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재생의료법 오늘 운명의날”, “9부 능선 넘었다”, “본회의 통과 기대감에 주가 급등”, “첨단재생의료법 효과 제약·바이오 주가 ‘들썩’”

바이오의약품 시판허가에 최종 임상시험(3상)을 생략하는 등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첨단재생의료법)이 지난 2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문턱을 없앴다는 지적이다.

언론은 경제지를 중심으로 첨단재생의료법안 입법 관문마다 법안통과를 재촉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법안 통과 전망을 따라 움직이는 주식 장세를 중계했다. 언론이 바이오의약업계 주식 거품, 이른바 ‘바이오 버블’에 장단을 맞췄다.

첨단재생의료법은 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같은 바이오의약품에 한해 허가·심사 신속처리를 골자로 한다. 핵심은 신속처리 가운데 ‘조건부 허가’다. 의약품은 세 차례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시판이 허가되는데, 이 중 마지막 시험은 가장 많은 환자군을 상대로 2~4년에 걸쳐 이뤄진다. 법안은 바이오의약품에 시판 뒤 안전관리를 받는 조건으로 마지막 시험을 면제하도록 했다. 그간은 2상을 통과한 바이오의약품 가운데 약 절반만 최종허가됐다.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등이 꾸린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등이 꾸린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보건의료단체들은 첨단재생의료법을 두고 “환자가 비용을 내고 임상시험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법”이라며 ‘인보사 사태 양산법’이라고 비판해왔다. 인보사는 시판 당시 ‘국내 첫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알려졌으나 최근 주요 성분이 가짜로 밝혀졌다. 의료단체들은 “인보사가 세 차례 임상을 통과하고도 식약처가 걸러내지 못해 허술한 심사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3상까지 면제되면 인보사 사태가 일상화화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

법제정을 적극 지원한 식약처는 안전망이 충분하다고 한다. 식약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대상 범위를 대체의약품 없는 암과 희귀질환으로 당초보다 좁혔다. 추후 3상자료 제출과 사후관리 등 안전조치를 명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원래 주로 중대질환 대상이며, 법안에 나오는 안전조치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행정‧형사책임과 피해자 보호조치도 명시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이 가시화된 지난달부터 심사를 재촉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경제지들은 이 법이 ‘바이오업계 숙원’이라고 전제하면서 “(법안에) 먼지에 쌓여”, “민생경제 법안처리가 무산됐다” “문턱을 넘지 못했다” 등 표현을 썼다. 지난 두 달간 10대 전국단위 종합지와 경제지가 지면보도한 첨단재생의료법 관련 기사 13건 가운데 10건이 법안 통과 촉구였다. 서울경제(4건)는 ‘첨단바이오법 통과 눈앞, 신약개발 단비’, ‘8부능선 넘은 첨단바이오법’ 등 제목을 달았다.

▲지난 1일 첨단재생의료법을 다룬 증권 보도들. 네이버 뉴스페이지 갈무리
▲지난 1일 첨단재생의료법을 다룬 증권 보도들. 네이버 뉴스페이지 갈무리
▲지난달 31일 다음 포털 실시간 이슈 검색어
▲지난달 31일 다음 포털 실시간 이슈 검색어

특히 증권보도에서 첨단재생의료법 언급이 두드러졌다. 법안 통과 전망에 따라 관련주 등락이 요동치자 인터넷 경제매체들이 “관련주 쑥쑥” “급등” “들썩” 등 법안 통과에 기대를 쌓는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네이버 포털 뉴스페이지에서 법안명과 ‘코스피’ ‘코스닥’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국회가 법안을 재논의한 지난달 17일 77건이 첨단재생의료법을 언급하며 바이오 관련주 장세를 다뤘다.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지난달 31일에는 ‘첨생법’이 포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이런 보도행태는 법안 실체를 알리기보다 주식시장의 ‘바이오의약산업 버블’을 그대로 반영한다. 바이오의약업 주식버블은 증권가도 그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 시장 건전성 심하게 훼손’ 보고서를 냈다.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바이오업종의 상장 문턱을 낮췄고, 치료물질 개발과 1~3상 통과 등 신약개발 문턱마다 해당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널뛰면서 한국 바이오장세가 “머니게임”으로 변했다는 지적이다.

정재관 건국대학교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인보사 사태 때도 그랬듯, 의약이슈가 생기면 언론은 의약품 자체의 안전성이나 장단점보다 금전적 부가효과에 골몰하는 경향이 심하다” “식약처 입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의학 부작용을 살피는 심층취재는 찾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이번 첨단재생의료법 통과로 의약품 규제완화에 날개가 달렸다. 이 법은 병원 영리화(영리자회사)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민영화 정책 전반과도 연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국장은 “정부의 의료영리화 방향을 알고 진실을 알리는 데 언론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첨단재생의료법 폐기 촉구와 함께 의료민영화 법안에 지속 찬성한 의원에 대한 공천 반대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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