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까지 ‘표절’ 논란이라니
교수신문까지 ‘표절’ 논란이라니
칼럼‧기사 출처 없이 베껴쓰기 정황 다수… 따라 쓴 것 시인하면서도 ‘표절은 아니다’ 주장

고등교육전문매체 교수신문이 출처 없이 베껴쓰기를 하면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교수신문은 “원칙적으로 하면 안되는 것”이라며 표절 정황을 일부 시인했다.

고현석 교수신문 편집국장은 지난 6월17일자 7면에 기명 칼럼 코너인 ‘world / world watch’에서 “‘사랑은 변하는 거야’ 맞다. 디즈니도 변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교수신문 칼럼은 “꿈과 희망의 세계를 상징하는 디즈니 영화 속 사랑 이야기가 변화하고 있다”며 영화 ‘라푼젤’, ‘겨울왕국’, ‘메리다와 마법의 숲’, ‘인사이드 아웃’ 등을 예로 들었다. 최근 디즈니 영화가 그리는 ‘사랑’이 이성간 사랑이 아닌 가족 간의 사랑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종류의 사랑으로 변화”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오늘날 디즈니 영화는 더 이상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자녀와 부모의 화해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교수신문은 “지난 10년 간 디즈니 영화에서 바뀐 것은 ‘사랑’이라는 말뿐만이 아니다. ‘가족’이라는 말의 의미도 상당히 많이 변했다. 생물학적 부모가 사악한 인물로 그려지고 피가 섞이지 않은 상징적인 존재가 기존의 생물학적 부모가 차지했던 자리를 꿰차고 있다. 부모-자식 간 관계가 생물학적 관계가 아닌 감정적인 유대에 의해 결정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라고 썼다.

교수신문의 칼럼은 6월12일자 미국 매체 ‘Aeon’에 실린 “Love isn't what it was”라는 글을 따라 쓴 것이다. ‘Aeon’은 해당글을 ‘Sophus Helle’이라는 이름의 박사과정 학생의 글이라고 소개했다.

교수신문 칼럼 내용과 ‘Aeon’에 실린 글을 비교하면 디즈니 영화에서 사랑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는 주제와 예로 든 디즈니 영화가 같다. “오늘날 디즈니 영화는 더 이상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녀와 부모의 화해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교수신문 칼럼의 문장은 “Today, Disney no longer expects us to expect a knight in shining armour, but rather to forgive our siblings and make peace with our parents”라는 “Aeon”의 문장과 일치한다.

▲ 6월 17일자 제 971호 교수신문 칼럼.
▲ 6월 17일자 제 971호 교수신문 칼럼.

“지난 10년 간 디즈니 영화에서 바뀐 것은 ‘사랑’이라는 말뿐만이 아니다. ‘가족’이라는 말의 의미도 상당히 변했다”라는 교수신문의 칼럼 문장은 “It’s not just the word ‘love’ that has changed meaning over the past 10 years of Disney. The word ‘family’ has done the same”이라는 문장에서 따왔다. 이밖에 교수신문 칼럼 문장 대부분이 ‘Aeon’의 글을 그대로 번역한 수준이다.

지난 7월1일자 교수신문 같은 코너의 “동물에도 ‘일화기억’…알츠하이머 치료 단서 찾았다”라는 고현석 편집국장의 칼럼도 ‘Aeon’에 실린 “Animals do have memories, and can help us crack Alzheimer’s”을 따라 썼다.

교수신문 칼럼은 “현대 과학은 동물이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치부해 아예 연구의 대상으로도 삼지 않아왔다. 복잡한 두뇌를 가진 인간만이 ‘일화 기억(episodic memory)’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일화 기억은 명시적 기억의 한 종류류서, 자전적 사건들에 관한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생존을 목적으로 끊임없이 분투하고 있는 동물들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현재, 오직 현재만 사는 존재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 인간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인지능력에 힘입어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교수신문은 프랑스 시인이자 철학자인 니콜라 말브랑슈와 데카르트의 말을 인용해 동물은 쾌락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영혼이 없다고 했다. ‘일화기억’이라는 말을 정의한 캐나다의 인지신경과학자인 엔델 툴빙의 주장도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 동안 동물에 일화기억이 있을지 모른다는 과학자들이 끈질기게 문제를 파고 들어 “적어도 일부 동물은 인간처럼 과거의 경험을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쥐를 대상으로 한 최근의 기억력 실험은 불치병인 인간 알츠하이머 병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하게 해주고 있다. 알츠하이머가 치표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썼다.

해당 교수신문 칼럼은 ‘Aeon’에 실린 “Animals do have memories, and can help us crack Alzheimer’s”라는 글의 주제와 똑같다. 일부 동물에 일화기억이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인간의 알츠하이머 치료 가능성을 높였다는 내용이다.

