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거래를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해 보도한 MBC와 채널A가 의견진술을 받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마약 거래 보도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노출한 8개 방송사가 ‘범죄 및 약물묘사’ 관련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는지 심의했다.

▲ (위쪽부터) 지난 4월10일 MBC와 채널A 메인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 (위쪽부터) 지난 4월10일 MBC와 채널A 메인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심의 결과 방송소위는 MBC ‘뉴스데스크’와 채널A ‘뉴스A’에 ‘의견진술’을, SBS ‘8뉴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행정지도 ‘권고’를, JTBC ‘뉴스룸’과 MBN ‘뉴스8’,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방송사 관계자들이 서면 또는 출석해 입장을 전하는 절차다. 이 경우 의견진술 후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데 비교적 법정제재 가능성이 높다. 행정지도는 강제력 없는 경징계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4월10일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 거래…‘청정국 아니다’” 리포트에서 SNS를 통해 진행되는 마약거래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마약거래에 사용되는 구체적인 은어, 판매자와 대화 내용을 자세히 노출했다.

채널A ‘뉴스A’도 지난 4월10일 ‘더깊은 뉴스’ 코너 “상점에서 아무나 사는 물뽕” 리포트에서 마약거래 현장에 직접 찾아가 보도하는 과정에서 판매 장소들을 특정했다. 이후 구매·투약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 지난 4월10일자 MBC ‘뉴스데스크’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 거래…‘청정국 아니다’” 리포트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4월10일자 MBC ‘뉴스데스크’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 거래…‘청정국 아니다’” 리포트 보도화면 갈무리.

이날 출석한 심의위원 3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위원장·심영섭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전원합의로 MBC와 채널A에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허미숙 위원장은 “공익 목적을 가지고 방송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채널A는 장소를 특정했다. 의견진술 듣고, 심의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위원은 “전체 영상을 봤을 때 10개 안건 중 MBC가 가장 문제다. 채널A 보도는 특정 장소를 지적했다. 아슬아슬한 보도였다”고 했다.

▲ 지난 4월10일자 채널A ‘뉴스A’ ‘더깊은 뉴스’ 코너 “상점에서 아무나 사는 물뽕” 리포트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 4월10일자 채널A ‘뉴스A’ ‘더깊은 뉴스’ 코너 “상점에서 아무나 사는 물뽕” 리포트 보도화면 갈무리.

행정지도 ‘권고’가 결정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지난 4월10일 ‘노영희의 노른자’ 코너에서 마약을 주제로 대담했다. 출연자인 노영희씨가 진행자인 김어준씨에게 “그런데 한번 해보고 싶지 않나. 솔직히”라고 묻자, 김씨는 “아니 저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라고 답했고, 노씨는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심의위원 3인은 “출연자는 표현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뉴스공장’은 이슈를 다룰 때 불필요한 사족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허미숙 위원장은 심의 시작 전 “방송심의 규정에는 범죄사실을 맥락 내에서 전달해야하고 시청자가 행위를 모방하거나 흥미를 느끼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돼있다”며 “이 기준으로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허미숙 위원장은 “1년 전과 다른 점은 클럽 버닝썬 사태나 로버트 할리 마약 투여 체포 사건 등 때문에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1년 전 심의했던 당시 상황과 현재 상황 달라져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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