사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 반박 자료.
▲ 지난 17일 오마이뉴스 “멀쩡한 선풍기가 ‘우지끈’, 순식간에 폐기물로” 기사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 반박 자료.

이 관계자는 “선풍기를 회전만 눌러보고 정상 작동된다고 볼 수 없다. 타이머 고장 등 오래 작동도 안 해보고 무조건 ‘날개 돌아가는데 왜 버리냐’고만 하니까 더는 설명할 여력이 없었다”며 “작동이 되더라도 나중에 수리비가 더 많이 드는 것도 있고, 장애인분들에게 헌 것을 주면 기분 나빠하는 일도 자주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연합회는 권익위로 무상 양여받은 물품 중 재사용이 가능한 것은 재정비해 장애인 가정과 돌봄 시설에 보급 활동을 하고 있다. 권익위와 연합회 측은 이런 취지로 물품 양여 협의를 진행했고, 대상 단체는 권익위가 단체 성격과 물품을 보고 내부 판단 기준에 따라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기사를 쓴 신문고뉴스 기자는 “권익위에서 버린 물품 중엔 거의 한 번도 안 쓴 것으로 보이는 용품도 있었고, 멀쩡히 돌아가는 선풍기도 있었다”며 “차라리 폐기 처리하는 게 관리비가 적게 든다고도 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폐기하고 있고, 업체 선정은 어떤 절차로 했는지, 왜 전체 정부부처에서 모아서 공매처분하지 않는지 등을 추가 취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내구연한이 지난 물품 폐기는 교육공무원도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고, 전국 단위 공공기관에서 이렇게 많이 해마다 쏟아져 나올 텐데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없을지 들여다보려고 한다”며 “나도 다시 사실을 확인해야 해서 (권익위 반박 내용대로) 기사를 아직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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