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를 파기하면 문재인은 지워질 것이다.”(8일 DHC TV에서 한 패널의 발언) 

한국 대통령의 신변을 겨냥한 막말을 비롯해 최근 일본 DHC TV의 극우·혐한·허위정보 콘텐츠가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DHC제품 불매 운동이 급속히 퍼졌다. 이런 가운데 DHC측이 공개적으로 “언론 봉쇄”를 주장하며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 DHC TV 야마다 아키라 대표이사는 14일 ‘한국언론에 의한 DHC 관련 보도에 대해’라는 제목의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에 한국언론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혐한적’,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등의 비난을 하지만 우리는 프로그램 내 뉴스 해설의 한일 관계 담론은 사실에 근거했고 정당한 비평이며 언론자유의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야마다는 자사에 비판적인 한국 언론에게 “프로그램 내용 어디가 어떻게 ‘혐한적’인지 어디가 어떻게 ‘역사를 왜곡’ 하는지 인상론이 아니라 구체적 지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DHC 로고.
▲DHC 로고.

야마다는 “프로그램 내용과 무관하게 DHC제품에 서경덕 교수를 중심으로 ‘#잘가라DHC’ 불매 운동이 전개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한국 DHC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현지 스탭과 DHC TV 프로그램 내용과 직접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런 상식을 넘은 불매 운동은 언론 봉쇄”라고 주장했다. 이어 “DHC TV는 온갖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유로운 언론 공간을 만들고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DHC는 2000년대 초 한국에 진출해 화장품과 건강보조제 등을 팔고, 자회사로 DHC TV를 운영한다. 요시다 요시아키 DHC 회장은 과거 재일동포를 비하하거나 극우 정당을 지원했다는 논란으로 비판받았던 인물로 알려졌다. DHC TV는 지난해 9월 아베 총리를 2시간 인터뷰하고 매번 아베를 극찬하는 등 아베 내각과 친밀한 관계로, 극우 인사들도 자주 출연한다. 지난 12일 DHC TV에 출연한 자민당 의원이 “(한국이) 독도를 자기 멋대로 점유했다”며 막말을 늘어놨다. 

일본 언론인들에게 DHC TV는 어떤 곳일까. 프리랜서 기자 오카모토 유카는 미디어오늘에 “아베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우익방송이다. 특히 오키나와 문제에 가짜뉴스를 계속 내보내고 혐오 발언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마이니치신문 기자 요네무라 코이치는 미디어오늘에 “도라노몬 뉴스라는 프로그램이 비교적 유명하며 특히 온라인상에서 보수우익으로 인식되고 있다. 방송을 본 적이 없고 주변에서도 봤다는 사람이 없어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DHC TV 시사토크 프로그램 ‘도라노몬 뉴스’에 출연한 사쿠라이 요시코.
▲지난 13일 DHC TV 시사토크 프로그램 ‘도라노몬 뉴스’에 출연한 사쿠라이 요시코.

DHC TV는 현 상황을 즐기는 분위기다. DHC TV 시사토크 프로그램 ‘도라노몬 뉴스’에 출연한 언론인 사쿠라이 요시코는 논란이 불거진 지난 13일 “한국의 감정적 반응이 DHC 홍보도 된다”고 말했고, 불매운동에는 “어린애 같다”고 조롱했다. 사쿠라이는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는 광고를 미국 신문에 홍보하는 일을 주도했던 인사로 알려졌다. 

가미카제 특공대를 미화한 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아베 내각 추천으로 NHK 경영위원으로 활동했던 소설가 하쿠타 나오키는 같은 방송에서 “(한국사람들이) 아사히 맥주를 버린다. 실제로는 다 먹고 물을 넣은 거다. 보여주기 식으로 뿌린다”며 불매 운동을 폄훼했고 “한국의 현무2(미사일) 기술이 북한에 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허위주장을 펼쳤다. 

14일에도 산케이신문 논설위원 아비루 루이가 출연해 “(한국) 총리실 관계자가 ‘세계에서 한국이 없어서 곤란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용케도 본심을 말하네 하는 느낌인데 한국은 정말로 바보인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내 비판여론에도 이들의 ‘혐한’ 콘텐츠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DHC TV의 적반하장식 태도로 국내 주요 화장품매장과 온라인쇼핑몰에선 DHC제품이 사라졌다. DHC 모델인 배우 정유미씨도 위약금을 무릅쓰고 광고 활동을 중단했다. 주요 창구였던 쿠팡과 올리브영도 DHC제품 판매를 중단하며 사실상 국내 유통망이 끊겼다. 13일 오후 DHC코리아는 “임직원이 모두 한국인”이라며 사과문을 올렸으나 본사와 조율 없는 내용이었고 대표이사를 뺀 등기임원이 모두 일본인이고 DHC코리아 지분 대부분을 일본DHC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지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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