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북미 간 대화를 위해 실무 협상을 합의했다.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후 3시46분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만나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눴다. 남북미 정상회동은 약 50분간 이뤄졌다. 언론은 이를 두고 “남북미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분단 뒤 처음”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1일 한겨레 1면.
▲1일 한겨레 1면.

이번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만남을 제안하는 등 ‘깜짝 만남’이었기 때문에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실무협상이 재개되는 디딤돌이 됐다. 이번 만남에 대해 언론의 평가도 ‘대화동력을 살렸다’는 긍정적 평가가 빠지지 않았다. 다만 이 성과가 실질적 성과냐, 정치적 이벤트로 그치는 것이냐에 대한 시선은 달랐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번 만남이 큰 준비가 없었고, 실무 협상을 지켜봐야한다며 30일 만남은 정치적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봤다. 

반면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비공식 대화였지만 상당한 성과를 냈다”며 “실질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실무회담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게 핵심 성과”라고 짚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통한 경제제재 해체’를 언급한 점과 북한이 대화 중단 이후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나 핵 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한겨레는 8면 외신 기사를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외신 ‘또 한번 역사 썼다’ 일 NHK도 긴급 판문점 중계”라고 제목을 뽑고 긍정적인 평가를 강조했다.

▲1일 경향신문 5면.
▲1일 경향신문 5면.

 

경향신문도 5면 기사와 사설에서 이번 만남의 의미를 짚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판문점 약식 회담은 성명이나 합의문 없는 짧은 만남이었으나 지구상 유일한 냉전의 현장이라는 장소성을 고려한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 사설은 “판문점 회담은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과도 거뒀다. 가장 큰 것이 북미 실무협상 재개”라며 “하노이 회담이 성과없이 끝나고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 넉달만에 사실상 양국 정상의 단독 회담이 열린 것은 향후 방향 설정과 동력 제공에 큰 역할 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만남 자체는 의미있지만 쇼로 판명이 날지는 두고봐야한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사설 제목을 ‘남북미 역사적 첫 DMZ 회동 식어가던 대화 동력 살렸다’고 뽑았다. 동아일보는 이 만남에 대해 “불과 하루만에 만들어 낸 역사적 이벤트”라며 “꾸준히 흘러온 한반도 평화의 저류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동아일보는 “판문점 남북미 회동이 한반도 교착의 돌파구를 여는 실질적 계기가 될지, 아니면 시간을 벌고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현란한 쇼로 판명 날지는 두고 봐야 안다”고 쓰기도 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고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면 후세의 사가들은 이번 만남을 의미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는 준엄한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게 틀림없다”고 썼다.

▲1일 중앙일보 사설.
▲1일 중앙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5면 기사 제목을 ‘준비 안됨 회담, 비핵화 논의 없이 실무 협상 재개만 합의’라고 뽑았다. 조선일보는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양 정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며 실무협상이 재기된 것을 두고도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하노이 노딜 쇼크를 만회하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맞아떨이진 카드라는 관측”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미북 정상이 깜짝 회담을 했지만, 비핵화를 둘러싼 본질적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다시 실무 협상으로 키가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1일 조선일보 8면.
▲1일 조선일보 3면.

특히 이번 만남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평가 부분도 눈여겨 봐야한다. 한국일보는 6면 “문 대통령 ‘북미관계 큰 바퀴’ 돌리려 철저히 조연 자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조연 역할을 자처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 역시 4면 기사에서 “판문점 ‘각본없는 드라마’…문 대통령이 ‘판’ 깔았다”고 제목을 뽑았다. 이 기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번 만남이 내년 미국 대선이라는 국내 정치적 계산도 배경 중 하나라고 짚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우도 올해 안으로 미국과 비핵화, 관계 정상화 협상의 진전을 봐야하는 현실적 필요성에 의한 판단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미 관계 촉진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했고, “오늘 대화 중심은 미국과 북한”이라고 두 대화주체를 띄워주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1일 한국일보 6면.
▲1일 한국일보 6면.

반면 중앙일보는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회동 쇼로 끝나선 안된다’라는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따돌림 받는 처지’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 사설은 “비록 이번 회동이 북미 간 만남에 초점을 맞춰졌다 해도 문 대통령의 역할이 위축돼 보인다는 대목도 마음에 걸린다”며 “나중에 문 대통령이 합류하긴 했지만 남쪽으로 넘어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꽤 오랫동안 배석없이 두 사람만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북한으로부터 따돌림받는 한국의 처지를 보는 것 같아 영 씁쓸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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