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불행이 언론에겐 장사 수단이 됐다. 톱스타 부부가 이혼 절차를 밟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은 문제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연합뉴스는 과도한 제목으로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는 28일 “태양의 후예 커플 파경 소식…강원 태백지역 경제 휘청”기사를 냈다. 송중기, 송혜교가 출연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 관련 축제 등이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기사에는 태백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은 없다. 본문에는 없는 자극적인 내용을 제목에 쓴 것이다.

누리꾼들은 이 기사를 비판했다. 29일 오후 1시 기준 포털 다음에 추천 4605개가 붙은 베스트 댓글은 “제목좀 잘써라 기레기야 태백시가 태양의 후예로 먹고살았나?”다. 추천수 4위 댓글은 “경제가 휘청이라는 제목의 근거는 이 기사 어디에 있는 거야? 기자나 데스크 수준이 이거 밖에 안되는 거야?”라는 내용이다.

▲ '태백 경제 휘청' 제목을 쓴 연합뉴스 기사 미리보기 화면.
▲ '태백 경제 휘청' 제목을 쓴 연합뉴스 기사 미리보기 화면.

 

이후 연합뉴스는 기사 제목을 “태양의 후예 커플 파경 소식에 태백커플축제 취소”로 고쳤다. 그러나 이미 한경닷컴, 매일경제 등이 연합뉴스 기사를 전재해 같은 기사를 내보낸 뒤였다.

기사의 제목만 문제인 건 아니다. ‘지라시’에 기반한 억측이 ‘인용’ ‘비판’ 등의 방식을 통해 언론에 보도되면서 언론이 루머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기자는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송혜교의 과거 연애사를 일방적 추측으로 내보냈고 언론이 받아썼다. “‘송혜교 작품마다 남자 만나 강용석, 男배우들 실명 언급”(국민일보)이 대표적이다. 조선일보, 아시아경제 등은 ‘네티즌 갑론을박’ ‘근거 없는 루머 유포’ 등의 표현을 쓰며 강 변호사를 비판했지만 정작 기사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 국민일보 기사 갈무리.
▲ 국민일보 기사 갈무리.

 

텐아시아는 “송혜교, 약 20년간 열애설 총정리..결국 이혼으로”기사를 냈다. 과거 열애설을 나열한 보도로 그 자체로 사실로 볼 수 없는 데다 사실이든 아니든 뉴스 가치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루머에 등장한 박보검을 향한 명예훼손성 보도도 있었다. 적지 않은 언론이 ‘재조명’을 통해 루머에 힘을 싣거나 가십으로 소비하게 하는 기사를 썼다.

한국경제는 드라마 ‘남자친구’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박보검이 송혜교와 팔짱을 낀 모습을 보며 송중기가 분노하는 합성 사진을 보도했다. 이 사진은 과거 송중기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내용이다. 한국경제는 이를 보도하며 ‘다정한 모습 질투 재조명’이라고 썼다. 뉴스브라이트는 박보검, 송혜교의 키스신 다시보기 영상을 기사화했다.

▲ 박보검 관련 '재조명' 기사를 쓴 한국경제.
▲ 박보검 관련 '재조명' 기사를 쓴 한국경제.

 

한 사주철학가가 과거 송중기의 결혼운이 좋지 못하다는 주장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은 송중기 배우자의 문제를 지적하는 당시 사주 내용을 전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사주 내용은 루머와 결합해 자극적으로 소비됐다.

‘송중기 아버지’가 화제가 되자 이번에는 송중기 아버지의 과거 발언을 찾아 나섰다. “‘나이가 많은 게 조금’...송중기 아버지 과거 발언 재조명”(머니투데이) “송중기 아버지, 송혜교 위한 메시지 재조명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TV데일리) “‘저희 예쁜며느리 ♥송혜교’ 송중기 아버지가 보낸 메시지 보니”(국제신문) 등이다. 

몇몇 언론은 이번 사안과 얽히지 않은 또 다른 유명인까지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으려 했다. 머니투데이는 “‘송중기 아버지랑 자주 통화해요’..김흥국 발언 재조명”을 통해 김흥국을 소환했고, 내외경제TV는 “(박보검이) 아이린과의 열애설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아이린을 언급했다.

이처럼 문제적 기사가 쏟아지는 데는 포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관련이 있다. 포털 사이트 접속자들은 궁금한 내용을 검색하는데 이 데이터가 모여 ‘실검’이 되고 실검에 오르면 이를 바탕으로 검색한다. 언론은 검색 결과에 노출돼 클릭수를 올리기 위해 ‘실검’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를 많이 쓴다. 이렇게 쏟아진 기사들은 주목을 받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제목으로 경쟁한다.

▲ 머니투데이의 '재조명' 기사들.
▲ 머니투데이의 '재조명' 기사들.

 

‘사주논리여행’의 경우 실검 랭킹에 27일 밤 11시에 등장해 28일 오전 7시에는 1위에 랭크됐다. 이 키워드가 실검에 뜨기 전 기사는 3건에 불과했으나 이후 기사는 138건에 달했다. ‘송중기 아버지’ ‘박보검’ 키워드 역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시점부터 온갖 ‘재조명’기사가 쏟아졌다. 

송중기, 송혜교, 박보검 측은 루머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송혜교씨 소속사는 “서로를 위해 자극적인 보도와 추측성 댓글 등을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적 보도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준 ‘송중기’ ‘송혜교’ 두 단어가 들어간 기사는 지난 27일부터 29일 오후 1시까지 2864건에 달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