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례없는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집에 쓰레기가 쌓여가는 공포를 경험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모든 문제는 해결됐을까.

쓰레기 대란은 잠시 뇌리에서 사라졌지만 ‘쓰레기’는 그대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하루 발생 폐기물은 41만톤 수준으로 5년 전보다 3만톤가량 늘었다. 한국은 단위면적당 쓰레기 발생량이 많다. 유럽 플라스틱·고무 협회(EUROMAP)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으로 이미 세계 최고다. 쓰레기장은 임계점이 왔다. 16.85㎢면적의 수도권 매립지가 꽉 찼다. 매립지로 들어오는 폐기물의 48%는 서울시, 34%는 경기도, 18%는 인천에서 온다. 

녹색당이 22일 개최한 ‘쓰레기 없는 도시를 위한 오픈포럼’에서 ‘쓰레기 전문가’인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국내 쓰레기 매립장 수명이 거의 종료됐다. 처리 시설이 부족하지만 주민 반대로 신규 설치와 증설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수열 소장은 “한국의 폐기물 인프라는 1990~2000년대 초반까지 집중 건설됐고 이제는 리모델링이 필요하지만 주민들은 ‘당할 만큼 당했다’며 주변 소각장이나 매립장을 없애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이대로라면 제2, 제3의 쓰레기 대란을 피할 수 없다. 

▲
▲게티이미지.

이런 가운데 지난해엔 필리핀으로 수출된 불법 쓰레기가 적발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쓰레기는 느는데, 줄일 방법은 모이지 않고, 묻을 곳도, 태울 곳도 마땅치 않다. 홍 소장은 “정원이 있는 집은 쓰레기 ROT(퇴비화)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정원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개인이 쓰레기 대란에 대응하기에는 무력하다. 홍수열 소장은 “쓰레기 제로를 위해 개인의 실천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했다. 시민들이 비닐사용량을 줄인다며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도 장바구니 안에 비닐과 플라스틱이 가득 쌓인다. 플라스틱 권하는 사회문화가 문제다. 

한국의 1인 가구는 2017년 기준 전체 가구의 28.6%를 기록했고 2018년 기준 국내 편의점 개수는 4만2010곳이다. 쿠팡 같은 이커머스 업계는 2018년 110조원 규모를 돌파했다. 편의점-1인 가구-온라인쇼핑 문화는 폐기물 증가로 이어진다. 쉽게 세팅하고 쉽게 버리는 MICE산업(기업회의, 국제회의, 전시사업, 이벤트)도 폐기물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이다. 

이날 이태영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서울 신촌에서 물총축제를 한 번 하고 나면 플라스틱 물총을 다 버리고 가서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생긴다. 비닐 우비도 함께 버려진다. 우리는 폐기물을 많이 만드는 일상에서 산다”고 말했다. 이태영 정책위원장은 “플라스틱 사회는 통합적 전환적 기획으로 풀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폐기물이 너무 많고, 재활용도 어렵고, 관리도 불안정하며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자원순환정책에 빠져있는 질문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게티이미지.

홍 소장은 “재활용센터는 빈곤층이 이용하는 가게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건물 외곽부터 고착화시킨다”며 “재사용 문화를 소비생활 속으로 집어넣으려면 재사용가게나 재활용센터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소장은 “수리문화의 확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직접 수리를 체험해보는 리페어 카페는 전 세계 1883곳이다. 리페어 카페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비율이 낮은 유럽에 압도적으로 많다. 

앞서 쓰레기 대란은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2018년1월1일)→국내 재활용 쓰레기 공급과잉→폐지 가격 등 급감→민간 재활용 수거업체 수거 거부로 이어졌다. 이후 지자체가 비용을 지불하고 민간 수거업체에게 수거를 맡기는 식으로 해결하거나 주민이 직접 돈을 모아 수거업체에 주는 방식으로 해결했으나 쓰레기를 무한 배출하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
▲게티이미지.

지난해 5월 환경부는 쓰레기대란 이후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았다. 하지만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만들겠다는 유럽연합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정부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그나마 다행이다. 자원재활용법에 근거한 EPR은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에 생산자가 일정부분 재활용 의무를 지도록 한다. 매년 초 환경부 고시에 따라 기업은 정해진 의무율 만큼 재활용해야 한다. 2019년 의무율은 알루미늄캔 79.7%, 유리병 72%, 페트병 80.1% 등이다. 홍수열 소장은 “제품 생산자가 폐기물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