문장을 보면 교수신문은 ‘일화기억’을 설명하면서 “예를 들어, 지난주 토요일에 마트에 갔다온 기억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Aeon’에 실린 글은 “could be capable of ‘episodic’ memories – recalling a trip to the grocery store last Saturday, for example”이라고 돼 있다.

‘Aeon’에 실린 글에는 교수신문 칼럼에서 인용한 학자의 발언 내용(크리스탈 박사)도 그대로 나온다. 두 건의 칼럼은 글의 주제와 구성, 그리고 소재까지가 동일한데도 ‘Aeon’의 글을 인용했다는 표기가 없다.

▲ 7월 1일자 제973호 교수신문 칼럼.
▲ 7월 1일자 제973호 교수신문 칼럼.

이에 대해 글을 쓴 고현석 교수신문 편집국장은 “출처를 밝히지 않았는데 원문 글 그대로 재미있어서 소개하다는 차원”이었다면서 “미국 매체의 글을 보고 쓴 것은 맞다. 하지만 원문 글의 양이 많다. 표절이라는 주장은 잘 모르겠다. 소개한다는 좋은 의도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고 편집국장은 “백프로 그대로 썼으면 문제겠지만 중간 중간 뽑아서 썼다. 20년 넘게 일하고 일간지에서도 외신에서 다른 소스를 합쳐서 쓰기도 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수신문은 다른 기사에서도 표절 정황이 확인됐다. 7월1일자 “‘세계 최강’ 미국의 고등교육이 흔들린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는 ‘QS 월드 유니버시티 랭킹’을 인용해 “미국의 대학들은 지난 16년 간 통틀어 최악의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하고, 반면 중국과 호주는 순위가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기사 마지막에 QS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 대학의 논문 발표수는 해마다 그 간격이 좁혀지고 있으며, 미국이 추월당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내년 QS 평가에서는 중국의 상위 10개 대학이 미국의 상위 10개 대학보다 순위에서 앞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University World News’의 지난 6월21일자 기사 내용 전반을 베껴 썼다. 심지어 QS 관계자 말까지 똑같다. QS 관계자는 외신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도 교수신문은 출처를 표기하지 않았다.

해외 저명한 교수가 교수신문에 직접 칼럼을 기고한 것처럼 소개한 글도 문제다. 교수신문은 지난 4월29일자 1면에 ‘테드 언더우드 교수’ 칼럼을 실었다.

교수신문은 “앞으로 교수신문은 전 세계 각 학문 분야의 최신 트렌드와 성과를 인간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NOW-글로벌 석학 칼럼’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겠습니다”라는 각주를 달고 테드 언더우드 교수의 칼럼을 실었다. 데드 언더우드 교수는 ‘컬처로믹스’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인문학자들은 자신들이 수백 년 동안 구축해온 학문적 토대가 이 컬처로믹스로 인해 더 의미가 풍부해지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련 칼럼은 데드 언더우드 교수가 교수신문에 기고한 글이 아니라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이라는 미국의 학술지에 기고한 글이다. 하지만 교수신문에 이에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 4월 29일자 제964호 교수신문 1면 기사.
▲ 4월 29일자 제964호 교수신문 1면 기사.

고현석 편집국장은 “원칙적으로 하면 안되는 것”이라며 “핑계를 대자면 지면 제작하는데 인력도 없고 여러 문제가 있다 보니 기사를 막아야 하고, 세밀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제작에 떠밀려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독자들은 교수신문 표절 정황을 비난하고 나섰다. 고현석 편집국장 칼럼 기사에는 “기사표절 등과 관련하여 독자들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주일 동안 교수신문은 이에 관해 입장표명은 물론 책임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럴 수가? 그것도 명색이 교수신문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표절을? 이건 정말 강심장 날강도 아니면 못함”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에 고현석 편집국장은 “안 좋게 교수신문에서 나간 사람 중 악감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의도적인 흠집내기라는 주장이다.

고현석 편집국장은 향후 공개적 입장 표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상황 판단을 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지 당황스럽다. 편집인하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신문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민주화’ ‘학술정보의 제공과 대학문화의 창달’ ‘교권옹호와 전문적 권위의 향상’을 내걸고 지난 1992년 창간했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해왔다.

▲교수신문 칼럼 표절 주요 정황 1   그래픽=이우림 기자
▲교수신문 칼럼 표절 주요 정황 1 그래픽=이우림 기자

 

▲교수신문 칼럼 표절 주요 정황 2   그래픽=이우림 기자
▲교수신문 칼럼 표절 주요 정황 2 그래픽=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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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7-18 13:35:44
완전히 표절인데. 마치, 자기 머리에서 생각했다는 듯이 썼네. 모두 카피해야 표절인가?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당 부분을 똑같이 썼다면 그게 표절 아니고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