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한 첫날부터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한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등의 의혹 제기에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아직 명쾌한 반박 근거를 내놓진 않고 있다.

이날 조선일보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 후보자의 석사 학위 논문의 일부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한 후보자가 2010년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 제출한 석사 논문 ‘방송보도의 공정성 심의제도에 대한 연구’가 2008년 성균관대 법학과 대학원 A씨가 쓴 석사학위 논문 ‘방송광고심의제도에 관한 헌법적 고찰’과 일부 내용이 거의 비슷했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이 두 논문에서 박 의원이 표절로 의심된다고 지적한 부분을 비교해 본 결과, 한 후보자가 논문 주제인 방송보도 공정성 심의제도의 이론적 근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A씨 논문 일부와 유사하게 서술했으나 별도 출처 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후보자 논문의 참고문헌 목록에도 A씨 논문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

▲ 12일 KBS 현장영상 화면 갈무리.
▲ 12일 KBS 현장영상 화면 갈무리.

“신문이나 책 등 인쇄매체를 이용하는 독자는 해당 매체를 구입해야 할 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내용을 선택하고 읽어야 하지만 방송의 경우 주변에 항상 존재하며 일단 라디오나 TV가 켜지면 시청자에 대한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게 되어 시청자에게 선택권이 제한됨을 근거로 한다.”(A씨, 2008)

“이 이론은 신문이나 책 등 인쇄매체를 이용하는 독자는 해당 매체를 구입해야 할 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내용을 선택하고 읽어야 하지만 방송의 경우 주변에 항상 존재하며 일단 라디오나 TV가 켜지면 시청자에 대한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게 되어 시청자에게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한다.”(한상혁, 2010)

“시청자에게 집단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화면을 통하여 생생하게 전달되고 수용되는 방송의 막강한 전달력으로 방송은 기존의 일반 인쇄매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그 공적 책임과 공정성·공익성의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A씨, 2008) 

“미디어의 사회적인 영향력의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미디어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고 할 것이고, 시청자에게 집단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화면을 통하여 생생하게 전달되고 수용되는 방송의 막강한 전달력으로 방송은 기존의 일반 인쇄매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그 공적 책임과 공정성, 공익성의 요구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한상혁, 2010)

이를 비롯해 박성중 의원은 표절 의혹 부분은 최소 200자 원고자 7장 이상이라며 중앙대에 한 후보자 논문의 표절 검증을 공식 의뢰하기로 했다. 

반면 방통위 내부에선 교수 출신이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아닌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변호사로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쓴 석사학위 논문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학위논문 표절 여부는) 대학마다 심사 기준이 다르고, 학문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석·박사 논문을 엄격하게 심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석사와 박사학위 논문은 질적으로 다르다”며 “굳이 이걸 가지고 크게 문제 삼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통위 청문회 준비단은 정책과 신상팀으로 나누어 오는 14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청문요청서와 한 후보자의 신상 자료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동주 방통위 대변인은 “국회에 청문요청서 등 제출하면 그때 가서 청문위원들이 제기한 문제에 우리가 해명하든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논문 관련 의혹도 신상팀에서 검토해 해명할 것이고, 청문회 때 내정자가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준비단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면 나에게 자료를 공유할 텐데 지금은 우리 쪽에서 아무 자료도 나간 것이 없는 형편이어서 공유된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정부과천청사 부근에 마련된 임시사무실로 첫 출근한 한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논문 표절 의혹 등과 관련해 “지금 제기되는 신상 문제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면서 “나머지 문제는 청문회 과정에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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