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역신문 할 만 한가요?
서울에서 지역신문 할 만 한가요?
[미디어현장]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서울에도 지역신문이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색하다. 서울도 하나의 지역이고 서울시 25개 자치구도 각각 하나의 지역이라는 점에서 ‘서울에도 지역신문이 있다, 자치구별로도 지역신문이 있다’는 말은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주요이슈가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지다보니 중앙의 소식이 서울의 소식을 가리고 자치구 별 소식도 묻혀 버리기 일쑤다. 게다가 서울이라는 공간특성이 ‘나는 서울시민이다’라는 생각은해도 ‘나는 은평구민이다, 나는 서대문구민이다’라는 생각은 부족하게 만든다. 

이런 환경을 뚫고 서울의 지역신문들이 지역의 생생한 기사를 써내면서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 예전에는 ‘다른 이유 대지 말고 지역신문이 자기 역할을 다 하면 되지 않겠는가? 좋은 기사, 지역에 필요한 기사를 많이 쓰다보면 주변에서도 알아봐주고 지역 신문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하는 순진하고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좋은 의도만으로 좋은 신문을 만들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지역신문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지역신문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시절인 2004년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이 제정되고 기금을 마련했지만 이명박, 박근혜정부로 넘어가면서 기금은 축소되고 한시적인 시한연장 정책만이 펼쳐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역 언론 육성을 위해 지역신문 지원 확대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워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까지 빈 약속에 불과한 형편이다. 

특히 건강한 지역신문의 발목을 붙잡는 건 아직까지 서울에 남아있는 계도지 예산이다. 행정에서는 계도지라는 말 대신 주민홍보지, 주민구독용 신문 등의 이름으로 집행된다. 이렇다 할 기준도 없이 지역신문을 구독해 통반장 등에게 보내는 일명 계도지 예산이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남아 한 해에만 100억원을 훌쩍 넘는 돈이 쓰이고 있다. 

계도지 관행 끊어야 지역신문 살아난다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는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6억원이 넘는 돈을 계도지 예산으로 책정하고 있다. 구청에서 통반장 등의 명단을 신문사에 보내면 신문사에서 통반장 등에게 신문을 발송하고 신문구독료를 구청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일부 구청에서는 통반장 대신 주민자치센터로 신문을 보내기도 한다. 

▲ 구청에서 구독하고 있는 서울시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 지역신문들. 구청에서 제공한 보도자료와 사진을 1면에 배치했다. 서부신문(오른쪽)에만 기자 바이라인이 있고, 나머지 신문에는 바이라인조차 없다. 사진=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 구청에서 구독하고 있는 서울시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 지역신문들. 구청에서 제공한 보도자료와 사진을 1면에 배치했다. 서부신문(오른쪽)에만 기자 바이라인이 있고, 나머지 신문에는 바이라인조차 없다. 사진=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행정의 속내는 간단하다. 신문의 권위를 빌어 행정을 홍보하고 이 신문을 주민에게 보낸다. 신문사의 속내는 특별한 취재기사 없이도 행정에서 신문을 일정량 구독하니 신문사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행정의 보도 자료만 베껴 써도 행정에서 따박따박 구독을 해주니 기자는 힘들게 취재를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 결과 신문은 온통 보도자료일 뿐, 취재기자 이름 하나를 찾을 수 없다. 취재기자 이름이 사라지면서 시민을 대변하고 지역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지역신문의 기능도 사라져버렸다. 

실제로 ‘은평구 한국문학관 유치’라는 기사가 A,B,C 신문 1면에 똑같이 실린 일이 있다. 은평구청이 보낸 보도자료와 사진이 토시하나 바뀌지 않은 채 실렸다. 우스운 건 같은 보도자료이면서도 A,B신문사에는 취재기자이름이 없고 C신문사에는 버젓이 취재기자 이름이 있다는 점이었다. 

행정과 지역신문의 안타까운 짬짜미 가운데도 지역신문의 올바른 역할을 찾아나서는 지역신문들이 있다. 행정의 입장에서는 이런 지역신문의 성장이 마냥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역할 때문이다. 하지만 자치분권의 핵심인 참여와 소통의 길을 만들어가는 지역신문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일이 결국 지역사회를 성장시키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됨을 기억해야 한다. 

▲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관련기사 : 서울시 예산 100억 원 잡아먹는 ‘계도지’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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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8-18 15:53:55
"행정과 지역신문의 안타까운 짬짜미 가운데도 지역신문의 올바른 역할을 찾아나서는 지역신문들이 있다. 행정의 입장에서는 이런 지역신문의 성장이 마냥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역할 때문이다. 하지만 자치분권의 핵심인 참여와 소통의 길을 만들어가는 지역신문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일이 결국 지역사회를 성장시키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됨을 기억해야 한다. " <<< 알짜정보는 대부분 현장에 있다. 추가적인 예산을 편성해서 견제와 감시, 홍보기능을 강화하는 게 어떨까. 국내 관광을 지역신문을 신뢰하고 가면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