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났다. 한중 정상회담이다. 이 소식이 28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을 채웠다. 

경향신문 “문 대통령, 미·중 무역 분쟁에 ‘한 나라 선택하는 상황 안되길’”
국민일보 “‘대화로 비핵화 풀고 싶다’ 시진핑, 김정은 의지 공개”
동아일보 “‘제재완화 희망’ 김정은 메시지 전한 시진핑”
서울신문 “‘김정은, 북핵 대화로 풀고 싶어한다’”
세계일보 “시진핑 ‘김정은, 비핵화 의지 변함 없다’”
조선일보 “文대통령 ‘美냐 中이냐 선택 어렵다’”
중앙일보 “시진핑 ‘한·중 협력, 외부 압력 받아선 안돼’”
한겨레 “시진핑 ‘김정은 비핵화 의지 변함없고 대화로 해결 희망’”
한국일보 “시진핑, 文대통령에 ‘金 비핵화 의지 변함없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없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말을 전했다. 그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협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 방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두 정상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특히 김 위원장이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라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시 주석의 전언은 북한의 경제 집중 노선이 변화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두 정상이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상세히 공유함으로써 문 대통령이 협상 촉진자로서 다음 수를 두는 데 도움을 얻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오는 29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행보가 주목된다.

▲ 한겨레 28일 1면.
▲ 한겨레 28일 1면.

트럼프의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29~30일 방한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는 G20 정상회담으로 출발 전 ‘김정은과 만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다른 많은 사람과 만날 것이다. 그와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다른 방식으로 그와 얘기할지도 모른다. 나는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한국으로 갈 것이다. 거기서 하루 정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28일 “‘다른 방식’을 놓곤 방한 기간 판문점 방문을 추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에서 대북 메시지를 내놓는 방식이 거론된다”며 “(판문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달래거나 새로운 협상을 제안하기엔 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단, 아직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와 대북 압박을 동시에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메시지

북한은 27일 한국을 겨냥해 “참견하지 말라”는 입장을 내놨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서다. 

권 국장은 “조·미(북·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다. 조미 적대 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봐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미 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 관계에 기초해 나가고 있다”면서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조미 사이에 이미 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연락 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지금 북남 사이에도 그 무슨 다양한 교류와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6일 세계 뉴스통신사들과 인터뷰에서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북 국장급 인사가 이를 부정한 셈이서 논란이다.

조선일보가 사설을 썼다. 내년 총선과 연결 지었다. 사설은 “북이 이러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 미국과 갈라서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라는 압박이다. 그걸 못한다면 이제 이용 가치가 없으니 차버리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차버리면 무엇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느냐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미 민주당 대표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남북 쇼 없이 총선을 치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보다 총선 압박을 느끼는 문 대통령도 속생각은 이럴 가능성이 높다”며 “만에 하나 이 유혹에 넘어가 북 의도에 말려들면 우리 은행과 기업이 제재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선일보 28일자 사설.
▲ 조선일보 28일자 사설.

조선신보 편집국장의 메시지

서울신문이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국장과 인터뷰했다. 26일 도쿄 시내에서 이뤄진 이 인터뷰는 28일자 1면과 4면에 실렸다. 조선신보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다. 

김지영 국장은 인터뷰에서 “지난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것은 미국 측이 핵무기·핵물질 반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자신들의 요구만 나열했기 때문”이라면서 “상대방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딜이 이뤄질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미국이 취해야 할 비핵화 조치’에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은 말로만 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인 행동 조치, 군사 분야에서의 행동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김 국장은 “미국 협상팀은 미국이 비핵화를 향해 어느 단계를 거쳐서 어떤 절차를 밟을지를 조선 측에 제안해야 한다. 하노이에서 조선은 더 이상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제안했다”며 “그러면 미국도 상응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협상이 성립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셈법’ 변경 가능성에 대해선 “최고지도자가 공개적으로 밝힌 원칙은 정세가 어떻게 흐르든 변경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국장은 남북 정상회담에 “정상회담을 하려면 목적이 분명해야 하는데 남측이 북측에 대해 ‘미국의 사정을 살펴야 한다’는 식으로 일관해서는 회담이 성사될 수 없다”며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할 게 아니라 남북 합의 이행을 위해 단계별 계획을 세운다는 식으로 나와야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연내 다시 열리지 못하면 군사적 긴장 상태가 2017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 내다봤다.

▲ 서울신문 28일자 4면.
▲ 서울신문 28일자 4면.
▲ 서울신문 28일자 1면.
▲ 서울신문 28일자 1면.

문정인의 메시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7일 연합뉴스가 주최한 포럼에서 “(지난해 5월 북한이 폐기한) 풍계리 핵 실험장에 조사단을 초청하는 것, (9월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동창리 엔진시험장 선제 폐기 문제 등은 북한이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 미국이 북한 요구를 상당히 수용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북에 대한 촉구다. 

문 특보는 “미국도 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요구한다. 이에 북한은 제재 완화와 안전 보장을 요구한다. 미국은 이에 대해 시그널이 없다. 연락사무소 개설, 군사적 안전 보장도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제재를 (비핵화 과정의) 출구에 둔다면 안전 보장이라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유에 “미국은 북한이 핵, 화생(화학생물) 무기, 미사일을 폐기하면 밝은 미래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핵심은 일괄 타결하자는 것이다. 북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점진적 동시 교환을 강조했기 때문에 일괄 타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제재 완화가 북한 비핵화 로드맵 입구에 있을 수 없고 출구에만 있어야 한다면 북·미 수교라든지 불가침 조약 체결 등을 차라리 입구에 놓고 북한 비핵화와 교환하는 과감한 역발상식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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