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수단 출신 30대 남성 A씨는 서울 출입국·외국인청 면접에서 난민 신청서에 “군부세력의 민간인 살해 지시를 거부한 뒤 본국을 탈출했다”고 썼다. 그러나 면접 담당 직원은 “일하며 돈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적었다.
같은 해 8월 이집트 출신 30대 남성 B씨도 난민 신청서에 “이집트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기 때문에 돌아가면 잡힐 수 있다”고 밝혔다. 면접관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적었다. A씨와 B씨는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박상준 동아일보 기자는 지난 6월18일 1면 기사 ‘면접조서 조작해 떨어뜨린 난민 심사’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난민 신청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면접조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보도 이후 지난 11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무부를 방문해 난민 면접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건에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법무부 자체 조사 결과 동아일보 기사에 등장한 A씨나 B씨처럼 면접조서가 허위 기재돼 난민 신청이 기각된 신청자가 최소 5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이들 가운데 55명에 대한 면접조서 작성의 절차적 하자를 인정했다.
박 기자는 16일 미디어오늘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취재를 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박 기자는 “‘본국에서 살해 협박을 당해 한국에 보호를 요청하러 왔다’는 진술이 ‘한국에 돈 벌러 왔다. 본국에 돌아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허위 기재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기사에 나오듯 법무부는 국가인권위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답할 수 없다는 입장만 전했다.
박 기자는 “법무부 소속 난민 전담 공무원 3명이 어떤 지시로 왜 면접조서를 허위 기재했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기사에 적었듯 허위 기재에 가담한 공무원 수는 최소 3명이며 피해자도 최소 57명”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보도가 나온 날 법무부는 해명 자료를 내어 “공정하고 합리적 난민 인정 심사 시스템 구축”하고 “자체 추가 조사 및 관련 추가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난민 지원 단체나 관련 법조인,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에 좋은 댓글만 달린 건 아니었다. 박 기자는 “포털 기사 댓글이 안타까웠다. 기사에 달린 베스트댓글은 ‘애국자 공무원들이네 상 줘라’, ‘제대로 일하는 공무원이네’ 등이었다. 혹여 피해자들이 이를 보고 상처를 받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법무부에서 공정하게 난민 신청 과정을 다루는지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변협에서 요구한 재발 방지책과 제도 개선책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박 기자는 후속 보도로 지난 15일 난민 면접조서 조작 사건 피해자가 강제퇴거 명령을 받아 출국하는 현장도 취재했다. (관련기사 : 동아일보 난민 내쫓는 아시아 최초 난민법 시행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