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중앙일보가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와 인터뷰 기사를 내보낸 후 과거 그가 펴낸 혐한서적(중앙일보 표현)과 인터뷰 내용 관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예영준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를 인터뷰하면서도 그가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의 고문이었다는 설명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전범기업 미쓰비시’ 고문 인터뷰한 중앙일보)

예 논설위원은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무토 대사를 인터뷰한 것은 일본인의 ‘혼네(속마음)’를 듣기에 적합한 인물이란 판단에서였다”며 “한국 근무 12년을 포함, 외교관 생활 40년을 대부분 한국 관련 업무로 보낸 대표적 지한파인 그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최초의 일본 대사였다”고 소개했다. 

예 논설위원은 또 무토 전 대사에 대해 “2011년 3월 일본인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한국 TV에 출연해 한국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일본인”이었다 “그로부터 8년여가 지난 요즘 무토 전 대사는 일본 TV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가 돼 한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 발언을 한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영락없는 ‘반한(反韓) 인사’ ‘혐한(嫌韓) 인사’의 모습”이라고 했다.

▲ 지난 19일자 중앙일보 26면.
▲ 지난 19일자 중앙일보 26면.

박건식 MBC ‘PD수첩’ PD는 지난 20일 무토 전 대사의 2011년 MBC 출연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는 3월16일 ‘일본대지진과 함께 나누는 세계’를 본사와 명동에서 이원 생방송으로 모금 생방송을 하기로 했다. 일본 대사를 부르고 싶어 일본 대사관에 전화하니 처음에는 곤혹스러워했다”며 “무토 대사가 부임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고, 어떤 언론에도 나간 적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출연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박 PD는 “방송에 출연한 무토 대사는 ‘한국의 도움의 손길과 따뜻한 마음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마음이 담긴 고개 숙인 인사였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무토 대사가 2017년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혐한 책을 썼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과거 유학생 미즈노가 일본에 돌아가서 혐한 발언을 할 때와 같은 충격이었다”고 술회했다.

박 PD는 중앙일보 기사엔 무토 전 대사가 미쓰비시 고문을 지냈고, 전범기업의 로비스트였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지적하며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숨긴 것인지 모르고 쓴 것인지 알 수가 없으나, 부끄러워해야 한다. 무토는 ‘8년 만에 반한’ 인사가 된 것이 아니라, 원래 반한 인사였는데 감춰왔다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고 꼬집었다. 

박 PD는 무토 전 대사가 ‘한국어를 구사한 최초의 일본 대사’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박 PD는 “1980년대 초 주한 대사로 근무한 마에다 도시카즈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최초의 대사였다”며 “마에다는 전두환의 쿠데타, 광주 학살 직후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보낸 특사로 비중 있는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무토 전 대사가 2년 전 ‘혐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책을 냈을 때 중앙일보도 그를 ‘배신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 지난 2017년 6월6일자 중앙일보 ‘남정호의 시시각각’ 칼럼.
▲ 지난 2017년 6월6일자 중앙일보 ‘남정호의 시시각각’ 칼럼.

남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017년 6월6일자 ‘어느 지한파 일본 외교관의 배신’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물론 외교관이라도 옛 주재국의 특정 사안에 대해 건설적 비판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제2의 고향으로 삼아도 시원치 않을 나라와 그 국민을 싸잡아 모욕하는 건 외교관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남 논설위원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달콤한 말이 무색하게 무토는 한국, 한국인에게 오물을 끼얹었다”면서 “5개 장으로 구성된 책에선 혐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가 문 대통령을 만난 건 딱 한 번이다. 그런데도 무토는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단정한다. 한·일 관계가 아무리 틀어져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매너는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정봉 중앙일보 기자도 2017년 5월30일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고요?” 제목의 카드 뉴스에서 “그는 책에서 한국의 새 정부를 향해 저주 수준의 막말을 퍼부었다. 전 세계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탄핵과 정권교체도 노골적으로 폄하했다”며 “한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손꼽혀온 한 일본인 엘리트의 비뚤어진 속내를 들여다보니 한·일 관계에 놓인 장애물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껴진다”고 했다.

이처럼 무토 전 대사를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배신자’, ‘비뚤어진 일본인 엘리트’라고 비판했던 중앙일보가 이번엔 그를 “일본인의 속마음을 듣기에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다. 예영준 논설위원은 중앙일보도 신랄하게 비판한 무토 전 대사의 책 내용을 지적하기보다 “한국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란 의미로 쓴 문장인데 책 전체의 제목이 돼 오해를 샀다”는 그의 해명만 실어줬다.

지난해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라는 책을 낸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무토 마사토시는 일본 내에서도 혐한 발언과 서적 출판으로 한국 때리기의 선봉에 서있는 자”라며 “이런 자를 선정해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악의적이다. 산케이 신문에서 한국의 극우 인사를 한국 대표 인사로 인터뷰해서 싣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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